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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실 서양화가의 'The less, the more'展…단색화의 화두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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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실 서양화가의 'The less, the more'展…단색화의 화두 실천

Kwon Young Sil_Untitled 22-01_45.5x53.0cm_Mixed media on canvas_2022이미지 확대보기
Kwon Young Sil_Untitled 22-01_45.5x53.0cm_Mixed media on canvas_2022
권영실 서양화가의 제19회 개인전이 7월 8일(토) 한전 아트센터 기획전시실에서 마무리되었다. 6월 30일(금)부터 전시된 팔십여 점의 보석 같은 작품들을 매일 100여 명의 진성 갤러리가 방문해 단색화 화가 권영실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비움’이었다. 위대한 예술가들의 대부분은 궁극에 이르러 비움으로써 우주와의 소통을 갈구했다. 불필요한 것을 치우고, 오로지 정제된 맑은 것들과 상쾌를 나르는 색채의 하모니는 선(禪)에서 채취한 기억의 부산물이었다.

부엌의 그을린 검정도 세월의 정도에 따라 색을 달리하듯, 권영실의 색 주조 기교는 엄격한 규율과 비례로 서정과 낭만의 느릿한 움직임을 경계한다. 작가가 점·선·면으로 구축한 기본적 조형은 오리들의 자맥질처럼 분주했을 추상 작업을 연상시킨다.

Kwon Young Sil_Untitled 22-08_45.5x53.0cm_Mixed media on canvas_2022이미지 확대보기
Kwon Young Sil_Untitled 22-08_45.5x53.0cm_Mixed media on canvas_2022

Kwon Young Sil_Untitled 22-44_91.0x116.8cm_Mixed media on canvas_2022이미지 확대보기
Kwon Young Sil_Untitled 22-44_91.0x116.8cm_Mixed media on canvas_2022
Kwon Young Sil_Untitled 22-48_91.0x116.8cm_Mixed media on canvas_2022이미지 확대보기
Kwon Young Sil_Untitled 22-48_91.0x116.8cm_Mixed media on canvas_2022


무림을 능가하는 미술계에 내공의 달인이 조용히 나타난 것이다. 비장의 기교로 최근 삼 년 사이에 제작하여 전시회에 존재를 알린 그녀의 추상화들은 올해 가장 인상적이며 깊이 사유해야 할 작품으로 간주 된다. 함부로 스쳐 갈 수 없이 머물게 하는 점성이 있었다.

권영실의 무제작(無題作)들은 문명의 때깔을 서서히 벗겨내면 숨이 막힐 정도의 아름다운 동화가 숨어있다. 그녀는 감꽃을 주워 목걸이를 만드는 심정으로 진한 정(情) 상징이 된 고령토와 닥나무의 인력(引力)을 연상시키는 한지를 거문고 연주처럼 작품에 구사한다.

Kwon Young Sil_Untitled 22-49_91.0x116.8cm_Mixed media on canvas_2022이미지 확대보기
Kwon Young Sil_Untitled 22-49_91.0x116.8cm_Mixed media on canvas_2022

Kwon Young Sil_Untitled 22-50_91.0x116.8cm_Mixed media on canvas_2022이미지 확대보기
Kwon Young Sil_Untitled 22-50_91.0x116.8cm_Mixed media on canvas_2022

Kwon Young Sil_Untitled 22-92_91x91cm_Mixed media 이미지 확대보기
Kwon Young Sil_Untitled 22-92_91x91cm_Mixed media


대가들 틈에 권영실의 동시대 미술(Contemporary Art)은 담대하고 도발적인 도전장을 내밀었다. 위선과 물욕으로 가득 찬 권위주의에 대한 작은 항거는 다양한 색을 섞어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비법을 터득한 것이다. 요리의 비책에 해당한다.

가지런한 가시적 색 풍경의 이면에는 무질서와 정도를 벗어난 아집들이 제자리 잡기를 바라는 작가의 염원이 담겨 있다. 형태를 이탈한 각형(角形)이 비움과 덧보탬을 반복하면서 자신의 색을 입고 좌정한 모습은 여름과 겨울의 안거(安居)를 마친 불자 같다.

‘물질을 나눌수록 정신은 풍요로워진다’라는 화제(畵題)로 기쁨을 같이한 작가는 정작 자신의 그림 앞에서는 욕망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은 100호 위주의 작품이 다수이며 50호, 30호, 20호, 10호 크기의 그림이 갤러리의 선호에 부응한다.

Kwon Young Sil_Untitled 23-08_45.5x53.0cm_Mixed media on canvas_2023이미지 확대보기
Kwon Young Sil_Untitled 23-08_45.5x53.0cm_Mixed media on canvas_2023

Kwon Young Sil_Untitled 23-26_112.1x145.5cm_Mixed media on canvas_2023이미지 확대보기
Kwon Young Sil_Untitled 23-26_112.1x145.5cm_Mixed media on canvas_2023


60년대 풍경으로 정신세계를 구축한 작가는 추상화의 본질을 꿰뚫고 다양하고 독특한 질감을 창출해낸다. 담백하고 단순하고 조촐한 의도의 그림은 배려의 그림으로 확장되어 희극적인 세상을 일깨우는 블랙 코미디의 역할을 한다.

십여 년 전 전부터 권영실은 자연의 본질에 집중하면서 그림에 가지치기를 과감하게 단행, 자연을 선·색채·공간성으로 단순화·추상화하기 시작했다. 색 면의 대규모 확장과 극도로 단순화된 구성은 영적이고 서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몰입의 공간을 제공했다.

그녀의 작품은 한지 조각을 캔버스에 붙인 후 흙을 바르고 말린 후 물감을 칠해 제작한다. “그 작품들은 마치 색 면 아래에서 무엇인가 꿈틀거리는 듯하며 빛의 방향과 시선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모양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작가는 자기 작품이 관객과 내적인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한다. “권영실은 다양한 색상과 형태, 느낌, 분위기, 에너지 등의 상호작용을 통해 제작된 자기 작품들이 관객들에게 정서적, 영적, 경험을 불러일으키기를 원한다.”

권영실 화백은 열아홉 번 개인전 외에도 서른두 번(32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경력으로는 대한민국 창조문화예술 대상(2017), 대한민국 현대여성미술대전 최우수상(2016), 대한민국 힐링미술대전 최우수상(2014) 등을 수상했다.

Kwon Young Sil_Untitled22-73_130.3x130.3cm_Mixed m이미지 확대보기
Kwon Young Sil_Untitled22-73_130.3x130.3cm_Mixed m


자신의 그림들로 권영실은 격조와 우아함의 그림 공화국을 만들어 버렸다. 그녀의 무제(無題)가 이름을 갖게 되길 조심스럽게 요구한다. 추상이 압제하는 세상에서 작가의 건강한 이름이 우리에게 에너지원(源)의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권영실 작가의 「The less, the more」 展은 이미 많은 카오스적 담론을 도출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을 대하는 취향과 시선에 따라 열정과 냉정 사이에서 관객들은 미적 취향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그림이 처음 등장했을 때 환영받은 것은 아니었다.

권영실은 이번 전시회에서 자신의 독창적 아이디어로써 색상이 소지하고 있는 고유 의미를 헤아리면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확장했다. 아울러 전시장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초원에서 하나씩 원색을 만나는 듯한 구성미와 능수능란한 아름다운 기교를 선보였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