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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육류 소비 1위 닭고기의 경제학…물가·기후변화·환경에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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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육류 소비 1위 닭고기의 경제학…물가·기후변화·환경에 파장

글로벌 치킨 시장 갈수록 성장, 2032년 도축되는 닭 850억 마리 이를 듯
닭고기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육류 1위에 올랐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자료이미지 확대보기
닭고기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육류 1위에 올랐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자료
닭고기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육류 1위에 오른 이후 닭고기 가격 동향에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글로벌 식품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고기나 돼지고기에 비해 가격이 싼 닭고기 소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10년 동안 닭고기 소비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육류 시장에서 닭고기의 비중이 커지고 있고, 이런 현상이 기후변화와 환경 등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이들 기구가 밝혔다.

FAO와 OECD는 지난해에 전 세계에서 도축된 닭이 740억 마리에 달했다고 밝혔다. 또 오는 2032년에는 이보다 15% 증가한 850억 마리가 될 것으로 이들 기구가 추산했다. 2032년에 도축되는 소는 3억6500만 마리, 돼지는 15억 마리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치킨 시장은 약 1960억 달러(약 245조원)이고, 오는 2027년 2076억 달러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전통적으로 부자 국가일수록 육류 소비가 많았다. 미국 언론 매체 ‘복스’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전체 인구의 16%를 차지하는 선진국의 육류 소비가 전체의 33%에 이르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선진국의 육류 소비는 정체 상태이나 신흥국의 소비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향후 10년 동안 유럽의 육류 소비는 감소하겠지만, 아시아와 남미 지역의 소비가 증가할 것이라고 이 매체가 전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수억 명의 소득 수준이 중산층에 이르면 닭고기 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닭고기가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대체하고 있는 핵심 이유는 닭이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닭은 소나 돼지보다 키우는 데 돈이 덜 든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인플레이션으로 고통을 받고 있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기후변화도 닭고기 소비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소나 돼지보다 닭을 키울 때 탄소 배출이 줄어 육계 농가가 상대적으로 더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닭은 부화에서 도축까지 6~7주가 걸린다. 개도국에서 국민 소득이 늘어나면 육류 소비가 증가하고, 닭고기가 그 수요를 맞춰주고 있다. 닭고기 공급 증가로 개도국 국민의 영양 상태가 좋아지면 이들의 수명이 연장돼 글로벌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닭고기 보급 확대 등으로 인해 1970년대에 비해 세계적으로 영양실조 상태에 있는 사람의 숫자가 급격히 감소했다.

FAO와 OECD는 보고서에서 인류의 육류 소비가 2075년에 정점에 이르고, 그 이후에는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개도국의 육류 소비는 2075년까지 꾸준히 증가할 것이나, 중상위 국가는 2040년에 정점에 이르고, 그 이후에는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닭고기 가격은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사료 가격이 오르자 일부 육계 농가 병아리를 충분히 키우지 못가격이 치솟았다. 이 와중에 포장 닭고기 등을 판매하는 일부 대기업이 가격을 담합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올해 미국과 유럽 등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도 닭고기 가격에 악영향을 끼쳤다. 미국은 지난 2월 대규모 발병으로 인해 약 3800만 마리의 닭·칠면조를 도살 처분했다. 영국은 지난해 10월 최대 규모의 조류인플루엔자를 겪었다. 프랑스도 20마리 중 1마리를 처분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