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기 인상주의 운동에서 선두 역할을 한 Ravel(1875~1937)은 비엔나 왈츠와 스페인 음악, 러시아와 타국의 민속음악 어법을 비롯해 재즈의 어법도 활용했다. 미국 여행을 하기 전, 그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의 2악장에서 블루스를 응용한다.
Ravel은 기초적 방식에서 재즈의 리듬을 이해했고 인디언의 민속음악과 대조적으로 재즈의 beat보다 행진곡풍의 리듬에 안주했다. 주제는 당김음을 선호했고 반주의 독립성을 위해 리듬의 규칙성을 파괴했다. 끌로드 를로슈(Claude Lelouch:1937~) 감독의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1981)는 전자의 내용에 적합한 실례이다.
스트라빈스키(Stravinsky:1882~1971)는 랙타임적 방식으로 <Piano Rag-music>과 <Ragtime for eleven instruments>, <병사 이야기>등 다수의 작품을 썼다. 랙타임을 사용한 것은 그가 재즈에 흥미를 갖기 때문이다. 재즈와 랙타임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친구인 지휘자 에르네스트 앙세르메의 영향이 크다.
‘무질서의 결과적 인상은 무긴장을 준다.’라는 말처럼 불변성과 규칙 있는 박자는 재즈 리듬의 활력소가 된다. 신고전주의와 재즈적 착상을 접목하여 현대 재즈의 새로운 지평을 연 스트라빈스키는 한 가지 기법이 반복되지 않는다.
스트라빈스키의 <병사 이야기>는 고전적이지 않고 행진곡과 탱크, 왈츠 같은 무곡과 랙타임 등을 흉내 내고 마드리드의 night music에 기초한 모범적인 기질이 있다. 이 곡은 루터 풍이나 바흐 풍의 독일 교회의 코랄을 중심에 둔 신고전주의 풍이다.
그가 사용한 랙타임은 흑인 아메리카 음악이고 선율은 블루스가 아닌 3음을 갖고 배회하는 장·단조가 있다. <Piano Rag-music>의 선율에 희미한 블루 노트가 있으나, 그것은 복합조성 반주에 둘러싸여 흑인음악과 유사성이 없다.
발레음악 <페트르슈카>를 비롯한 스트라빈스키의 새로운 시도와 프랑스 6인조의 화려한 활동, 도나우 에싱겐이나 잘쯔부르크의 ‘현대음악제’와 유럽에서 재즈가 상업화된 사건 등으로 음악계는 반낭만적 색채가 짙은 실험주의 성격이 두드러진다.
‘신음악’의 등장은 조성과 리듬, 형식의 일체를 거부한다. 나치즘, 파시즘, 스탈리즘 강화책은 신음악을 배격하고 고전음악 복귀로 움직인다. 전쟁으로 야기된 독일에 대한 반감이 낭만주의의 풍부한 유산에서 벗어나려는 ‘지배력에서 탈출’로 전환하려는 의도이다.
스트라빈스키는 재즈의 영향이 깃든 <봄의 제전>, <불새>에서 자신의 특징을 잃지 않고, 독자적 표현 방식으로 재즈를 수용한 다. ‘cake-walk’ 음형을 싱코페이션 시키고 평범한 특징들과 병립, ‘Afro-American’ 음악 보다 그의 특성이 담긴 랙타임을 만들었다.
그는 박자 기호를 끊임없이 변화시킨다. 기능 화성적 3화음은 약화 되고, 복조화음을 다양한 음향으로 재창조한다. 얀 쿠넹(Jan Kounen:1964~) 감독의 영화 <샤넬과 스트라빈스키>(2009)는 위의 사실을 뒷받침한다.
정순영 음악평론가 겸 작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