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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관광용어도 쉬운 우리말로 30] 볼런 투어→봉사여행(관광), 슬럼 투어→빈민가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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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관광용어도 쉬운 우리말로 30] 볼런 투어→봉사여행(관광), 슬럼 투어→빈민가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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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새로운 양상 중에 볼런투어가 있다. 볼룬투어, 볼론투어 등 여러 가지로 쓰고 있지만 볼런투어가 한글 표기법에 맞는다. 볼런투어(voluntour)는 자원봉사를 의미하는 볼런티어(volunteer)와 여행, 관광의 투어(tour)를 합성한 말로 봉사 활동을 하면서 여행을 하는 것을 말한다. 대학생들이 방학 때 하는 농촌활동과 그 이후 여행도 이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 우리말로는 ‘봉사여행(관광)’이 되겠다. 투어는 우리말에 관광이 더 어울리지만 여행으로도 많이 쓰인다.

슬럼 투어(slum tour)는 특이한 여행 행태다.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지역인 슬럼(slum)과 여행이 합쳐진 말이다. 빈민 투어라고도 한다. 도시 관광의 한 유형으로 빈민가를 방문해서 그들의 어려운 삶을 체험하며 어려운 현실을 느낀다. 19세기 말 뉴욕, 런던의 상류층이 자선을 명분으로 빈민가를 방문해 관찰하는 데서 비롯됐다. 빈민가의 어려운 생활상을 보면서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제공한다면 긍정적이겠지만 한편으로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상품화한다는 측면에서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방법론에서 신중함이 필요하다. 우리말로는 ‘빈민가 관광’이 적합하겠다.
숨가쁜 도시생활처럼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빨리빨리 지나치는 형태의 관광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것이 슬로 투어(slow tour)다. 여러 곳을 다니면서 즐기는 것보다 한곳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천천히 즐기는 여행을 말한다. 우리말은 슬로 투어와 상통하는 의미를 지닌 슬로 시티와 슬로 푸드를 참고로 하면 이들 말은 국립국어원에서 우리말 쓰기를 이미 정해 놓았다. 슬로 시티(slow city)는 우리말로 ‘참살이 도시’이고 패스트 푸드에 대비되는 슬로 푸드(slow food)는 ‘여유식’ ‘느림 음식’이다. 이 가운데 슬로 푸드의 슬로에서 ‘여유’나 ‘느림’이 슬로 투어와 의미가 더 가까울 것 같다. 그래서 슬로 투어는 우리말로 ‘여유 여행(관광)’ 또는 ‘느림 여행(관광)’으로 할 것을 제안한다.

그밖에 투어랠리(tour rally)는 지방자치단체가 관광객 유치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관광객들이 지역 내 다양한 관광지를 방문하여 이를 증명하는 사진 등을 누리집 등에 게시하면 시상을 하는 행사로 우리말은 ‘관광지 돌아보기 대회’ ‘관광지 순회 대회’이다. 관광 이외의 분야에서도 투어가 들어간 말이 쓰이는데 투어링 컴퍼니(touring company)는 상주 극단과 반대되는 용어로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 여러 곳을 이동하면서 공연하는 극단으로 방랑 극단인 셈이다. 우리말로는 ‘순회 극단’이다. 투어 콘서트(tour concert)는 ‘순회공연’이다.


황인석 경기대 미디어문화관광 전공 교수 alexh@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