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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섭, 예술 조명의 빛나는 한 축…"어떤 작품이든 빛 자체로 메시지 던지는 순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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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섭, 예술 조명의 빛나는 한 축…"어떤 작품이든 빛 자체로 메시지 던지는 순간 있어"

[나의 신작연대기(21)] 원유섭(조명디자이너, 아트원 플러스(ART WON+) 대표)

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 사진=알앤디웍스이미지 확대보기
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 사진=알앤디웍스
원유섭 조명디자이너는 연극·뮤지컬·무용·콘서트 등 공연 관련 조명디자인 작업을 20년 가까이 하고 있다. 주목할 예술가 원유섭의 조명디자이너로 사는 삶은 연극 조명으로 극단 서울공장의 'TV동화 행복한 세상'(2004)~극단 레드앤블루의 '나쁜 자석'(2023), 뮤지컬 조명으로 극단 서울공장의 '춤추는 아이'(2005)~페이지 1의 '곤투머로우'(2023), 콘서트, 예술총감독, 방송에 이르기까지 범위가 넓다. 올해에만 연극 '아마데우스', 뮤지컬 '빨래'(27차), '호프', '라흐헤스트', '야구왕 마린스'의 조명디자인을 맡았다.

원유섭의 조명은 1세대 조명디자이너인 부친 원동규 전 국립극장 조명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아 연극 '보이첵', '신의 아그네스', '대머리 여가수', '거미여인의 키스', '오셀로', '클로져',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총각네 야채가게', '셜록홈즈', '쿠거', '록키 호러 쇼', '서울의 달', '싱잉 인 더 레인', '프리실라', '라이프', '라스트 로얄 패밀리', '마마 돈 크라이', '하이스쿨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킹 아더', '검은 사제들', '팬레터'에서 주목을 받았다. 'CATS', '안나 카레니나', '라이언 킹', '오페라의 유령'은 코리아 투어에서 원유섭 조명의 도움을 받았다.
뮤지컬 'HPOE' 사진=알엔디웍스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뮤지컬 'HPOE' 사진=알엔디웍스 제공
뮤지컬 '더데빌'. 사진=알엔디웍스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뮤지컬 '더데빌'. 사진=알엔디웍스 제공

뮤지컬 '빨래'. 사진=수박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뮤지컬 '빨래'. 사진=수박 제공


조명디자인은 꼼꼼한 대본 분석이 필수다. 조명은 시간과 장소, 시대 배경 및 대본의 표현 공간을 중시한다. 작품 연습이 시작되면 창작자들과의 토론으로 조명은 많이 달라지지만 기본 작업은 충실해야 한다. 세부 디자인 작업은 조명기의 배치와 강조 부분에 신경 쓴다. 작품에 적합한 조명기기 및 패턴(고보), 장면별 테마가 되는 색상 등 빛으로 구현할 수 있는 요소들을 찾는다. 조명은 무대디자인과 배우들의 동선, 음악적 분위기도 고려한다. 현장 셋업 직전까지 연출과 무대디자이너와의 협의로 수없이 조명이 수정된다.

시공간·등장인물의 감정 등 조명의 표현 영역 '수두룩'


셋업 현장의 조명 작업은 기기의 설치, 시스템 구축, 장면별 메모리, 리허설, 공연 순이다. 설치와 시스템 구축 동안 될 수 있으면 극장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다. 조명디자인이 완성되는 곳은 관객과 만나는 극장이다. 빛이라는 소재의 특성상 눈으로 직접 확인했을 때 처음 구상과 달라지는 경우가 흔히 있다. 장면별 메모리가 시작되기 전 테스트 삼아서 가 메모리를 해본다거나 직접 인물에 비춰본다거나 하는 작업들로 기기의 세부 위치와 설치 방법들을 결정짓는다. 머릿속의 그림을 실제로 시각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뮤지컬 '킹 아더'. 사진=알엔디웍스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뮤지컬 '킹 아더'. 사진=알엔디웍스 제공

연극 '도리안그레이'. 사진=페이지1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연극 '도리안그레이'. 사진=페이지1 제공

뮤지컬 '펜레터'이미지 확대보기
뮤지컬 '펜레터'


장면별 메모리 시간을 통해 조명디자인의 가장 큰 뼈대가 완성된다. 추상적인 구상들이 정해진 공간, 완성된 세트에서 실제로 구현된다. 연출부 혹은 무대디자인 팀과의 협의가 계속 병행된다. 기술·의상 두 가지로 나뉘는 리허설 때가 조명은 최고조의 집중력을 요한다. 기술 리허설은 모든 분야에서 수정 보완이 병행, 진행되기 때문에 사이사이 리허설이 멈추는 시간 안에 업무를 마쳐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긴다. 이런 과정을 거쳐 공연과 똑같은 조건으로 진행되는 의상 리허설을 마치면 본 공연의 막이 오른다.

원유섭은 많은 조명 작업을 거쳐왔다. 조명의 표현 영역은 시공간, 날씨, 분위기, 등장인물의 감정 등 무수히 많다. 조명이 작품 자체에 기능적으로 참여하면서, 표현이 사실적일 필요가 없는 순간이 존재한다. 뮤지컬 '빨래', '브로드웨이 42번가', '오펀스' 등은 대본에 충실한 조명의 역할이었던 반면 뮤지컬 '더 데빌'이나 '그림자를 판 사나이', 연극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같은 경우는 역할을 구분 짓기조차 힘든 표현이 많이 있었다. 어떠한 작품이라도 빛 그 자체로 메시지를 던지는 순간이 있다.
뮤지컬 '캣츠'이미지 확대보기
뮤지컬 '캣츠'

연극 '나쁜자석'이미지 확대보기
연극 '나쁜자석'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이미지 확대보기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원유섭은 숱한 공연장에서 작업을 한다. 공연장의 특성은 조명에 영향을 미친다. 조명은 무대 위의 인물을 비추되 무대 위 조명에 집중하게 만드는 기교가 필요하다. 조명기는 피사체에 집중해서 빛을 보낼 수 있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관객에게 보이는 공간 외에도 무대 위를 비춰줄 조명기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예술가의 머리 위, 양옆, 뒤쪽이나 정면, 발 아래 공간이 될 수도 있다. 공간은 모든 극장이 같지 않다. 극장의 구조, 전력 용량이 다르다. 대극장이라고 무조건 조명 여건이 좋은 것만도 아니다.

무대 위 인물 비추지만 조명에 집중케 하는 기교 필요


조명디자이너에게 자신의 조명 감각을 살려야 하는 공연은 늘 새로운 도전이다. 공간이 협소할 때 무대 위 공간을 채울 수 있는 빛 선들을 찾기 어려워서 전반적 톤은 빛깔이나 패턴 쪽에 신경을 많이 썼다. 뮤지컬 '빨래'와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사실적인 표현에 집중한 경우다. 소극장은 빛의 퍼짐을 최소화하면서 세밀한 밝기로 세트들을 살리고 인물에게 집중하기가 어렵다. 세 번의 재공연까지 수많은 수정 보완이 이루어진 작품은 괴테의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했던 뮤지컬 '더 데빌'이다.

대극장이나 아레나, 야외 상설 무대는 무대 위 아티스트 외에 세트 혹은 구조물들이 더욱 부각돼야 한다. 뮤지컬 '킹 아더'와 'CATS'는 장소가 넓은 만큼 표현에 제약이 없었다. 넓은 공간을 채우는 것도 도전이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등장인물에 집중하지만 공간 자체가 주는 웅장함까지 표현하는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 축적된 경험과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단계 없는 발전은 없고 경험 없는 연륜은 없다. 작은 공간의 디자인이 크다고 해서 무조건 쉽다는 것은 아니다.
연극 '어나더 컨트리'이미지 확대보기
연극 '어나더 컨트리'

원유섭 아트원 플러스 대표
원유섭 아트원 플러스 대표


‘등장인물 외에 배우는 조명이다’라는 말에 조명디자이너는 자부심을 느낀다. 관객들의 공감은 기쁨을 배가시킨다. 원유섭은 '더 데빌'처럼 디자이너가 도전정신을 가지고 작품에 임할 수 있는 좋은 창작품들이 많이 생산되기를 바란다. 최고의 조명은 좋은 조명 스태프가 뒷받침돼야 한다. 조명 인력도 조수나 협력 디자이너가 필요하다. 급변하는 추세인 조명의 기술력도 발전 속도가 빠르다. 조명 콘솔의 경우 영상 혹은 특수효과 통제까지 맡으며 경험이 풍부한 조명디자이너와 협력할 재원이 필요하다.

원유섭은 2013년부터 ‘아트원 플러스(ART WON+)’의 대표로 장비 대여 사업도 겸하고 있다. 매번 임대 의뢰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자신이 디자인한 작품에서 적합한 장비를 사용하게 되면서 장비가 쌓이게 되고, 조금씩 장비가 늘다 보니 대여 사업이 가능하게 되었다. 장비 대여 사업과 더불어 좋은 디자인을 위해서 자신과 호흡이 잘 맞는 조명 스태프들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임대 수입은 좋은 스태프들에게 안정적인 급여로 지속 작업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면서 본격적인 대여 사업을 병행하게 된다.

원유섭은 조명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여름 제주도 콘서트 참여 이래 조명을 천직으로 삼았다. 원유섭은 ‘일생의 업’인 조명 관련 모든 것을 총괄하는 대표이자 조명디자이너로서 아트원 식구들과 끊임없이 좋은 공연을 하고자 한다. 해외 라이선스 공연을 국내 기술력만 가지고 월드 투어를 떠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한국의 공연 작품이 연구하는 조명디자이너로 참여해 그 공연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순수 국내 창작품이 되기를 기대한다. 원유섭의 조명은 붉게 타오르는 가을 단풍을 닮았다. 대전진을 촉구한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