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감은 국가 글로벌 경쟁력 포기다
지난달 30일 4대 과기특성화 대학과 포스텍, 한국에너지공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이화여대 등 11개대 학생들이 정부의 2024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반대한다며 대학생 공동행동을 결성했다. 이들 대학 학부 총학생회로 구성된 공동행동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는 소통 없이 삭감된 내년도 R&D 예산안을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이렇듯 정부의 2024년 R&D 예산 삭감을 둘러싸고 학계와 과학계, 대학생의 반대가 거세다. R&D 예산 삭감은 올해 정기국회 예산 심의의 최대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2024년 예산안에서 R&D 예산안을 올해 31조1000억원에서 16.7% 삭감한 25조9000억원으로 편성했다. R&D 예산 삭감은 1991년 이후 33년 만이다. 이는 지난 6월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나눠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세수 부족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정부 R&D 예산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처음으로 10조원을 넘겼고, 박근혜 정부 때는 16조원을 편성했다. 정권마다 중점을 두는 분야는 달라도 R&D 예산을 줄이는 경우는 없었다. 전체 예산 대비 R&D 예산은 늘 5% 수준을 유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때인 2017년 19조5000억원이던 R&D 예산은 지난해 29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31조1000억원으로 30조원을 넘겼다.
특히 R&D 예산 삭감은 기술패권 경쟁 시기에 전 세계가 R&D 주도권 확보를 위해 전쟁을 치르는 상황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R&D 예산은 1998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도 감액하지 않고 꾸준히 증가시켜 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미국·프랑스·일본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들이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R&D 예산을 매년 증액하고 있는 것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남의 일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
정부는 또한 R&D가 국가의 기술 혁신과 경제 성장, 글로벌 경쟁력 강화, 산업의 다각화, 인적 자원 개발 등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특히 첨단 기술과 혁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높은 수준의 연구개발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한다는 점을 뼛속 깊이 인식해야 한다.
정부는 R&D 예산 삭감에 과학기술계 연구자 96% 이상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가 지난달 16~20일 연구자 44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R&D 예산 삭감 의견조사’ 실시 결과 95.62%가 ‘비효율을 걷어내고 R&D를 위한 구조조정’이라는 정부의 R&D 예산 삭감 논리에 반대했다. 특히 이들은 R&D 삭감이 연구 중단이나 축소, 학생연구원의 고용을 어렵게 하고 이공계 기피 심화, 과학기술계 생태계 붕괴를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서 최소한 삭감된 R&D 예산을 되돌려야 한다.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R&D 예산안 복구 방침을 세웠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열린 우수 신진 연구자와 대화 및 연구개발특구 50주년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앞으로 연구자들이 제대로 연구할 수 있도록 돈이 얼마가 들든지 국가가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고무적이다.
지원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wsedu@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