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급훈 '범사에 감사하자'는 결국 '일상에 감사하자'라는 뜻이었지만,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그때는 그 말이 전혀 가슴에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생각할수록 절실하게 와닿는 말이다.
당연히 '범사에 감사하자'는 주위에 늘 있는 것들에 감사하자는 거다. 하지만 커져가는 욕망에 가려져서 범사는 쉽게 잊히곤 한다. 늘 옆에 계시던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그동안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진정으로 알게 되었다.
일상이 일상이 아니었음을 알게 해주신 부모님은 하늘나라로 가셔서도 자식에게 교훈을 주셨다. 지금의 일상이 나중에는 일상이 아닐 수 있음을 깨달으며, 더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다잡고 있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경쟁하다 보니 주로 남을 보고 경계하거나 선망하곤 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남을 살피는 것보다 자신을 살피고 강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는 당면한 사랑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꾸 잊고 산다. 그래서 '범사에 감사하자'는 말이 급훈으로 올려졌던 것 같다.
남을 사랑하기 전에 나를 먼저 사랑해야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나를 나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나를 위해 자신의 존재를 던질 수 있는 사람들이다. 누구인지는 당연히 누구나 알 것이다.
하물며 이러한 무조건적인 사랑은 인간보다 소위 하등하다는 동물에게서도 관찰된다. 변사 시대의 영화로 회자되었던 이수일과 심순애의 사랑도 이제는 심순애가 십분 이해된다.
학창 시절에는 이수일을 버리고 김중배의 다이아몬드를 선택한 심순애가 배신한 여자로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새로운 사랑보다는 가족에 대한 사랑을 위해 심순애는 다이아몬드가 필요했을 것이다.
우리는 오히려 이수일처럼 사랑을 지키지 못하는 '찌질이'가 되어서는 안 되고, 심순애에게 뭐라고 비난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수일은 자신을 각성하게 해준 그녀에게 감사하며 다이아몬드를 갖기 위해 절치부심해야만 한다.
칼럼 자문인 김흥도 감독은 이러한 사랑의 형태를 영상으로 보여준다.
어려운 가정환경을 극복하고 대한항공 스튜어디스가 된 여주인공은 자신의 상급자인 남자를 사귀게 된다. 하지만 아주 부잣집 아들인 그는 그녀에게 집중하지 않는다.
거기에 실망한 그녀는 결혼을 위해 성실한 공무원인 남자 주인공을 만나 사귀게 되지만, 갑자기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일본으로 가버린다.
다시 찾아온 상급자는 그녀에게 집착한다.
남자 주인공은 자신이 지켜야 할 어머니가 있기에 사랑하는 그녀를 포기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잡고 싶지만, 자격지심으로 잡지 못한다.
상급자는 그녀에게 잘못을 빌며 집착이 아닌 자신의 사랑을 호소한다.
그녀는 남자 주인공과의 다이아몬드가 아닌 진실된 사랑과 추억은 영원히 가슴에 묻어두려고 한다. 그와의 여러 모습들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그녀가 한 달 비행 일정을 알려주면 매번 공항에 버스를 타고 와서 손을 호호 불면서 기다려주던 모습. 거리를 걸어 다닐 때도 차를 피해 인도 안으로 자신과 위치를 바꿔주며 자신을 존중하고 아껴주던 모습. 자신의 차가 없어서 어울리지 않는 서류 가방에 꽃을 가득 숨겨 넣어 전해주던 수줍어하던 그의 모습. 아껴주고 싶다고 그 흔한 키스도 시도하지 않는 모습.
그의 직장인 연구소에 그녀의 친구를 계약직으로 채용해 주면서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그녀와 관계된 모든 것이 좋다고 하던 그였다.
한 번 비행 다녀올 때마다 남자 승객 명함이나 냅킨에 적은 남자들 전화번호를 잔뜩 가져와서 자신의 인기를 보여줘도 해맑게 웃던 모습들.
다른 직장 동기들은 스포츠카 탄 남자친구들이 공항에서 기다려도 그녀는 걸어 다니던 그가 좋았다.
밤새 통화하며 서로 노래 불러 준다고 아침이 밝은 줄도 모르고 사랑했던 그 사람. 하지만 그와 헤어지려고 한다. 그녀도 지켜야 할 사랑이 있으므로.
김흥도 감독은 이에 걸맞은 음악으로 김성호의 '회상'을 추천한다. 노랫말과 함께 말이다.
바람이 몹시 불던 날이었지.
그녀는 조그만 손을 흔들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나의 눈을 보았지. 우흠.
하지만 붙잡을 수는 없었어.
지금은 후회를 하고 있지만.
멀어져 가는 뒷모습 보면서,
두려움도 느꼈지. 우흠.
나는 가슴 아팠어.
때로는 눈물도 흘렸지.
이제는 혼자라고 느낄 때.
보고 싶은 마음 한이 없지만,
찢어진 사진 한장 남질 않았네.
그녀는 울면서 갔지만,
내 맘도 편하지는 않았어.
그때는 너무나 어렸었기에,
그녀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네.
그렇게 나쁘진 않았어.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은.
한두번 원망도 했었지만,
좋은 사람이었어.
하지만 꼭 그렇진 않아.
너무 내 맘을 아프게 했지.
서로 말없이 걷기도 했지만,
좋은 기억이었어. 우흠
너무 아쉬웠었어.
때로는 눈물도 흘렸지.
이제는 혼자라고 느낄 때.
보고 싶은 마음 한이 없지만,
찢어진 사진 한장 남질 않았네.
그녀는 울면서 갔지만,
내 맘도 편하지는 않았어.
그때는 너무나 어렸었기에,
그녀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네.
때로는 눈물도 흘렸지.
이제는 혼자라고 느낄 때.
보고 싶은 마음 한이 없지만,
찢어진 사진 한장 남질 않았네.
그녀는 울면서 갔지만,
내 맘도 편하지는 않았어.
그때는 너무나 어렸었기에,
그녀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