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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춤에 대한 미래지향적 상상력, 한예종 무용과 정기공연 '화양연화 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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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춤에 대한 미래지향적 상상력, 한예종 무용과 정기공연 '화양연화 貳'

[나의 신작연대기(38)] 이소정(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무용과 교수) 재구성·연출·안무의 '화양연화 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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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정 재구성·연출·안무의 '화양연화 貳'
청춘은 아름다워라/ 사람들은 그대들의 날들을 화양연화라 한다/ 그대들이 싱그러움으로 움직일 때마다/ 맑고 밝은 무지개가 피어오른다/ 청춘이여/ 가장 아름다운 날들을 골라 국악기의 소리를 실으라/ 춤은 바람을 탈 것이다/ 계절이 익어갈 때마다 춤도 익어 가리라/ 햇살 기분 좋게 밝은 날/ 빛의 수레가 보리밭을 스치면/ 일렁이는 보리가 금빛 가득 미소 지으리/ 청춘은 아름다워라/ 그대들의 땀과 미소와 청춘이 날마다 소금꽃으로 피어나는 나날들/ 청춘에 바람이 인다/ 그대들의 노력이 있는 한/ 청춘은 아름다워라

지난 2일 오후 7시 30분, 3일 5시,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무용과 제23회 정기공연으로 전통예술원 주최, 전통예술원 무용과 주관, 문화체육관광부 후원, 이소정 예술감독·연출·안무의 '화양연화 貳(花樣年華 두 번째, The most beautiful and happiest time of life)'가 공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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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정 재구성·연출·안무의 '화양연화 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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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정 재구성·연출·안무의 '화양연화 貳'

'화양연화 貳'(이후 ‘화양연화 2’)는 ‘살풀이춤’(노적성해), ‘승무’(데칼코마니), ‘사랑가’(연인-愛), ‘태평鼓’(기경결해), ‘한량무’(풍류), ‘부채춤’(꽃향), ‘소고춤’(꽃길), ‘태평무’(향연)에 이르는 8개 레퍼토리로 구성되었다.

'화양연화 2'는 익숙한 춤을 다르게 구성했고, 요일에 따라 또 다른 변화를 가하면서 전통춤의 출구 방법론을 제시했다. 원작의 재구성과 변화: 이매방류 ‘살풀이춤’·‘승무’·‘한량무’, 최종실류 ‘소고춤’, 강선영류 ‘태평무’를 이소정이, 한영숙류 ‘살풀이춤’을 홍지영이 재구성했다. 아울러 이소정은 ‘김백봉부채춤’을 지도하고, ‘부채춤’을 재안무하고, 송범류 ‘사랑가’를 안무했다. 이소정은 이전의 작품과 차별되는 움직임에서의 두드러진 변화와 군무를 구성할 때 효율적 연출과 안무 능력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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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정 재구성·연출·안무의 '화양연화 貳'
원작 이매방, 안무 이소정이미지 확대보기
원작 이매방, 안무 이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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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정 재구성·연출·안무의 '화양연화 貳'

이소정은 단조로움을 털어내는 다양한 방법을 구상한다. 이동무대는 다양한 춤 갈래의 등장인물을 무대에 올리며 사라진다. 공연은 가시적 방법과 정신적 성숙의 전통춤 조련 방법을 암시한다. 분주한 무대 회전, 등퇴장 시의 상하 이동, 천을 걸거나 단을 쌓아 입체감을 살리는 등의 행위나 변화, 색상과 색감을 살리는 의상과 악기와 조화, 미세한 감정과 분위기까지 고려한 조명, 전통춤에 적합한 음악과 음향 등은 가시적이며, 자신감 가득한 풋풋한 청춘들의 춤은 기성 춤과 차별화되며, 정신적 수련 단계의 춤임을 읽게 해준다.

‘살풀이춤’: 회화적 구성이 돋보이는 넓고 긴 천이 천장에 연결되어 있다. 살풀이 가락이 액(厄)을 제거하겠다는 듯 호남 무악(巫楽) 살풀이장단으로 살풀이춤을 인도한다. 하늘빛을 받은 소복은 독무와 군무를 오가며 미학적 아름다움을 창출한다. 한의 극치가 기(氣)에 이르고, 기의 완성으로 마음을 내보인다. 춤추는 사이 천은 사라진다. 맺고, 풀고, 어르는 기법이 정중동의 미가 두드러진다. 절제되고 섬세한 춤사위로 즉흥적이며 서정적인 한과 신명을 표현해 내며 한국 춤의 다양한 미적 요소를 소지한 교과서적인 전통춤이다.

‘승무’: 중요무형문화재로 한성준-이매방-채상묵으로 전승되었다. 한국 춤 기법이 집약된 민속춤의 교과서로서 ‘살풀이춤’과 쌍벽을 이룬다. 품위와 격조의 춤은 불교 색채가 짙으며 민속무용 가운데 예술성이 가장 높다. 승무는 인간 본연의 의미를 고차원으로 극복하고 승화시켜 구도적 진리를 갈구한다. 장삼의 장엄한 곡선미는 속세의 번뇌와 수도승의 고행을 표현하듯, 공간미와 내공의 호흡을 표출하는 춤사위로 구성된다. 종반부에 법고는 힘차고 풍요로운 2분 박과 3분 박, 혼합 형태의 민속 리듬으로 다양하게 타주 한다.

‘사랑가’: 군무와의 조화를 맞춘 이소정 안무의 ‘사랑가’는 송범류 ‘사랑가’를 기반으로 스토리텔링 했다. 판소리 춘향전 중 ‘사랑가’ 사설에 이몽룡과 성춘향의 애틋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현대적 감성으로 재안무했다. 남녀 듀엣의 ‘사랑가’는 동화적 분위기까지 소지한다. 남녀의 의상, 판소리 ‘사랑가’. 남녀 두 사람의 연기 조화, 시작과 마지막의 과정을 살펴보면서 춤 실력을 비교하는 것도 묘미다. ‘사랑가’는 출연진의 나이에 따른 연기력을 살펴보는 좋은 기회가 된다. 풋풋한 듀엣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태평鼓’: ‘태평鼓’는 사물이 이동무대를 타고 무대로 솟아오르게 만든다. 설장고와 삼고무, 오고무, 칠고무의 사물 장단인 다스름-굿거리-연풍대-별달거리-휘모리로 점점 고조되면서 춤놀이의 형식으로 새롭게 안무한다. 설장고춤은 태극무늬와 꽃을 형상화했으며 여러 개의 북을 두드림으로써 향연과 신명을 표현하고자 강렬하지만 부드럽게, 협동적이며 화려한 장단으로 구성했다. 춤사위와 타법이 조화롭게 연결되어 축원의 의미를 염두에 두고 구성한 작품이다. 무용과 레퍼토리로 설장고춤과 북의 향연을 태평鼓라 칭한다. (원작 이매방, 안무 이소정)

‘한량무’: 예부터 멋과 풍류를 즐기던 한량들의 춤으로서 한량의 의연한 기품과 역동성을 표현한 대표적인 남성 춤이다. 갓, 도포, 부채로 상징되는 젊은 양반들의 모습은 매력적이다. 과거에 급제하기 이전의 양반들이 모여 추던 춤이다. 남성 4인무의 절제된 춤사위와 정중동의 응축미로 흥과 멋의 운치를 담아냈다. 연출의 손질로 세 명의 한량이 앉아있고, 한 선비가 등장하여 만나는 광경을 연출한다. 또한 새소리와 거문고 소리, 호적 시나위의 선율에 즉흥적이면서 다양한 남성적 춤사위를 활달하게 재구성했다.

‘김백봉부채춤’: 1954년 창작된 이 춤은 평남의 역사·문화를 기반으로 한다. 이 춤은 평남 무형문화재 제3호 '김백봉부채춤'(보유자 안병주)이다. 양손 부채의 부드러운 곡선과 음양이 조화를 이룬 이 춤은 중후하며 유연하고 탄력적이며 한국적 정서가 깊게 묻어난다. 반주 음악은 굿거리와 자진모리장단이다. 흥겹고 경쾌한 리듬이 역동적인 춤사위로 창출되며 태극선과 포물선 상의 곡선을 만들어 간다. 부채 사위의 기본적 구조는 자연의 이치를 근본으로 삼아 묘사된다.

‘소고춤’: 풍물 또는 남사당패의 연희춤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한민족의 영원과 사상을 담고 있는 미학의 춤, 타무로도 불린다.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한다. 이 춤은 소고놀이의 독특한 춤사위와 가락을 짜임새 있게 구성해 복원한 춤으로 경쾌하면서도 절도 있게 몰아친다. 소고춤의 형식은 길놀이, 굿거리, 자진모리, 동살풀이, 휘모리 순으로 사물놀이 연주와 태평소 반주가 춤을 이끌어가며 치고, 달고, 맺고, 풀고 하는 장단에 맞추어 소고를 두드리는 가락에서 나오는 흥과 신명 나는 몸짓을 통해 혼을 담는다.

‘태평무’: 국가무형문화재 제92호, 한성준-강선영-양성옥에 의해 전승되고 있다. 왕십리 당굿의 무속 장단을 바탕으로 경쾌하고 절도가 있다. 태평무는 문헌 기록이나 구전으로 보아 약 100년 전부터 추어 왔던 춤임은 틀림없다. 태평무의 내용은 나라의 풍년과 태평성대를 축원하는 뜻을 담고 있으며, 위엄과 격조가 높으면서도 경쾌하고, 가볍고도 절도 있게 몰아치는 발 디딤새가 특징이다. 음악은 경기도당굿을 토대로 구성되어 있고 민속음악의 대표적인 가락과 장단이 고루 어우러져 매우 독특하며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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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정 재구성·연출·안무의 '화양연화 貳'

이소정은 국가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이수자, 강선영춤 전승원 부이사장으로서 전통춤에 깊이 천착한 무용수이자 한예종에서 후학을 지도하는 교육자다. 그녀가 한예종 전통예술원 무용과 제23회 정기공연으로 올린 '화양연화 2'는 강선영의 예술정신을 이어가는 열정의 무용가로서 현실과 전통 사이에서 고뇌하는 젊은 학자의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주었다. 그녀의 재능이 빛나는 이번 공연은 앞으로 전통춤 발전의 소중한 지표가 될 것이다. 전통춤에 대한 안무가의 미래지향적 상상력과 학생들의 노고에 존중을 표한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