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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안무의 'Sounds of Rain', 상큼한 터치感을 나른 현대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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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안무의 'Sounds of Rain', 상큼한 터치感을 나른 현대발레

[나의 신작 연대기(52)] 발레블랑 45주년 기념공연 ‘RE:’에서 공연된 김다애(발레리나, 다스탄츠 대표) 안무의 'Sounds of Rain'
김다애 안무의 'Sounds of Rain'. 사진=ⓒ한필름이미지 확대보기
김다애 안무의 'Sounds of Rain'. 사진=ⓒ한필름
빗소리를 사유한다/ 격한 감정을 불러왔던 젊은 날/ 느리게 부드럽게 출렁이던 풀빛을 안고/ 빨간 우산 속의 밀어는 능금빛으로 물들어 갔다/ 너무 푸르러 검게 보이던/ 수묵의 시절은 분주함 속에 묻혀버리고/ 뒷걸음의 아름다움을 깨달을 때까지/ 그리 먼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 말을 대신한 숱한 움직임 위로/ 내 안의 빗물이 쏟아지고/ 슬픔의 제(祭)를 건넌 자들이 벌이는 춤/ 자유의 기운은 푸르디푸르러/ 아득히 이어지는 한국화의 축복으로 빛난다

3월 15일 19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펼쳐진 발레블랑(회장 탁지현) 45주년 기념공연 ‘RE:’에서 김다애 안무의 'Sounds of Rain'이 공연되었다. 김다애(안무가, 이화여대 무용과 졸업, 동 대학원 무용과 박사과정 재학 중)는 독일 하겐 시립극장에서 17~19시즌, 독일 뉘른베르크 주립극장에서 19~21시즌 발레를 연마하고 귀국하여 'Sounds of Rain'(2022), '심판_검게 물들다'(2023), 'HILLYBILLY'(2024)에 이르는 안무작을 발표해 왔다. 그녀의 작품은 일본 SAI Dance Festival(2023) 초청, 댄스커넥션 1&7 발레부문 선정(2024), 제15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선정(2025)으로 국내외적 인지도를 소지하고 있다.

김다애는 장대비가 쏟아지던 여름, 존재의 경계를 넘어서는 상실을 경험한다. 차창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서로의 눈물처럼 애절하게 내리던 순간의 기억은 'Sounds of Rain'(2022)으로 탄생했다. 영제(英題)의 빗소리는 한국발레협회 ‘신인안무가전’ 우수상을 안겼다. 3년이 지나고 그리운 추억의 모습으로 만난 을사년의 'Sounds of Rain'은 표현 영역 확장을 위한 무용수 선정, 이에 맞는 움직임 연구, 수정을 통해 극의 몰입도와 완성도에 집중했다.

안무가는 ‘인간은 어두운 감정을 회피하거나 치유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경향’을 인정하지만, 그녀는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이론에서 영감을 받아, 빗소리로 촉발된 인간의 슬픔과 그 안에서의 고독이 단지 회피해야 할 감정이 아니라, 존재의 근본적인 기분으로서 그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는다. 안무가는 “인간은 고독을 통해 회복되고 성장한 자아가 타인과 더 넓은 시공간의 이해로 나아가며, 소통과 열림의 세계를 제공한다”라고 믿는다.
김다애 안무의 'Sounds of Rain'. 사진=ⓒ한필름이미지 확대보기
김다애 안무의 'Sounds of Rain'. 사진=ⓒ한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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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안무의 'Sounds of Rain'. 사진=ⓒ한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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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안무의 'Sounds of Rain'. 사진=ⓒ한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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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안무의 'Sounds of Rain'. 사진=ⓒ한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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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안무의 'Sounds of Rain'. 사진=ⓒ한필름

'Sounds of Rain'은 ‘몸(현재)에 닿다’(일반적 기분에 함몰된 몸의 호소), ‘시선(미래)에 닿다’(Into a blind darkness), ‘시간(과거)에 닿다’(시공간 초월의 본질에 다가서는 무한대(Infinity)의 걸음)에 이르는 세 개의 장면으로 구성된다. 빗소리는 몸, 시선, 시간에 닿으며 완성된다. 안무가는 비가 계속 내리는 상황을 설정하되 시공간을 초월하여 빗방울이 떨어져 자극하는 지점에 집중하여 장면을 나눈다. 슬픈 감정과 상태 변화가 지나온 삶을 관통한다.

움직임을 창작한다는 것은 안무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그것처럼 흥미롭다. 안무 작업은 중독성이 있다. 선호하는 음악에 맞추어 춤을 만들어 나가면 안무가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Sounds of Rain'은 김다애가 독일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따끈따끈한 호흡과 몸이 준비 되어있는 상태에서 만든 첫 번째 안무작이었다. 신작을 맛본 무용수는 곧바로 호흡과 중심점이 매우 낮고 상·하체의 바운스가 작품 내내 움직임을 감싸고 있음을 감지하게 되었다.

한국무용처럼 호흡에 따른 에너지가 빠져나감 없이 몸을 순환하며 겨드랑이와 사타구니를 들썩이게 만든다. 이러한 이치에 대한 이해와 훈련은 한 작품을 만드는 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안무가는 무용수 선정에 신중해진다. 안무가는 무용수(배민지, 김민수, 안세원, 오한들, 전희원)를 작품에 특화했고, 입과 머리카락의 움직임, 의상의 날림 등 기본적 신체 움직임을 극대화하는 여러 요소를 사용하며 보다 표현적이고 시각적인 효과를 얻는 데 성공했다.

움직임의 연출과 더불어, 독일 무용단 시절에 친숙해진 가수 패티 스미스의 목소리는 헝클어진 가슴을 울렸다. 독일의 하늘 아래에서 언젠간 이 목소리로 춤추겠다는 상상을 한 적이 있었다. 인간의 유한한 삶을 뛰어넘어 추억의 하늘에 빠지는 장면은 'Wing'이라는 노래가 선정되었다. 관객은 가사 해석 없이도 충분히 멜로디와 가수의 음색에서 깊은 여운을 느낄 수 있었으며 안무가 김다애는 “이 음악에 한껏 취해 행복하게 안무했다”라고 밝힌다.

김다애 안무의 'Sounds of Rain'. 사진=ⓒ한필름이미지 확대보기
김다애 안무의 'Sounds of Rain'. 사진=ⓒ한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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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안무의 'Sounds of Rain'. 사진=ⓒ한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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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안무의 'Sounds of Rain'. 사진=ⓒ한필름

'Sounds of Rain'은 세 개의 음악과 빗소리로 구성되어 있다. 두 개의 패티 스미스의 음악, 피아니스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Cache-Cache’이다. 이 곡은 작품의 동인(動因)이 된 사건을 현재로 불러들이는 강력한 호소력을 소지하고 있다. 안무가 김다애는 음악에 영감받아 움직임을 창작하는 것을 즐겨한다. 따라서 음악 선정은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창작 요소로 작용하며 곡과 효과음의 상세한 편집을 직접 맡는다. 김다애의 예술적 고집은 작품의 전방위적 하모니를 조율한다.

안무가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도출하도록 의도한 영상 없는 조명을 선택했다. 먹이 퍼지는 듯한 조명, 물방울이 떨어지는 장면을 조명으로 받아낸다. 그림자를 잡는 장면을 위해 다섯 개의 아크릴 틀을 제작하였고 수액을 맞을 때 사용하는 관을 이용하여 한 방울 한 방울 직접 떨어뜨렸다. 이 모든 것을 조명기에 달아 무대 상부로 올렸다. 포그를 사용한 비구름, 빗물이 떨어지고, 쏟아지는 모습이 단계적으로 표현되었다. 김다애의 발레는 한국발레의 광휘가 되었다.

김다애는 2022년도부터 3년 동안 연간 세 작품의 안무 작업을 실천해 오고 있다. 그녀는 “타고난 무용수가 있듯 안무가도 타고난 재능이 있다”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시험해 보는 중이라 말한다. 그러나 애초부터 3년이라고 못 박은 연한은 너무 짧았다. 그녀는 현재진행형으로 다스탄츠(대표 김다애)의 2025년도 신작 '123.45MHz'를 오는 6월 17일, 18일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선보인다. 김다애는 다수의 국내외 안무가와 작업을 해왔다. 이제 그녀의 진지한 발레 열정에 귀 기울여 주목할 시점에 와 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