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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품은 작은 몸짓 5 : 나의 춤길 修身', 정갈한 박지선 연출·출연의 전통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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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품은 작은 몸짓 5 : 나의 춤길 修身', 정갈한 박지선 연출·출연의 전통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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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앵전(출연 박지선)

5월 16(금) 늦은 일곱 시 반, 서울남산국악당에서 박지선 삼대댄스컴퍼니(예술감독 박지선) 주최·주관, 서울특별시·서울문화재단·삼대댄스컴퍼니·한국전통춤협회·한국춤협회·성균관대 유가예술문화콘텐츠연구소 후원, 박지선 연출·출연의 '박지선의 춤, 역사를 품은 작은 몸짓 5 : 나의 춤길 修身'이 여덟 명의 무용수, 여섯 갈래의 춤으로 공연되었다. 춤을 압도하며 현재적 시점에서 최상의 춤으로 자신을 경계하며 다듬은 춤은 정갈하였다.

박지선은 2021년에 시작한 시리즈 기획물을 교본으로 만든다. 그녀는 2023년부터 무용학 연구에서 새로운 스펙트럼의 공연으로 절정의 기획력과 구성력을 보여 왔다. 올해에는 ‘나의 춤길, 修身’이라는 엄숙한 부제를 달고 더욱 춤에 밀착하였다. 그녀의 주변에는 수신(修身)으로 일평생을 살아가는 모범적 무용가들이 즐비하다. 교과서처럼 몸과 마음을 닦아 춤에 매진하는 스승들을 지켜보고 따라 하면서 자신이 걸어온 길의 작은 티끌도 걷어내고자 하였다.

박지선은 올곧은 수행 정신을 대표하는 논어와 맹자의 기록 ‘수신(修身)’을 꺼내 들고 도를 찾아 극강의 조형미를 창출하였다. 길 위에서 존재감을 깨달으며 모양을 잡아가는 행위는 거룩하다. 나의 길을 찾아 ‘밤들이 노닐다가’를 외쳐도 박지선은 정도를 벗어나지 않았다. 나의 발아래, 내가 닫고 서 있는 곳이 바로 나의 길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박지선은 동양적 시간의 영원성을 가르치면서 현재의 미학으로 구축된 춤의 시대정신을 되새기고자 하였다.

박지선은 스승들로부터 학문과 같이하는 춤을 수련의 도구로 삼아 왔다. 전통춤은 작은 사위는 말할 것도 없고 발디딤 하나에도 며칠이 걸렸다. 전통춤은 누구나 정성을 들이면 해낼 수 있는 ‘느림의 미학’임을 깨우친다. 그녀는 자신을 찾아가는 길에 한없이 펼쳐진 선(禪)의 공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작은 몸짓에서 조건 없이 남을 챙기고 아끼는 마음의 인본주의를 읽을 수 있으며, 예술가로서 공닮의 삶을 견지하며 바른길로 가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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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앵전(출연 박지선)
문묘일무(출연 이정민·조민아·송윤주·성주현·박지선)이미지 확대보기
문묘일무(출연 이정민·조민아·송윤주·성주현·박지선)
문묘일무(출연 이정민·조민아·송윤주·성주현·박지선)이미지 확대보기
문묘일무(출연 이정민·조민아·송윤주·성주현·박지선)
즉흥무(출연 정경화·박지선)이미지 확대보기
즉흥무(출연 정경화·박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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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무(출연 정경화·박지선)
교방굿거리춤(출연 유혜진·박지선)이미지 확대보기
교방굿거리춤(출연 유혜진·박지선)

‘춘앵전’(출연:박지선): 순원숙황후 탄신 40주년(1828년)을 경축용 궁중무용이다. 봄 꾀꼬리를 의인화한 홀 춤 ‘춘앵전’은 꾀꼬리를 상징하는 노란색 앵삼(鶯衫)과 일곱 색깔의 한삼을 양손에 끼고 여섯 자의 화문석 위에서 춤을 춘다. 반주음악은 평조회상(平調會相)의 전곡이다. 박지선의 춤사위는 곱고 아름다우며 화전태가 절정을 이룬다. 녹음 음악에 맞추어 박지선은 균형 잡힌 몸매에 우아하면서도 극도의 절제미로 효심 가득한 전통춤의 멋과 격조를 창출하였다.

‘문묘일무’(출연:이정민 조민아 송윤주 성주현 박지선): 공자의 학덕을 기리는 유교 제례무가 사유의 시간을 제공한다. 나레이션은 춤의 이해를 돕는다. 지도교수 임학선의 문하에서 20여 년간 문묘일무 연구에 천착해 온 박지선은 박사 후 한국연구재단 지원사업 수혜와 다수의 학술논문 활동으로 ‘문묘일무’는 군자 지도력을 길러 창의·인성교육에 제격인 교본임을 밝혔다. 예술학도로서 연구자의 면모를 보인 이번 문묘일무 무대화 작업을 유감없이 발표했다.

두 갈래의 춤이 끝나고 사회자가 된 박지선의 해설은 공연 제목과 부제의 탄생 배경을 밝혔다. 동양 철학적 사유의 깊이가 그녀의 삶과 춤길에 단단한 토대를 이루고 있었다. 성균관대 무용학 박사인 박지선은 유가예술문화콘텐초연구소 책임연구원, 문묘일무전통예술진흥원 부이사장, 한국전통춤협회·한국춤협회 이사, 임학선댄스위 수석단원, 선화예고 강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사회에 이어 음악감독 유인상과 악사들이 전통춤과 하나 되는 연주 솜씨를 보였다.

‘교방굿거리춤’(출연:유혜진, 박지선): 고려 문종 때 시작된 춤은 경상남도 무형유산이다. 전통무용가 김수악이 1940년대에 고종시 궁중 무희였던 최완자·김옥민·김녹주 등에게 사사해 굿거리춤과 소고 가락을 덧붙였다. 3분 박 4박자에 맞추어 추는 춤은 여덟 마루의 사계절 표현으로 한흥멋태와 정중동을 구사한다. 후반에 소고를 운용하며 섬세하고 애절한 춤은 완벽한 호흡으로 명징한 현대화의 모습을 보이며 신비감과 환상을 자아내며 무아지경으로 만든다.

‘즉흥무’(출연:정경화, 박지선) : 입무, 입춤, 즉흥무, 허튼춤으로도 불린다. 작은 수건 구사, 춤의 기본 틀 유지, 무용수의 즉흥성 인정으로 한과 조응하는 포용성의 춤이다. 한성준-강선영-임현선으로 이어진 ‘즉흥무’는 정통성을 고수하며 빛나는 예술적 발전의 모습을 보인다. 전통춤판의 조용한 실력자 정경화는 맨손에서 수건을 오가며 춤을 춘다. 전통춤 절정기의 정경화와 연출의 묘미를 보인 박지선의 춤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무서운 춤 매무새를 보였다.

‘입춤’(출연:임현선): ‘입춤’의 분방한 형태를 스승(老師)이 시범한다. 임현선의 ‘입춤’은 노련하고 정제되어 해탈의 경지를 보여주었다. ‘조선미인보감’(1918년刊)의 기록에는 이 춤은 각 지역의 권번의 춤 종목이며, 교습 종목이었다. 임현선은 호흡에 맞추어 자유스럽게 감정을 표출하였다. 장단에 따라 맺고 풀며, 박자마다 강약 안에서 엇박자의 리듬을 만들어 내었다. 임현선의 ‘입춤’은 춤의 전형을 무대에서 시범하며 즉흥의 수사와 분방의 한계를 분별하였다.

‘진도북춤’(출연:박지선): 여성 무용수 박지선이 장구 대신 북으로 춤을 춘다. 박병천이 안무한 춤은 화려한 양채북 가락과 다채로운 춤사위에 자유자재로 장단을 구사하여 신명을 펼친다. 역동적인 북가락에 섬세한 연기력이 어우러져 독특한 흥과 멋을 자아내었다. 진도북춤의 춤 결이 자기화 과정을 거치고 있으며, 스승에게서 배운 전통을 기반으로 ‘수신’한 후 연희자의 독특한 특성이 입혀져 예술적 흥과 멋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며 대단원을 맞는다.

교방굿거리춤(출연 유혜진·박지선)이미지 확대보기
교방굿거리춤(출연 유혜진·박지선)
입춤(출연 임현선)이미지 확대보기
입춤(출연 임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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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춤(출연 임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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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북춤(출연 박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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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북춤(출연 박지선)

박지선의 초심 열정을 읽을 수 있었던 전통춤 공연은 군더더기 없는 연출력으로 정제된 춤을 진설했으며, 춤의 핵심을 짚어내는 춤을 배열하여, 기교적 우위를 바탕으로 전통춤의 미학을 구축하였다. ‘수신’(修身)은 삼 시제(과거 현재 미래)에 모두 얽혀있다. ‘수신’은 나를 통해 우리로 번지는 힘을 키운다. 박지선은 이번 공연에서 동참의 예인들(임현선 정경화 유해진 이정민 조민아 송윤주 성주현)과 원전(元典)이 자신의 춤길을 비추는 도반임을 밝혔다.

삼대댄스컴퍼니는 ‘춤으로 마주하다’의 가치를 중시한다. '몸과 마음을 바로 세운다'라는 입춤 계열의 춤, 교방굿거리춤+즉흥무+입춤에 걸친 3종 춤의 시종을 하나의 작품으로 매듭지은 구성력이 돋보였고, 이로써 박지선의 춤길에서 수신의 의미를 부각해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다. 5회차까지의 공연을 보며 이 단체가 의욕적으로 펼치고 있는 명품 '역사를 품은 작은 몸짓' 시리즈 기획 공연이 내년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궁금증이 인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 옥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