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45MHz'는 ‘연결되어진 인간’이 아니라 ‘연결하는 인간’을 탐구한다. 초연결 시대에 점점 무감각해지고, 고립되어 가는 현대인의 모습 속에서, 스스로 감각하고, 인지하고, 선택하며 관계를 만들어가는 인간의 주체성을 회복하고자 한다. 기술과 감정의 단절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다시 연결하고자 하는 의지와 감각의 회복을 다룬다. 김다애는 광범위한 움직임으로 기교보다는 표현에 집중하여, 감정적 해독제로써의 희망과 낭만을 다층적으로 즐겨 담아낸다.
'123.45MHz'는 ‘연결’이라는 큰 주제를 서로 다른 정서와 방식으로 풀어낸 1장: 123.45MHz-모든 조종사에게 할당된 공통 교신 주파수, 2장: 넋의 고함-유한한 시간과 무한한 가치 3장: 공간, 그 공간-연결된 흔적 4장: 사과해-인간 사이의 미에 걸친 네 개의 장(場)으로 옴니버스 형식을 취한다. 작품은 개념·관계·정서 중심의 움직임을 추구하며, ‘연결’, ‘경계’, ‘축적’, ‘인간미’에 걸친 즉흥성과 상상력의 움직임, 구조적인 호흡과 무용수들의 개성이 동시에 드러난다.





1장. 123.45MHz - 모든 조종사에게 할당된 공통 교신 주파수(보이지 않는 신호 속에서의 정서적 연결과 연대) : 이질적 공간에서 123.45MHz 주파수는 정서적으로 연결된다. 조종사들이 같은 주파수로 소통하듯, 인간도 보이지 않는 신호 속에서 연결되어 있다. 각자의 공간에 있던 무용수들이 점차 무리로 묶인다. ‘연대는 주체성의 토양’이 된다.
2장. 넋의 고함 - 유한한 시간과 무한한 가치(생사의 경계 속 연결) : 신체와 영혼, 존재와 부재 사이의 모호한 순간들이 표현된다. 죽음을 단순히 비극적 사건으로 그리기보다, “지금의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번진다. 존재가 단절과 공존 사이에서 불안정하지만, 깊은 정서적 밀도를 가진 상태로 묘사된다.
3장. 공간, 그 공간 - 연결된 흔적(공간과 시간 속 존재의 성장과 성숙) : 흰 도화지에 점차 색이 채워지듯, 인간이 경험과 감정을 통해 확장되고 성숙해 간다. 무대 위 공간도 시간이 흐르며 변화하고, 존재는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와 정체성을 부여받는다. 이 장면에서의 ‘연결’은 흐름과 축적의 형태로 드러난다.
4장: 사과해 - 인간 사이의 미(공감과 주체적 연결) : 앞선 세 장면과 정서적 결이 다르게, 감정의 회복과 인간적인 교감에 초점을 맞춘다. 말보다 눈빛, 동작보다 작은 손길의 따뜻함으로 공감하는 인간상을 그린다. 관계와 감정의 회복이 이루어지는 정서적 전환점이자, 관객에게 현재 자기 감각과 연결 상태를 돌아보게 한다.
'123.45MHz'는 날것의 감정과 표현력, 정교하게 짜인 단체 호흡이 대조되면서도 한 무대 위에서 조화를 이룬다. 그 과정에서 안무가는 ‘말랑말랑한 인간다움’의 질감을 담아낸다. 기존 방식과 조금 다르게 ‘개념 자체에 다가가는 움직임’을 실험한다. ‘죽음’이라는 단어도 김다애만의 새로운 시선과 해석으로 정의되고, 그 안에서 파생된 감각과 사유의 흐름을 움직임 언어로 풀어낸다. 안무 구상 과정에서 우선 몸으로 충동적 실험을 해보는 방식을 많이 사용되었다.
'123.45MHz'의 음악은 호흡, 공간감, 여백을 살리고 있다. 음악 역시 장면마다 변화하는 감정의 밀도와 긴장감에 따라 섬세하게 설계되었고, 공기의 떨림, 시간의 간격, 소리의 여백이 작품 속 움직임과 정서적 흐름과 자연스럽게 맞닿았다. 초반에는 기존 4곡이 사용되었고, ‘수신음’과 같은 특수 소리로 작품의 큰 흐름과 질감이 만들어졌다. 존 케이지(John Cage)의 곡은 작품의 여백과 정서적 깊이를 채워주었고, 전체 분위기에 섬세한 균형과 긴장감을 더해주었다.
'123.45MHz'의 조명은 ‘레이더망’을 모티브로 한 피자 조각 형태의 회전, ‘경계’라는 키워드에서 출발한 입체적인 공간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제안된 공간에 시간적 흐름을 더하는 디자인 요소까지 더해져, 장면마다 공간감과 정서적 긴장감을 시각적으로 잘 담아내었다. 이번 작업에서 조명은 단순히 밝고 어두움을 조절하는 역할을 넘어서, 관계의 변화와 감정의 전환, 장면 간의 흐름과 에너지의 밀도 변화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어주었다.
'123.45MHz'의 의상은 ‘연결’에 부합되는 형태적 변화와 상징적 전환을 소지한다. 1~2장은 ‘일치된 형상’과 ‘집단성’을 강조한다. 남녀 모두 A라인의 긴 원피스 형태, 헤어스타일도 망으로 감싸 개성을 최대한 억제한다. 시각적 균질감과 군집의 이미지, ‘하나의 무리’, ‘동질성 속에서의 연대’라는 메시지를 담는다. 3장부터는 신체의 라인과 개별 움직임의 질감이 돋보이도록 몸에 밀착되는 검정 의상에 헤어스타일도 무용수 각자의 개성과 분위기를 드러낸다. 초반의 동일성에서 후반의 다양성으로의 흐름, ‘관계에서 재생하는 개인의 주체성’이라는 정서적 구조를 담고자 함이다.
'123.45MHz'의 핵심적 상징은 주파수이다. 항공사 구분 없이 조종사들이 사용하는 열린 채널로, ‘보이지 않는 연결’, ‘감정의 신호’, ‘존재 간의 교감’을 상징한다. 작품의 전반에 흐르는 공기감, 여백, 시선의 교차도 관계의 여운, 심리적 거리, 감정의 긴장과 이완을 드러내는 장치이다. 이 작품에서 ‘사과’는 ‘공감과 회복’, ‘정서적 연결의 시작점’, ‘인간다움에 대한 상징적 제안’이다.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행위가 마지막 정서를 완성하는 중요한 상징이 되었다.




김다애는 이화여대 무용과 출신으로 뉘른베르크와 하겐의 주립극장에서 발레리나로 활약하였고, 현재 같은 대학원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그녀는 제26회 서울발레콩쿠르 특상(2006), 제25회 한국발레협회 우수신인안무가상(2022), 제4회 아시아 컨템포러리 발레축제 베스트안무 선정(2022)으로 자신의 역량을 이어온다. '123.45MHz'는 김다애의 컨템포러리 작업의 의미를 확장한 의미 있는 일작이었다. 그녀에게 국제 경쟁력 과시의 기회가 자주 주어졌으면 한다.
(츨연: 김다애, 김소혜, 김민수, 이지희, 박경희, 오한들, 안세원, 장다영, 김향림)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 이동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