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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빈 안무의 '마주하기까지 : 순간', 관계의 본질과 깊이를 사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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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빈 안무의 '마주하기까지 : 순간', 관계의 본질과 깊이를 사유함

[나의 신작 연대기(61)] Jubin Company 예술감독 김주빈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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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빈 안무의 '마주하기까지 : 순간'
7월 19일(토) 19:00시, 20일(일) 15:00시, 19:00시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2025년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 선정 프로젝트인 김주빈 안무의 '마주하기까지 : 순간'이 Jubin Company(예술감독 김주빈) 주최·주관, 서울특별시·서울문화재단·Korea Dance Abroad·FOYER productions 후원, danp 협찬으로 세 차례 공연되었다. 이 작품은 문화비축기지 T1 파빌리온에서 발표된 '마주하기까지'(2019년)를 기반으로 확장·재해석한 한국 창작무용이다.

'마주하기까지 : 순간(瞬間)'은 만남 이전의 감정과 움직임이 축적되는 시간의 층위에 주목한다. 안무가는 타인과 마주침, 자신과의 대면, 시간 너머 미래의 나와의 조우를 통해 내면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제안하며, 급변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인간관계의 본질을 탐색한다. 자연과 도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시공간 속에서 출발한 작업은 대극장 무대 위에 관객이 오르는 구조로 발전되며 ‘마주보기’라는 공간적 실험을 완성한 무대가 되었다.

김주빈은 한국무용 바탕의 전통미와 호흡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한국춤 특유의 리듬과 여백, 중심 이동은 핵심적 표현 언어로 작용하며, 무대 연출 구조와 만나 새롭고 독창적인 표현법을 만들어냈다. 무대는 마주보기 존(Face-to-Face Zone)과 바라보기 존(0veriew Zone)으로 나뉘며, 관객의 감정 거리와 몰입 방식에 따라 다르게 체험된다. 관객은 가까이에서 퍼포머들의 감정과 움직임을 체험하거나, 떨어져서 전체의 흐름과 관계를 조망할 수 있다.

김주빈의 안무는 퍼포머 개개인의 사주팔자를 바탕으로 한 음양오행의 상호작용에서 영감을 얻어 구성되었다. 동양철학의 세계관과 움직임의 질서를 반영한 독특한 시도는 무용수마다 소지한 고유 성향이 장면마다 다른 리듬과 에너지로 드러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성향과 기운의 흐름이 무대 위에서 상호작용 하며, 무용수 사이의 마주함은 운명적이며 우연한 장면으로 나타난다. 안무가는 현대사회 속에서 놓치기 쉬운 관계의 본질과 깊이를 성찰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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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빈 안무의 '마주하기까지 :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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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빈 안무의 '마주하기까지 : 순간'

'마주하기까지 : 순간(瞬間)'에서는 특히 의상이 주목받는다. 분주한 움직임을 뒷받침하는 댄스앤드림(배경술 박예진 장지슬 정인혜) 담당의 의상은 공연의 초반부에 각자의 색상 뒤편에 위치한다. 왈츠 이후에는 그 색상이 다 없어지면서 비슷한 계열의 톤으로 변화된다. 의상은 ‘내면과의 조우’, ‘감정의 결’, ‘거리와 감정 사이’의 섬세한 감정을 반영한다. 착용된 의상에서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개인의 모습과 사주를 통해 풀어낸 자신의 본래 기질이 대비된다.

김주빈 안무가는 스트리트 댄스로 춤을 시작해 전통과 창작을 넘나들며 안무가, 사진작가, 비쥬얼 커뮤니케이터 등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 온 예술가다. 성균관대 무용학과 및 동 대학원 석사, 박사과정 수료 후 주빈 컴퍼니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며 경희대, 단국대, 백석예술대, 선화예고 등에 출강하며 후학 양성에 힘쓴다. 초연작 '더미'에 이어 '견', '착한사람', '새다림', '스트러글', '귀신날' 등을 발표하며 주목받는 안무가의 행보를 이어온다.

일상의 한가운데에 잠재된 감정들(망설임, 눈치, 기대, 회피)은 종종 간과된다. '마주하기까지 : 순간'은 그런 미세한 감정을 움직임의 형태나 에너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온전히 감각하려는 시도의 제일 중요한 것은 눈이며 현재 이 순간의 ‘아이 컨택’(Eye Contact)이다. 무대 위 분리된 막은 합쳐지면서 무대 위 관객의 모습을 관람하게 된다. 관객이 공연을 관람하는 공간 경험의 차이를 통해 관객은 공연의 구조 속에서 '관계'라는 키워드의 일부가 된다.

'마주하기까지 : 순간'은 한 사람과의 '마주함'에 이르기까지의 형태와 상태에서 오는 다양한 관계와 감정을 섬세하게 풀어내면서 공간 연출, 무용수 리서치 방식, 관객 참여 구조까지 확장된 무대 언어를 보여준다. 두드러진 공연 연출로서 관객은 보이지 않는 존재를 의식하거나 상상하는 경험을 한다. 메인 막이 열리면 두 공간이 열리고, 서로를 바라보지 못했던 관객들끼리 마주 보게 된다. '마주한다는 것'의 물리적, 심리적 단계를 함께 겪도록 유도한 장치이다.

'몸'은 감정과 삶, 질문을 담아내는 매개체이다. 바라보는 방식과 추는 방식까지 많은 부분에 변화가 있다. 안무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감정이라는 점과 춤이 기교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통과해 표현되는 언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조금 늦게 무용을 시작한 것과 조금 늦은 나이의 콩쿨 입상의 ‘늦음’에 감사한다. 어떻게든 해낼 것이라는 믿음, 무르익었을 때의 성취, 호기심 표출의 장점에 걸친 안무가의 작업은 내밀하고 사적인 고민에서 출발했다.

‘춤의 움직임’은 타고난 기질에 대한 탐색으로서 무용수 각자의 사주팔자가 바탕이다. 사주에 ‘불’의 기운이라도 겨울 의 ‘작은 불’이나 ‘여름 불’이냐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졌다. 개인의 성향을 움직임화하여 독무로 만들었고, 이인무로 확장하면서 관계들을 이어갔다. 공연 중간에는 관계의 리듬과 충돌, 균형을 드러내면서 듀엣과 연회에 대한 이미지를 더 풀어내기 위해 왈츠가 삽입되었다. 개별 움직임은 무용수 개인의 의미를, 합쳐진 움직임은 과정을 만들었다.

'마주하기까지 : 순간'은 전주영·백배승 감독의 영상으로도 제작되었다. 무용을 사회와 연결하는 안무가의 방식으로 '착한사람'은 20분짜리 영상으로, '새다림'은 솔로·군무 작업, 다큐·댄스필름 등으로 확장되었다. 원소스 멀티유즈는 김주빈의 창작 지향점, 무용을 직업으로 이어가는 전략이다. '마주하기까지 : 순간' 역시 두 개 버전의 필름으로 제작되었다. 무용이라는 형식은 휘발성이 크기 때문에, 그 감각을 타 매체나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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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빈 안무의 '마주하기까지 :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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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빈 안무의 '마주하기까지 : 순간'
김주빈 안무가(Jubin Company 예술감독)이미지 확대보기
김주빈 안무가(Jubin Company 예술감독)

김주빈은 단편적이고 직관적인 감각들, 움직임들을 모아두고 공연 때에 끄집어내어 조합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명확한 플롯을 세우는 방식보다는, 준비 기간에는 끊임없이 리서치와 실험을 계속한다. 공유된 감정과 움직임의 데이터베이스를 무용수들과 함께 만들어간다. 안무가가 통제보다는, 무용수들과 주고받는 대화와 선택이 작품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한다. '잘 짜인 안무'보다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통해서 시너지를 추구한다.

안무가는 '마주하기까지 : 순간'이 무용의 느낌보다는 일상처럼 여겨지는 감각이나 기억을 되살리는 공연으로 느껴지기를 바란다. 마주치는 시선, 피하는 몸짓, 동시다발적인 선택과 감정 같은 요소들이 이 작품의 핵심이다. '마주함'에 집중하여 무용수가 단 한 명의 관객을 끝까지 바라보는 정직한 시선으로 관계를 만들어간다. 공연은 무대 구조, 움직임의 파편들이 한 사람을 마주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자신의 존재, 감정, 시선, 기억을 들여다보게 했다.

김주빈의 작업은 늘 ‘삶과 관계’ 속에서 따스함을 전한다. 완전함을 추구하는 그의 삶에 대한 태도가 묻어나는 '마주하기까지 : 순간'은 정묘하고 아름다운 청춘에 대한 미적 거리를 유지한다. 안무가의 상상력은 성격묘사와 움직임의 축적을 거치면서 보통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만든다. 예술가일 수밖에 없는 김주빈은 여전히 낭만의 유전자로 로고스의 모방(mimesis logou)을 감행했다. 도전적 실험으로 가득 찬 '마주하기까지 : 순간'은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출연) 강민지, 기무간, 김시원, 김원영, 김현우, 김효준, 성주현, 추세령, 홍은채, 황서영, 한지원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전희준·신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