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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배려 없는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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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배려 없는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락음악 본질은 자유인데, 우리는 갇혀 있었습니다"
상업 축제로 전락한 공공문화 행사, 비판 여론 거세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현장.  사진=최재민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현장. 사진=최재민 기자
인천을 대표하는 대규모 문화행사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20주년을 맞이했다. 매년 수만 명이 운집하는 화려한 축제지만, 정작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이 공공의 행사가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에게는 '그림의 떡' 일 뿐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이 달 1일부터 3일까지 송도 달빛축제공원. 찜통더위 속, 휠체어를 탄 관람객과 다리 등이 불편한 이들은 힘겹게 행사장을 향해 움직였다. 주차장부터 행사장까지는 수백 미터 이상을 걸어야 하며, 휠체어 이용자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행사장 입구는 귀빈 차량 외에는 진입이 불가능하도록 통제됐고, 장애인 동승 차량은 제외됐다. 장애인을 위한 배려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관계 용역업체의 ‘갑질’은 마치 신적인 존재처럼 행사장을 통제해 관람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는 임시로 설치됐으며, 흙바닥 비산먼지와 메인 스테이지 쪽으로 향하는 진입로에는 안내원도, 길 안내도 없었다. 에어콘이 있는 장애인 화장실은 행사장 외곽에 위치해 있었다. 긴급 경우 이용하기 어려웠고, 그마저도 하나는 행사 스태프가 점령해 있었다.
또한, 휠체어 전용 좌석은 아예 마련돼 있지 않았다. 행사장 내 가까운 출입구는 특정 스텝만 출입할 수 있었고, 장애인들은 먼 우회로를 거쳐야만 했다. 관계자에게 문의하자 “그런 요청은 없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사전 기획 단계에서부터 장애인 편의가 엉망이라는 것이다.

흙바닥으로 인해 비산먼지 천지.  사진=최재민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흙바닥으로 인해 비산먼지 천지. 사진=최재민 기자
행사는 주관사가 인천관광공사와 언론사이다. 지적은 없고 홍보만 일색이었다. 시민의 세금이 투입된 행사임에도, 장애인과 일반 시민을 위한 공공성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일부 시민들은 “언론이 주관사로 개입한 탓에 문제점은 덮이고 홍보에만 몰두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20주년이 됐지만, 시스템은 제자리였다. 주관사와 기획사는 매년 동일했고, 용역업체도 수년째 고정이었다. 입찰은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행사가 커질수록 접근성은 더 나빠졌다는 것, 반면 VIP 구역은 잘 꾸며져 있었다. 일반 시민과 약자를 위한 배려는 줄어들었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주최주관사 이미지.  사진=최재민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주최주관사 이미지. 사진=최재민 기자
펜타포트는 2006년 인천시가 예산을 투입해 공식적으로 시작된 축제다. 올해도 막대한 예산이 시민 세금에서 지원됐지만, 과연 약자 접근성 향상에 쓰였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장애인 주차장은 행사장 외곽에 멀리 배치됐고, 행사장 내부는 그늘막이나 쉼터조차 부족했다.

이동 동선은 혼잡하고 비효율적이었다. 몸이 불편한 이들이 가장 먼저 소외되는 구조적 문제가 반복됐다. 이에 시민단체는 “인천시는 펜타포트 지원을 전면 재검토하고, 기획사와 용역사를 전면 교체해야 한다”며 “내년부터는 약자 배려와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적했다.

락은 자유와 해방을 상징한다. 그러나 현재의 펜타포트는 건강한 사람들만의 상업적 축제로 변질이 됐다. 진정한 문화축제는 사회적 약자도 함께 어울릴 수 있을 때 가능하다. 기획의 수정, 주관·용역사 재선정, 공공성 강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최재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jm990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