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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엔 캐리 청산 우려” vs “이미 선반영”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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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엔 캐리 청산 우려” vs “이미 선반영” 공방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사진=로이터

일본 기준금리가 30년 만에 연 0.75%에 도달하면서 국제 외환 시장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퍼지고 있다.

19일 일본은행은 18~19일 열린 금융정책 결정회의서 기준금리를 0.75%까지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세계 금융 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일본의 초저금리를 토대로 정착해 온 '엔 차입 거래(엔 캐리 트레이드)'가 다시 청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쿄발 자본 흐름 재편으로 세계 주식·채권·암호화폐 시장에 큰 충격이 미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반면, 이런 우려가 과도하다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일본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년 7개월 연속 목표치(2%)를 웃돌고 있는 데다, 내년 봄 노사교섭(춘투)을 앞두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임금 인상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어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그동안 시장에 인상 여부를 너무 늦지도 너무 이르지도 않게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하겠다고 발언하며 점도 금리 인상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이후 약 30년간 이어져 온 '0.5%의 벽'이 처음으로 무너지면서 세계 금융 시장에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인한 쇼크가 올지 긴장하고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인 엔화로 자금을 빌리고, 금리가 높은 미국 달러 등으로 환전해 미국 주식-국채, 또 암호화폐 등에 재투자하는 전략이다.

그동안 엔저와 일본 금리가 매우 낮게 유지되어 왔기 때문에 막대한 수준의 엔 캐리 트레이드가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일본 금리가 오를 경우 차입한 엔 상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움직인다. 일시적으로 투자금 회수가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로 인해 세계 금융 시장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으로 인해 미국이 금리 인하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속되면서 환차익 기대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23년 12월 기준으로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 차이는 5.6%에 달했지만 2026년에 이르러 3%대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7월 말 일본 금리가 0.25%로 인상되었을 때에도 엔 캐리 청산 우려로 이른바 '블랙 먼데이'라 불리는 충격이 각국 투자 시장을 덮쳤다. 닛케이평균주가는 당일 12.4% 급락했고 미국 S&P500 지수는 6%, 우리나라 코스피도 약 8.8% 하락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9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규모를 총액 506조6000억 엔으로 추산하면서 일본의 금리 인상 등으로 청산 가능성이 높은 자금을 32조7000억 엔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일본인의 해외 증권(주식·채권) 투자 잔액은 지난 3분기 말 기준 4조900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미국 모건 스탠리도 지난해 여름 블랙 먼데이 충격 이후에도 약 5000억 달러 규모의 엔화가 캐리 포지션으로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당장 심각한 충격이 가해질 곳은 미국 국채 시장으로 전망된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9월 기준 1조1893억 달러(약 184조9000억 엔)의 미국 국채를 보유한 세계 최대 보유국이며 연간 2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재정 적자를 완화하고 있는 핵심 요인이다. 하지만 일본 금리 인상으로 미 국채에 유입되어 있던 투자금이 일본으로 향해 미국 최대 채권국 지도가 바뀔 가능성이 생긴다. 자연스럽게 미국 재정 적자가 문제가 되고 세계 국채 시장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진다.

반면, 이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과도하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적으로 예고를 한 만큼 이미 그 효과가 시장에 반영되어 블랙 먼데이와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이와 함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내각이 대규모 재정 부양책을 준비하고 있어 재정건전성 우려로 엔화 약세가 지속, 대규모 청산이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본이 미국과 관세를 협상하면서 막대한 수준의 대미 투자를 결정한 것도 구조적 달러 수요를 발생시켜 투자의 급격한 청산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본 정부는 이미 11조7000억 엔 규모의 국채를 추가 발행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이처럼 대규모 재정 부양책으로 엔저가 지속될 경우 미일 금리차가 좁혀진다고 하더라도 급격한 엔고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는다.

현대자동차증권 김재성 연구원은 “일본의 금리 인상 관측은 이미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는 상태이며 미국 경제도 지난해에 비해 견조하다는 점도 엔 캐리 청산 우려를 누그러뜨린다”고 분석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