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화 땐 이온 이동 저하되는 '동결 현상' 극복…사이언스지 논문 게재
유연한 분자 설계로 액체·고체 상태서 동일한 전도성 유지 성공
화재 위험 없는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웨어러블 소자 혁신 기대
유연한 분자 설계로 액체·고체 상태서 동일한 전도성 유지 성공
화재 위험 없는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웨어러블 소자 혁신 기대
이미지 확대보기전기차와 가전제품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의 핵심 걸림돌을 해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기화학의 기본 법칙에 도전하는 '상태 독립형 전해질'
보도에 따르면 옥스퍼드 대학교 줄리엣 바클레이 박사와 폴 맥고니걸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세계적인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상태 독립형 전해질(SIE, State-Independent Electrolytes)'이라 불리는 새로운 유기 물질을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내부의 이온은 액체 전해질을 통해 이동한다. 그러나 액체가 고체로 변하면 분자들이 서로 결합하며 이온을 가두는 이른바 '동결(Freezing)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고체 배터리가 액체 배터리만큼 전력을 빠르게 전달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이었다.
'부드러운 털이 달린 바퀴' 구조가 핵심
연구팀은 분자 구조를 새롭게 설계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들은 원반 모양의 중심부에 길고 유연한 측쇄(side chains)를 결합한 분자를 만들었는데, 이는 마치 '부드러운 털이 달린 바퀴'와 같은 형태를 띤다.
양전하 분산: 평평한 원반형 중심부에 양전하를 고르게 분산시켜 음이온이 강하게 포획되는 것을 방지했다.
자가 조립 기둥: 물질이 굳으면 원반들이 기둥 모양으로 쌓이며 단단한 구조를 형성한다.
이온 통로 유지: 기둥 옆에 달린 '부드러운 털'들이 액체와 같은 투과성 환경을 유지하여, 고체 상태에서도 음이온이 자유롭게 흐를 수 있게 했다.
"액체든 고체든 성능 동일"…제조 공정의 혁명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에 따르면 맥고니걸 교수는 "실험 결과 액체, 액정, 고체 상태 모두에서 이온 이동 거동이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이러한 특성은 배터리 제조 공정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제조업체는 전해질을 가열해 액체 상태로 배터리 내부에 부어 전극의 미세한 틈새까지 모두 채운 뒤, 이를 식혀서 안정적인 고체로 굳힐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기존 액체 배터리의 누출 및 화재 위험은 완전히 없애면서도 성능은 최상으로 유지하는 전고체 배터리 생산이 가능해진다.
차세대 IT 기기의 새로운 동력원
연구팀은 SIE 소재가 가볍고 유연하며 재생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존의 무기물 기반 고체 전해질보다 가공이 쉬워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는 물론, 몸에 부착하는 웨어러블 센서, 투명도를 조절하는 스마트 유리 기술 등에 이상적이다.
옥스퍼드 연구팀은 향후 이 소재의 전도성을 더욱 높이고 첨단 컴퓨팅 장치 등 실제 하드웨어에 통합하는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고성능과 안전성을 동시에 잡은 '꿈의 배터리' 시대를 앞당기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