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기술 계약 보도, 'K-원전 50년 족쇄' 낙인이 시장 혼란 불렀다
'노예 계약', '굴욕 합의'…자극적 언론 보도에 개미들 패닉 투매
"기술료는 한수원 부담, 협력사 수주 문제없어" 뒤늦게 밝혀진 내용
투매 나선 개미투자자만 피해…"선정적 보도에 언제까지 당해야 하나"
'노예 계약', '굴욕 합의'…자극적 언론 보도에 개미들 패닉 투매
"기술료는 한수원 부담, 협력사 수주 문제없어" 뒤늦게 밝혀진 내용
투매 나선 개미투자자만 피해…"선정적 보도에 언제까지 당해야 하나"

논란은 지난 18일 한 경제지의 '尹 무리수에 K-원전 50년 족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시작됐다. 이 기사는 '기술 주권 내준 불공정 계약' 등의 부제목을 달았다. 다른 언론사는 '50년 노예계약'이라 못 박았다. 지난 정부에서 체결된 계약을 겨냥한 비판이 원전 관련 기업에 투자했던 개미투자자들에게는 직격탄이 됐다.
'노예 계약', '굴욕 합의' 같은 자극적 표현이 담긴 기사들이 확산하자 개인 투자자들의 공포 심리는 극에 달했다. 패닉 매도가 이어졌고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연일 폭락했다.
도화선이 된 기사에는 '단독' 표시가 붙었다. 보도 내용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었지만, '단독'이라는 표시는 기자가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의 협정서를 직접 입수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산업계나 금융가에서 맺는 대부분의 계약서나 협정서는 '비밀 유지 확약' 조항을 담는다. 어떤 경로로든 외부에 유출할 수 없다는 점은 공무원과 기업 관계자들이 더 잘 안다. 협정서가 어떻게 유출됐는지,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웨스팅하우스에서 고소라도 한다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대책이나 세우고 있는지 궁금하다.
상황은 이틀 뒤인 20일부터 반전됐다.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에 기술 사용료(로열티)를 지급하는 것이며, 한수원의 협력사들은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오히려 웨스팅하우스와 협력해 미국 원전 건설에 참여할 기회가 넓어졌다는 긍정적 분석까지 나왔다. 6만5000원대에서 5만1000원대까지 폭락했던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급반등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의 대장주격이다. 하지만 이미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주식을 내던진 개미투자자들에게 남은 것은 막대한 손실과 허탈감뿐이었다.
창의적 기술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다. 국내 기업이 기술료를 받으면 '애국'이고 해외 기업에 지불하면 '노예 계약'이라는 이분법적이고 선동적인 프레임이 시장을 왜곡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특정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포를 조장, 개인 투자자들의 투매를 유도한 뒤 헐값에 주식을 사들였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증권가에 개인 투자자의 주머니를 노리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그 실체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피해를 본 개인 투자자들의 공포는 이제 분노로 바뀌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을 떠나 해외 증시로 눈을 돌리겠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증권사 앱을 통해 손가락 하나로 해외 주식을 살 수 있는 시대다. 이들은 정치적 목적이든, 특정 세력의 속임수든,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에 더는 당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사흘간의 광풍은 잦아들었지만, 시장에 남은 불신과 개인 투자자들이 입은 깊은 상처는 쉽게 아물기 어려워 보인다.
황상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1234@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