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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건국의 역사'까지 편 가르는 정치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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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건국의 역사'까지 편 가르는 정치판

뿌리 없는 교육을 가르치는 것은 역사 왜곡의 올가미
다음 세대의 건전한 가치관 세우는 데 도움 되지 않아
최재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최재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대한민국 현대사의 뿌리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학문적 논쟁을 넘어 국가 정체성과 교육 방향을 가르는 본질적 '이정표' 역할을 맡는다.

지난 8일 제303회 인천시의회 본회의에서 허식 의원이 “1948년 8월 15일이 건국”이라고 주장하자, 전교조 출신 도성훈 교육감은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해 정부 수립일 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48년 건국론은 역사 내란”이라는 극언까지 던졌다. 이들 중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는 해석의 방향이 따라 크게 달라진다.

냉정히 따져보면, 1948년 8월 15일은 ‘건국일’이라는 주장의 경우 대한민국은 주권과 영토, 국민을 바탕으로 헌정 질서를 갖춘 정부 수립을 공식 선포한 날이지만 일각에서는 부정된다.
1945년 8월 15일 해방 이후 국사학계 주류는 1948년 8월 15일을 국제 사회가 승인한 한반도내 유일한 합법 정부, 곧 오늘날 대한민국 체제의 실질적 출발점으로 본다. 임시정부는 법통의 정신을 남겼으나, 국가로서의 실체는 1948년에 확립되었다는 점은 명백한 사실이다.

도성훈 교육감은 교과서에 적힌 대로만 교육하면 된다고 하지만, 교과서 역시 정치권과 학계의 해석 싸움 속에 끊임없이 바뀌어 왔다. 교육이 정치적 편향에 매몰되어 중립 지대가 희미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이에 학생들은 역사의 진실성을 배우는 것은 양 쪽의 사실관계를 배우는 것이 알 권리의 폭 자체를 넓여주는 교육이겠지만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편향된 이념과 이념을 주입 당하는 불만을 낳고 있다는 것도 외면할 수 없다.

정청래 대표가 “1948년 건국론은 역사 내란”이라고 비판한 것은 더 위험하는 지적이 많다. 임정의 법통 계승을 강조하면서, 1948년을 건국이 아닌 ‘정부 수립’이라고 못 박는 일방적 해석이라는 지적이 많은 이유다.

이는 사실상 오늘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논리와 맞물린다. 보수는 민주주의 정부 수립과 헌정의 시작을 부정하는 자들이야말로 역사에 불순한 의도를 말하고 있다는 맞받아친다.

허식 의원이 과거 “이승만은 국부이자 건국 대통령”이라 말했을 때, 진보진영은 이를 ‘극우 역사관’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러나 이승만은 유엔 승인 하에서 대한민국을 국제사회에 등장시켰다.

이승만은 집권 당시의 공과를 떠나 대한민국 건국에 이바지한 '민족 지도자'다. 그가 건국 대통령이라는 사실마저 부인 당하는 것은 노선을 달리하는 하는 일부 정치 세력의 '역사 지우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타당한 측면이 많다.

‘왜곡’이라는 단어는 이승만과 박정희만 거론해도 진보 시각은 ‘뉴라이트’라며 맹공격한다. 뉴라이트는 원래 진보의 대명사였다. 뿌리 없는 교육을 가르치는 것이야 말로 역사 왜곡의 '올가미'에 불과하다.

역사 교육에서 특정 해석만을 강요하는 것은 그 자체로 비교육적이이다. 역사 해석은 다양한 관점에서 확립돼야 그 존재 가치를 더한다. 현 정치 상황이야말로 교육의 중립성을 지나치게 외면한다는 지적도 되새겨 볼만 하다.

대한민국 헌법은 분명히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규정한다. 동시에 현실적으로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국가 체제가 완성됐다는 것, 두 사실은 모순되지 않는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인천 지역 교육의 현장은 이미 혼란스럽다. 도성훈 교육감이 강조하는 역사관은 지나치게 정치화돼 있고, 정청래 대표의 막말은 혼란을 더 키운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는 사실관계에 근거한 역사관을 객관적으로 직시해 가르쳐야 한다.

대한민국은 1948년에 건국했고, 임정의 법통과 정신을 계승했다. 국민 통합의 기반이 되는 역사 교육을 특정 측면만 고집해서는 다음 세대의 건전한 가치관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일반 상식 아닌가.


최재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jm990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