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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청해야만 보호받는 철도안전?”…코레일, 구조적 관리 실패 도마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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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청해야만 보호받는 철도안전?”…코레일, 구조적 관리 실패 도마 위에

구로역·남성현~청도 사고 모두 ‘무전 단절’ 공통…한준호 의원 “시스템이 사람을 지켜야”
한준호_의원. 사진=한준호 의원실이미지 확대보기
한준호_의원. 사진=한준호 의원실
철도 현장에서 연이어 발생한 사망사고의 원인이 단순한 작업자 부주의가 아닌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구조적 안전관리 결함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명확한 통보 체계 없이 ‘작업자 보호요청’이 있어야만 안전통보가 이뤄지는 현 시스템이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한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고양시을)이 21일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8월 구로역과 2025년 8월 남성현~청도 구간에서 발생한 두 건의 철도 현장 사망사고 모두 열차 접근 상황을 알리는 무전 통보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구로역 사고는 전차선 점검 중이던 작업팀이 인접 선로 열차의 조기 운행 사실을 전달받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원래 열차 운행은 오전 2시 40분 예정이었으나, 실제로는 30분 빠른 2시 10분에 출발해 2시 16분 사고가 발생했다. 코레일은 “운전원과 사전 협의 후 출발했다”고 해명했지만, 한 의원이 확보한 무전기록에는 현장 작업자에게 열차 접근 정보가 전달된 정황이 전혀 없었다.

2025년 8월 19일 발생한 남성현~청도 구간 사고 역시 비슷한 양상이다. 오전 8시 40분 현장 협의 이후 오전 10시 45분 작업이 승인됐으나, 불과 4분 만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작업자들과 남성현역 간 무전 교신이 단 한 건도 남아 있지 않았고, 열차 접근 여부에 대한 통보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작업자들이 ‘작업자 보호요청’을 하지 않아 무선통보가 생략됐다”고 답변했으나, 한준호 의원은 이를 “안전시스템이 사람의 생명을 책임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작업자가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통보하지 않았다는 것은, 시스템 부재를 개인 책임으로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주요국의 사례는 전혀 다르다. 미국 연방철도국(FRA)은 작업 전 감독자가 모든 근로자에게 열차 접근 시간과 위험요소를 설명하는 ‘Job Briefing(작업 사전 설명)’ 제도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EU 또한 철도안전관리시스템(SMS) 내에서 모든 작업 정보와 위험요소를 사전·실시간 공유하도록 법제화하고 있다. 즉, 작업자가 별도의 요청을 하지 않아도 시스템이 자동으로 위험정보를 전달하는 구조다.

한 의원은 “두 사고 모두 시스템이 최소한의 정보를 전달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며 “코레일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현장 중심의 안전관리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장 근로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를 멈추고, 시스템이 근로자의 생명을 지키는 공공기관다운 철도안전 체계로 바꿔야 한다”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요청해야만 보호받는 안전관리’부터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국정감사를 계기로 코레일의 ‘요청형 안전관리체계’가 철도안전의 사각지대로 지목되면서, 향후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강영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v40387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