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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니 안무의 'Pan_Opticon: Unseen_Code', 보이지 않는 감시코드의 발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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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니 안무의 'Pan_Opticon: Unseen_Code', 보이지 않는 감시코드의 발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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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니 안무의 'Pan_Opticon- Unseen_Code'
11월 8일(토) 19시, 9일(일) 16시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이해니 안무의 'Pan_Opticon: Unseen_Code'가 공연되었다. 이 작품은 2024년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무용분야 제작지원사업 아르코 댄스 Up:Rise(구 아르코 댄스&커넥션) Stage 1(40분)에서 초연된 'Pan&Opticon'을 기반으로, 60분으로 확장된 작품이다. 이번 버전은 시·공간적 확대를 넘어 작품의 감시 개념과 무대 언어, 기술 구조, 움직임의 깊이를 한층 더 확장 시킨 작품이다.

'Pan&Opticon'이 판옵티콘의 원형 구조와 ‘opticon—보다’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물리적 시선이 만들어내는 감시였다면, 이번 작품은 부제 'Unseen_Code'를 통해 감시를 시선에서 데이터로 이동시킨다. 오늘날 감시는 카메라나 시선만이 작동시키는 체계가 아니라, 수많은 선택과 흔적들이 알고리즘으로 변환되어 개인의 행동을 계산·예측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작품은 이러한 비가시적 감시의 구조를 시청각·공간·신체의 층위에서 무대 위로 소환한다.

안무는 고전 발레의 상징적 원형인 ‘백조’를 알고리즘적 시대의 코드로 환원시키며, 백조를 하나의 고정된 서사가 아니라 예측 가능성 속에서 끊임없이 호출되는 정보적 이미지로 재구성한다. 관객은 작품 속에서 반복되는 패턴과 흔들리는 정보들 사이에서 ‘백조’를 스스로 해독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보고 있는 것’과 ‘무엇에 의해 보이는가?’라는 질문과 만나게 된다. 안무는 모든 데이터를 활용하여 감시 체계의 메타 버전을 무용으로 구현한다.

발레가 특정 형식미를 반복하는 고전의 틀을 넘어, 오늘날의 기술적 조건과 사유 구조를 수용할 때 동시대성과 만날 수 있다는 안무가의 창작 철학이 작품에 반영된다. 'Pan_Opticon: Unseen_Code'는 고전을 해체하고 다시 호출하는 과정을 통해, 발레를 구현하는 신체가 어떻게 기술·감각·관객과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고전적 테크닉을 기계적·반복적 패턴으로 재가공하여 익숙한 움직임조차 ‘감시-분석-기록-재조립’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백조의 호수'의 원형 구조와 알고리즘 사회의 감시 체계를 병렬적으로 배치하여, 각 장면을 ‘코드’처럼 구성한다. 고전의 상징들인 흑·백의 이원성, 진위 백조의 혼재, 왕자의 착각, 감금의 공간(호수)은 감각 구조와 접속되며, 알고리즘이 정보를 분류하고 시각적 층위를 드러낸다. 작품은 대립된 정보와 왜곡으로 시작된다. 반대 방향 축의 두 무용수의 신체는 정보가 충돌하는 시대의 긴장을 구현하고, 왜곡 이미지와 중첩되며 인식의 편향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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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니 안무의 'Pan_Opticon- Unseen_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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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니 안무의 'Pan_Opticon- Unseen_Code'

가상의 실제화 장면에서 AI 기술의 크로마키 영상과 라이브 연희가 한 화면에 병치 되며, 실제와 가상이 혼재된다. 고전의 흔적은 두 마리 백조의 왜곡 장면이다. ‘네 마리 백조’의 음악이 해체되어 두 마리 백조만 등장하고, 영상은 네 개의 실루엣이 중첩되어 결핍과 정보 왜곡을 강조한다. ‘선택’ 코드는 무용수의 버튼 조작에 모바일 알림음이 즉각 반응하며, 선택이 즉각 데이터로 변환되어 무대 전체의 사운드 풍경을 바꾸는 알고리즘적 구조를 드러낸다.

호수 장면은 과 정보의 혼란을 군무로 담당하며, 서로 다른 리듬과 방향의 움직임이 충돌하며 정보 과부하의 마비 상태를 시각적 카오스로 만든다. CCTV 머리를 가진 3D 백조 영상과 다층 카메라 앵글, 무대 바닥과 2층 후면의 감시 지점들을 통해 ‘보이지 않는 시선’의 전방위적 감시 구조를 극대화한다. 중반 이후 작품은 관객 코드로 전환된다. 관객의 휴대폰 라이트 ON·OFF, 무대 위 이동의 데이터 변환, 관객은 무용수와 뒤섞여 감·피감시자를 경험한다.

흑조 코드는 ‘유혹’과 ‘속임수’ 구조의 움직임과 AI 이미지 변환이 교차한다. 가짜 이미지들은 실제보다 더 현실적으로 움직이며 백조의 원형을 흔든다. 네트워크 팝업에서 군무 사이로 솔로와 듀엣이 무작위로 튀어나오는 구조가 가짜뉴스의 생성과 유통을 형상화한다. 백조 코드의 소멸과 상실 장면에서 생상의 ‘빈사의 백조’ 음악과 함께 솔로로 알고리즘적 압력과 정보 과잉 속에서 붕괴하는 존재로 재해석되며, 정체성과 자아가 소멸하는 순간을 몸으로 제시한다.

마무리의 시놉티콘에서 모든 존재는 데이터로 환원되고, 초읽기는 0과 1의 이진 코드로 변환되며, 모스부호로 ‘OPTICON(보다)’으로 귀결된다. 이는 판옵티콘을 넘어 모두가 모두를 감시하는 시놉티콘의 구조로 이동하며, 관객은 자신의 선택이 작품을 움직였음을 지각하는 동시에 감시적 세계에서 시선과 주체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다시 묻게 된다. 보이지 않는 감시 코드를 무용화한 작품은 하나의 살아 있는 감시 기계처럼 작동한다.

'Pan_Opticon: Unseen_Code'에서의 움직임은 ‘선택’과 ‘감시’에서 출발한다. 일상적 클릭과 선택에서 알고리즘적 감시가 시작되듯, 작품은 터치·연결, 감시를 상징하는 눈 맞춤, 눈을 둘러싸는 손동작 등 선택 기반 제스처를 반복·확장하며 안무의 문법으로 삼는다. 이러한 반복과 오류, 예측과 분류의 개념이 신체 언어로 번역되며, 백조는 더 이상 전통적 이미지가 아니라 흐르고 변이되는 정보적 신체로 재해석 구성된다.

공간, 음향, 영상, 데이터 상호작용은 모두 ‘보이지 않는 감시의 작동 방식’을 구현하는 장치로 배치된다. 관객의 얼굴과 행동이 판옵티콘 구조를 형성한다. 대극장의 수직·수평 확장은 무대와 객석, 상층 발코니, 바닥 등 다층 시선을 교차시키며 감시의 위치의 위치를 끊임없이 흔든다. 후 무대 객석과 본 객석이 서로를 바라보는 공간 구성은 관객을 자연스럽게 감시자로 위치시키면서,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는 순간 관객을 피감시자로 전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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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니 안무의 'Pan_Opticon- Unseen_Code'

음악은 루프 기반의 구조, 잔향, AI 보이스, 잡음의 왜곡을 활용해 알고리즘의 패턴을 청각화하며, 무용수의 버튼 클릭에 즉각 반응하는 인터페이스 사운드는 ‘선택이 곧 알고리즘의 신호’임을 드러낸다. 일부 장면에서 관객도 직접 참여해 청각적 선택을 함께하며 감시의 체험을 감각적으로 확장한다. 영상은 관객의 선택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시각화하거나, 파편화된 백조의 이미지·글리치·흑백 대비를 통해 정보의 잔상과 오류를 드러낸다.

전체 연출은 기술이 시각적 장치가 아니라, 기술–신체–관객이 서로의 감각을 확장하며 함께 춤추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이는 벌레의 신체를 포스트 휴머니즘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기술과 인간의 경계를 넘어선 확장된 신체를 탐구하려는 안무가의 예술적 지향을 드러낸다. 이 작품에서 백조는 더 이상 실체로 등장하지 않는다. 백조는 끊어진 신호와 잔상, 파편화된 이미지처럼 흘러나오며 관객의 해석을 요구하는 존재로 남는다.

후반부에서 정보는 더욱 분절되고, 진짜 백조를 찾는 문제는 메타 질문으로 확장된다. 이는 알고리즘 시대의 착시와 혼동처럼 명확한 기준 없이 부유하는 현실을 은유한다. 극장을 나서는 순간 무대 위엔 오직 잔향과 미세한 신체의 진동 만이 무대에 남는다. 이 작품은 감각의 이동을 중심으로 고전의 파편과 데이터 시대의 감각이 압축적으로 중첩된 “감시의 시대에 인간의 몸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하나의 사유 과정으로 구성된다.

'Pan_Opticon: Unseen_Code'는 감시의 시대에 인간의 움직임, 감각, 존재에 관해 묻는다. 감시가 완전한 예측하지 못하는 자유 영역은 여전히 몸 안에 남아 있다. 기술의 언어와 고전적 서사가 서로를 변형시키는 그 경계에서, 춤추는 몸은 다시 한번 새로운 시대를 통과하는 감각적 증거가 된다. 이 작품은 ‘감시 장치’로서의 공간에서 시선, 경로, 패턴을 다루며 ‘데이터로 변하는 관객’을 보이며 감시 체계의 베타버전을 무용으로 구현한 수작(秀作)이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