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트럼프 2기 미국 주도의 산업정책과 기술주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면서 주요 산업 분야에서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AI)·바이오와 같은 신산업 영역뿐만 아니라 철강·조선·반도체 등 전통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한 산업정책으로 나타난다.
미국은 AI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수출통제를 활용하고 있는데, 2022년 AI 칩 통제를 신설한 이후 국가별 수출한도를 제한하는 수준까지 AI 반도체의 수출통제를 강화했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AI 칩의 우회 조달을 시도했으나 미국은 제3국을 통한 재수출까지 통제하고 있다.
또한, 미국 행정부가 2025년 1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대한 불허 행정명령을 발표했던 것과, 이후 미국 정부가 주요 경영 문제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 1주'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인수를 승인한 것도 국가안보를 위해 산업에 개입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여곡절 끝에 US스틸을 인수한 일본제철이 미국 정부와 국가안보협정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기간산업이 국가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산업안보 정책의 핵심 목표는 기술주권(technology sovereignty)과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 확보라고 할 수 있다.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의 정의에 따르면, 기술주권은 '외부 환경의 변동에 충격을 최소화하는 핵심 기술 분야 역량'을 의미한다.
즉, 핵심 기술 또는 그 기술이 내재된 물자나 공급망이 특정 국가에 종속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안보 정책의 고도화: 기술안보 생태계·외국인투자심의·연구보안
세계 각국 정부는 핵심 산업과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불사하고 있으며, 이는 오랫동안 신봉돼 오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 자유무역 질서가 실질적으로 붕괴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변화에 대한 실효적 대응을 위해서는 기존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던 기존 산업안보 정책을 ‘국가 전략적 산업안보’라는 키워드로 재구조화하는 큰 틀의 조율이 필요하다. 즉, 산업안보 정책 고도화의 방향성은 크게 기술안보 생태계 구축, 외국인 투자심의 내실화, 연구보안 제도 개선 등으로 볼 수 있다.
먼저 국가전략기술·국가핵심기술 등 주요 기술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산학연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그간의 정부 연구개발(R&D) 양적 확대를 통해 전략적 기술개발 노력이 강화돼 왔다면, 이제는 우리 산업과 기술을 지키는 노력이 혁신주체 공동의 책임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생기고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각 요소기술과 함께 기술이 내재화된 제품(물자)을 포함한 통합적 안보정책의 설계다. 국가적 산업안보가 각 부처 또는 기술보유 기관의 개별적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산업보안 전문기관을 중심으로 국가 전략 방향을 설정하고 대응체계 구축과 생태계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선진국의 수출통제를 개별 기업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실효성도 없기 때문이다.
둘째, 불법적 기술 탈취를 막는 것과 동시에 인수합병(M&A)이나 투자에 따른 합법적 기술유출 방지 노력도 정비되어야 한다.
미국은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활동을 통해 외국인 거래가 국가안보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증거’가 있는 경우 대통령이 거래를 직접 중지 또는 차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0년 이후 CFIUS의 활동은 급격히 증가했으며, 그 결과 해외자본의 거래를 직접 중지시킨 사례도 다수 있다.
2017년 원전 설비업체 웨스팅하우스의 중국 매각 불허, 2018년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금지 명령 등이 대표적이며, 철강산업이 국가안보 관점에서 갖는 중요성 때문에 US스틸 인수를 반대했던 2024년 말의 사례도 같은 이유였다. 안보 관점에서 기업의 국적이 가지는 의미가 재조명받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국가안보에 위해가 될 수 있는 해외 자본투자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방어가 필요하다.
다만, 시장의 의사결정에 반하는 정책적 판단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은 책임성을 부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와 인력 구성이 필요조건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구안보(research security) 정책의 구체화가 필요하다. 직관적으로 이해한다면, 기술적 불확실성은 상당히 해소됐으나 아직 미완성 상태인 R&D 성과물에 대한 보안책임 강화를 의미한다. 기술개발 활동의 디지털전환으로 연구인력의 참여 범위를 특정화하기 어려워졌으며, 외부 접속에 의한 성과 노출 우려, 중간 산출물의 범위 확장 등이 기술개발 과정에 대한 보다 정밀한 관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연구안보 규범은 기술개발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제도적 기반이 된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글로벌 표준을 선도하는 체계적인 연구안보 시스템은, 국제 공동연구 생태계 내 신뢰기반이 될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국제협력에서 우리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기술 선도국들이 연구보안을 글로벌 연구 협력의 활성화와 기술 경쟁력 유지 사이 균형을 위한 필수 조치로 인식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26년은 국가 전략적 산업안보를 재설계하는 원년(元年)이 되어야 할 것
전 세계적으로 안보 이슈가 확대되고 있다. 기존 국방을 넘어 에너지·자원·식량 등이 안보의 영역이며, 국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경제와 산업 또한 안보 대상으로 인식된다.
안보는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시장에 전적으로 맡겨둘 수 없으며, 정책적 개입이 정당화되고 또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다.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산업안보 정책의 재설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찬수<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원장>
이미지 확대보기前 삼성종합기술원 과장, 前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前 성균관대 겸임교수, 서울대학교 경제학과(학사), 동 대학원 기술정책 전공(공학박사)
박찬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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