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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판도 뒤흔든 해외투자… 개인·기업·연기금 달러유출 고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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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판도 뒤흔든 해외투자… 개인·기업·연기금 달러유출 고착화

서학개미 해외주식 보관액 3년 새 3배
'환율 상승에 영향' 정부도 공식화
국민연금도 내년 해외주식 투자 3%P 늘려
"변화된 경제구조 반영한 정상 환율" 의견도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학개미와 기업의 해외투자 비중이 늘면서 달러가 유출되고 원화 약세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해외투자 급증이 최근의 고환율 양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는데, 이 같은 현상이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대표 연기금인 국민연금도 1000조 원 규모 자산의 49%를 해외에 투자하고 있으며, 내년 해외주식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26일 금융권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24일까지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보관금액은 1636억6109만 달러(약 240조 원)로 집계됐다.

2022년 전체 규모 553억6605만 달러에서 2023년 768억5013만 달러, 지난해 1215억4305만 달러로 확대 폭을 키웠다.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인 ‘서학개미’들은 이 기간 미국 주식 비중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보관액은 1535억1338만 달러로 3년 전인 2022년(442억2872만 달러)의 약 3.5배 수준이다.

정부는 최근 원·달러 환율의 상승 요인 중 하나로 서학개미의 해외투자 규모 급증을 꼽았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외환시장 간담회에서 “국내에서도 구조적 외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환 기재부 국제금융국장 또한 “내국인 거주자의 해외투자가 많이 늘어난 점도 환율 상승에 영향을 준 것이 사실이다”라고 진단했다.

기업도 해외주식 매수 비중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순대외금융자산 안정화 가능성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6월 기준 우리나라의 순대외자산은 1조304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56%)을 차지했다.

이런 여파에 우리나라 3분기 순대외금융자산은 해외투자 확대와 고환율 여파로 3개 분기 만에 증가 전환하기도 했다. 순대외금융자산은 대외금융자산에서 대외금융부채(외국인의 국내투자)를 뺀 값으로, 이 자산의 증가는 내국인의 해외투자 금융자산이 외국인의 한국투자 금융자산보다 많다는 의미다.
연기금 기관마저 국내투자보다 해외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1000조 원 규모 자산의 49% 수준을 해외에 투자하고 있으며, 당장 내년 포트폴리오에서 국내 주식 비중을 0.5%포인트(P) 줄이고 해외주식은 3%P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해외투자 확대가 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정부의 진단대로라면, 환율은 앞으로도 쉽사리 내려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과 기관은 해외투자를 이미 주요 수익성으로 인식한 상황”이라면서 “개인의 경우 기존 투자자는 높아진 환율로 해외투자 수익성 매력도가 높아져 쉽사리 매도하지 않는 상황에서 신규 투자자의 진입이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 환율 박스권은 앞으로의 ‘뉴노멀’로 자리 잡는 등 새로운 경제구조가 도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30년까지 우리나라 대외금융자산은 연율 8%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명목성장률이나 대외금융부채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것이고, 당연히 순대외금융자산도 급증하는 흐름이라 현 고환율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지금 환율은 변화된 경제구조를 반영한 정상적인 수준이라는 점과 이례적인 수준이 아닌 만큼 향후에도 1380원에서 플러스, 마이너스 100원 수준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