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지침 따라 임원 특별교육 실시...실효성 담보 장치는 미흡
이미지 확대보기한국전력 발전자회사인 한국동서발전과 한전KDN이 최근 임원급과 고위 간부를 대상으로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했다. 두 기관 모두 “리더의 책임”과 "조직문화 개선"을 강조했지만 정부 지침 이행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다.
동서발전은 지난 9일 울산 본사 대회의실에서 임원 및 1직급 이상 고위직을 대상으로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했다. 회사에 따르면 이번 교육은 고위직의 폭력예방 활동 참여를 통해 조직 전체의 성평등 수준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강의에서는 △성희롱·성폭력의 개념과 실태 △사건 발생 시 즉각적인 보호조치와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리더십 △실제 사건 사례 분석 △디지털 성범죄·스토킹 등 신종 유형 △조직 내 권력관계·리더 언행과 성희롱 발생의 연관성 등을 다룬 것으로 전해진다.
동서발전은 보도자료에서 “단순한 필수 교육이 아니라 조직문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실질적 계기”라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 2023년 동서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임직원 징계현황’을 보면, 성비위·근무태만 등으로 징계를 받은 임직원은 총 24명이다. 이는 5개 한전 발전 자회사 징계 건수 52건 중 절반에 가깝다.
이 가운데 성비위 사건 가해자는 정직 6개월, 2차 가해자는 감봉 6개월 처분에 그쳐 징계 건수에는 경고 처분은 반영이 되지 않아 실제 징계 사례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교육이 단순한 ‘연말 행사’라기보다는 비위·징계 논란 이후 뒤늦게 내놓은 체면치레 성격이라는 시각도 가능하다.
한전KDN은 이보다 앞선 지난 10월 나주 본사에서 ‘2025년 고위직 맞춤형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했다. 교육 대상은 박상형 사장, 상임감사 등 기관장을 포함한 간부 43명이다.
이번 교육은 여성가족부의 '2025년 폭력예방교육 운영지침'에 따른 것으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위촉 강사가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을 위한 리더의 책임과 역할'을 주제로 강의했다.
박 사장은 “성희롱·성폭력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실천하고, 신속·공정한 조치와 피해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미지 확대보기두 기관의 교육 형식과 메시지는 △임원 + 1직급 이상 고위 간부 대상 △여성가족부 폭력예방교육 운영지침 이행(고위직 별도 교육 의무) △리더 책임·2차 피해 방지·디지털 성범죄·실제 사례 분석 등 비슷하다.
공공기관은 △전 직원 교육 △고충상담원 교육 △관리자·고위직 별도 교육 △실적을 항목별로 점검·공표를 해야 한다. 고위직 교육을 하지 않거나 참여율이 낮으면 ‘부진기관’으로 분류돼 불이익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두 기관의 교육이 정부 지침 이행 수준에 머물렀다고 지적한다. 최근 3~5년간 성희롱·성폭력 사건 발생 건수와 고위직 연루 비율, 징계 조치 내역 등 구체적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았고, 교육 참가 여부나 이행 정도가 임원 평가·보수·승진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피해자 보호·제도 개선 계획의 구체성이 부족하다. 익명 신고 채널의 독립성, 조사 과정에서 인사권자 개입 방지 장치, 2차 피해 발생 시 가해 관리자에 대한 제재 등 실질적 장치가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교육 전후 성희롱·성폭력 신고·징계 건수의 추이 △고위직이 연루된 사건에서 처리 속도·징계 수위 △임원·간부 평가 항목 중 성평등·인권 관련 지표 비중 △교육 불참·비협조 시 적용되는 인사상 불이익 규정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번 동서발전과 한전KDN의 고위직 성폭력 예방교육은 '교육 실시'와 '행동강령 재확인' 수준에 머무른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다. 구체적인 성비위 사건 재발 방지책, 징계 기준 상향, 인사 불이익 연동 등의 조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 공공기관 인권 담당자는 "무관용 원칙과 리더 솔선수범은 구체적 리스크로 연결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며 "교육 실시를 넘어 인사·징계 시스템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040sys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