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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물가 불안 부추긴 시장 교란 탈세자, 서민 한숨 들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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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물가 불안 부추긴 시장 교란 탈세자, 서민 한숨 들리는가

'절세 미인' 박영범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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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범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짠테크', '무지출 챌린지'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로 요즘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하다. 고환율 흐름 속에 물가는 가파르게 치솟고 있지만 주머니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필수 소비마저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생활비 부담은 갈수록 무겁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 어려운 시기에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면서도 정당한 세금조차 내지 않는 기업들이 있다면 어떨까? 국세청이 최근 발표한 내용을 보면, 그런 기업들이 우리 주변에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담합과 탈세, 외화유출…삼중사중의 배신


가구 제조업체 A사는 여러 업체와 사전에 가격을 합의해 입찰 담합을 수십 차례나 저질렀다. 담합은 그 자체로도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A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담합 과정에서 발생한 사례금을 주고받으면서 실물거래 없이 가짜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으며 세금을 회피했음은 물론이다.

법인의 이익으로 동남아 페이퍼컴퍼니에 자금을 대여했다며 신고했지만 실제로는 회수하지 않는 등 법인 자금을 해외로 유출하고, 10억 원대 고가 골프회원권을 법인 자금으로 구매해 사주 일가가 사적으로 사용했다.

해외현지법인으로부터 기술사용료를 수취하지 않는 등의 수법으로 외화자금을 유출한 기업이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았다. 사진=국세청이미지 확대보기
해외현지법인으로부터 기술사용료를 수취하지 않는 등의 수법으로 외화자금을 유출한 기업이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았다. 사진=국세청


수입육 전문 유통업체 B사의 사례는 더욱 교묘하다. 할당관세는 물가 안정을 위해 특정 물품에 낮은 관세나 무관세를 적용하는 제도다. 국민을 위한 제도인데, 이를 통해 저렴하게 확보한 수입육을 특수관계 법인에 시가보다 싸게 공급하며 이익을 몰아줬다. 그 결과 특수관계 법인의 매출액은 수년 만에 3배 이상 급증했다. 사주의 자녀는 고액 배당을 받아 고가의 토지와 건물을 구매하며 호화 생활을 누렸다. 물가 안정이라는 공공의 목적으로 준 혜택이 결국 특정 가족의 배를 불리는 데 악용된 것이다.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C사는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음식 중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으로 이익을 챙겼다. 소비자들은 같은 가격을 내고도 더 적은 양을 받게 된 셈이다. 계열사가 부담해야 할 약 40억 원의 광고선전비를 대신 지급하고, 가맹점에서 인테리어 소개비를 받으면서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아 매출을 누락하고, 임원에게 인건비를 과다 지급한 뒤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으로 법인 자금도 빼돌렸다.

전자제품을 제조하는 E사는 더욱 복잡하고 은밀한 방법을 사용했다. 특허권 등 다수의 무형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제품 생산을 위해 해외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제품 생산에 필요한 노하우 등 원천 기술을 제공했으나 기술사용료 1500억 원 상당의 외화 자금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았다. 이런 불법 외환 유출은 환율 불안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그 피해는 고환율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이라는 형태로 서민들에게 돌아간다.

시장교란행위, 엄정하게 처벌해야

국세청이 시장교란행위로 물가 불안을 부추기면서도 납세 의무는 회피해온 31개 업체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였다. 사진=국세청이미지 확대보기
국세청이 시장교란행위로 물가 불안을 부추기면서도 납세 의무는 회피해온 31개 업체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였다. 사진=국세청


국세청은 지난달 23일 시장교란행위로 물가 불안을 부추기면서도 정당한 납세 의무는 회피해온 31개 업체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였다. 이들의 탈루 혐의 금액은 약 1조 원에 이른다. 업체 수와 탈루 금액이 많아 놀랍기 그지없다. 찾아보면 더 있을 것이다. 고물가·고환율로 서민들이 필수 소비마저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져 국민들이 느끼는 공분의 정도는 매우 크다. 아무리 일부라지만 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고 시장을 교란하는 편법을 동원해 부당한 이득을 챙기고도 세금마저 회피해 왔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국민은 없을 것이다.

이들의 시장교란과 탈세는 단순히 탈세의 문제만이 아니다. 사회 정의와 경제 질서를 근본부터 훼손하는 행위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들이 마시는 향긋한 술은 온 국민이 흘린 피요, 그들이 옥쟁반에 올려 먹는 맛있는 고기는 온 국민에게서 짜낸 고혈이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국세청은 엄정하게 대응해 국민의 피눈물과 원망의 소리를 없애는 데 앞장서길 당부한다.

박영범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