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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조 부채 속 33명 산재 사망해도 면죄부 받은 한국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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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조 부채 속 33명 산재 사망해도 면죄부 받은 한국전력

5년간 법령 위반 110건, 과태료 처분은 3명뿐
한국전력공사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전력공사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재무 위기 속에서 ‘안전 관리 파산’ 상태에 직면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5년간 33명의 노동자가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지만, 이들에 대한 법적 책임은 공백에 가깝다. 205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부채 해결을 위해 단행된 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이 현장의 ‘안전 댐’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5 국정감사 공공기관 현황과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총 110건의 안전·환경 관련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16건(6790만 원)으로 전체 과태료의 36.4%를 차지했다.

연도별로는 △2020년 22건(과태료 액수 1240만 원) △2021년 38건(6020만 원) △2022년 7건(270만 원) △2023년 16건(780만 원) △2024년 27건(1억370만 원)으로, 2024년 위반 건수와 과태료가 크게 증가했다. 특히 한전의 법령 위반 중 75.3%가 안전 관련 위반으로, 공공기관 중 가장 높은 비중이라는 평가다.

더 심각한 것은 인명 피해다. 같은 기간 한전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자는 총 33명으로, 공공기관 중 최다다. 이 중 31명은 협력업체 근로자, 2명은 한전 직원이었다. 전형적인 '위험의 외주화' 구조인 것이다. 그러나 33명의 사망자 중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례는 직원 2명과 협력업체 1명 등 단 3명(9.1%)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산재 사망사고가 법적 제재 없이 종결된 셈이다.

연평균 8명 사망, 그러나 '발주자 면죄부'


문제는 한전이 '발주자' 지위를 내세워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전은 건설공사의 실질적인 시공 관리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법적으로는 책임 의무가 가벼운 '발주자' 지위를 유지하며 처벌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21년 11월 전봇대 작업 중 감전사한 하청노동자 사건에서 검찰은 한전을 '발주자'로 보고 직원을 불기소 처분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건설공사 발주자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한전이 건설공사의 시공을 실질적으로 총괄·관리한다면 '도급인'으로 봐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인 2022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한전에서 발생한 중대산업재해는 11건으로, 원청 기업 중 최다를 기록했다.

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 압박이 근본 원인


전문가들은 한전의 산재 사망사고가 단순 개인 과실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2020~2024년 한전 직원 수는 2만3396명에서 2만2561명으로 835명(3.6%) 감소했다. 205조 원의 부채 위기 속에서 신규 채용이 축소되면서 기존 직원과 협력업체의 업무 부담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는 "근로자 건강검진 의무 위반, 위험성 평가 및 안전교육 미비, 유해물질 관리 부실, 건설재해 예방체계 부족 등 안전관리 전반의 체계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24시간 가동되는 전력설비 특성상 교대근무자들의 과로와 안전조치 소홀이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한전의 안전관리 체계 개선을 위해 △법정 안전 인력 기준 강화 및 준수 의무화 △법적 지위를 '발주자'가 아닌 '도급인'으로 명확히 하는 법 개정 △협력업체 안전관리 책임 강화 △산재 사고 원인 조사 및 재발 방지 시스템 체계화 등을 제시했다.

국민 생활의 필수 인프라를 담당하는 공기업에서 연평균 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현실은, 재무 위기보다 더 시급한 구조적 문제로 지적된다. 한전의 안전관리 체계 전면 재검토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040sys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