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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한수원 원전 수출 통합 어떻게 되나..."UAE 소송전이 개편 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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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한수원 원전 수출 통합 어떻게 되나..."UAE 소송전이 개편 촉발"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이미지 확대보기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한국형 원전 수출을 둘러싼 한국전력공사(한전)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간 주도권 갈등이 10년을 넘어서면서, 정부가 원전 수출 체계 전면 개편을 위한 연구 용역에 착수했다.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라는 호기를 눈앞에 두고 두 공기업의 '집안싸움'이 국가 수출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결과다. 정부는 한전과 한수원의 원전 수출 기능을 통합하거나 제3의 전담 기관을 신설하는 등 원전 수출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하기 위한 연구 용역에 착수했다.

소송전이 불씨…1조4000억 공사비가 갈라놓은 두 기관


원전 수출은 원래 한전이 전담해오다가 2016년부터 한전과 한수원이 지역을 나눠 맡고 있다. 미국·아랍에미리트(UAE)·베트남 등 한국형 원전을 그대로 쓸 수 있는 지역은 한전이, 체코·루마니아·필리핀 등 설계 변경이 필요한 지역은 한수원이 앞장서는 식이다.

균열은 2009년 수주한 UAE 바라카 원전에서 터졌다. 한수원은 한전과 2010년 5월 바라카 원전 운영지원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시운전·운영지원 역무를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발주처인 UAE와 주계약자인 한전의 귀책 사유로 공기가 지연된 바, 추가 공사대금을 요구했다.

한전 측은 UAE 발주처에서 비용 정산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한수원에 대금 정산을 하기 힘들다는 입장인 반면, 한수원은 정산 협상 계약에 따라 정해진 금액을 한전이 우선적으로 정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가 비용은 1조4000억원 규모로, 두 기관은 결국 영국 런던국제중재법원에서 소송전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로 번졌다. 100% 모자회사 관계인 두 공기업이 국제 법정에서 다투면서 한국 원전의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산업통상부는 국제 중재 소송은 원전 수출 시장에서의 한국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으며, 체코 사업의 지연이나 취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대한상사중재원 이관을 권고했다. 그러나 강제력 없는 권고에 그쳐 실질적 봉합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세 가지 개편안…한전과 한수원의 셈법은 각기 달라


개편안은 △독립된 제3의 기관 신설 △한전 또는 한수원으로 수출 창구 일원화 △능별 분담(현행 유지) 등 세 가지 방안 중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한전은 각자의 강점을 살리는 방식으로 협업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이 마케팅·금융 조달, 한수원은 건설·운영을 맡는 방식이다.

반면 한수원은 원전 사업의 핵심인 건설·운영 능력을 갖춘 자신들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원전 수출 체계를 한수원 중심으로 일원화하는 게 수출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사진=한국전력이미지 확대보기
사진=한국전력


현장 근로자 "조직 개편보다 현장 혼선 먼저"


원전 수출 현장 근로자들의 시선은 다소 온도차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이원화된 수출 구조로 인해 외부 협상에서 혼선이 잦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기술과 재무, 외교 역량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사업 특성상 명확한 컨트롤타워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원화 과정에서의 조직 통합, 기존 계약 이행 문제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전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수출 역량을 갖춘 조직 위에 또 다른 상급 기구를 두는 것이 의사결정 단계만 늘리고 예산을 낭비하는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정부 조직 개편으로 한전과 한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 소관으로 이관되자 산업부가 산하에 자기 조직을 만들기 위해 인위적인 구조 개편을 단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도 있다.

1분기 내 확정 목표…신임 한수원 사장이 변수


산업부는 당초 올해 상반기였던 관련 연구용역 완료 시점을 앞당겨 1분기 내로 마무리하고, 이를 토대로 정부 차원의 개편안을 도출하기로 했다. 속도를 내는 배경은 시장이다. 튀르키예·UAE·루마니아를 대상으로 한 추가 원전 수출 협상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내부 조율이 늦어지면 수출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원전 업계에서는 이번 개편의 향방이 임명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수원 신임 사장이 누가 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누가 수장으로 오느냐에 따라 한수원의 협상력과 개편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논의의 핵심은 '누가 맡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국가 이익을 극대화하느냐'에 있어야 한다. 한전과 한수원은 모두 국민의 자산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이다. 기관 간 협력과 신뢰 없이는 어떤 제도적 개편도 껍데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전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040sys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