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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경 서양화가의 '봄의 숨결'展, 숨결·조각·찬미로 짜인 봄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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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경 서양화가의 '봄의 숨결'展, 숨결·조각·찬미로 짜인 봄의 기억

[나의 신작연대기(76)] 조미경(서양화가, 남예종 실용음악학과 학장), 음악과 미술의 경계 넘나드는 융합적 예술 세계를 구축하다
Fragments of the spring 中 꽃수레를 타고오는봄 IV (35x35cm) acrylic paint, pasted paper on paper panel, 2026이미지 확대보기
Fragments of the spring 中 꽃수레를 타고오는봄 IV (35x35cm) acrylic paint, pasted paper on paper panel, 2026
조미경 서양화가의 개인전 '봄의 숨결'(Le souffle du printemps)展이 3월 18일(수)부터 30일(월)까지 떼아트(TTEART) 갤러리(서울시 종로구 경교장길 35)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봄을 생성의 원리로 바라보며, 인간과 자연, 생명의 근원적 에너지에 대한 예술적 사유를 공유한다. 종이, 이미지, 색채의 중첩은 자연의 층위와 기억의 구조를 닮아 있고, 우연적 조합에서 발생하는 균열과 화해는 봄의 본질인 순환과 재탄생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작가에게 꼴라주는 부서지고 남겨진 것들, 잊힌 색감과 파편화된 형상들을 재호출하여 손의 리듬으로 ‘다시 짓는’ 믿음의 작업이다. 자유로운 상상력을 통해 찢고 붙이고 덧입혀진 조각들은 상실, 흔적의 시간을 지나 하나의 파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 질서의 씨앗이 되어 새로운 생명, 기쁨, 빛, 감사로 재탄생된다. 조미경의 작품에는 자연뿐 아니라 인간 내면의 변화 과정이 은유적으로 담긴다, 오페라 ‘카르멘’의 주역이 느끼는 희열이 조용히 스며든다.

조미경 작가는 음악적 경험이 침화한 회화 작업을 병행하며, 음악과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적 예술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녀의 작품에서 자연은 치유와 회복의 공간이자 생명 근원의 상징 존재로 나타난다. 작가는 봄이 지닌 본질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면서 자연의 내면에 흐르는 생명력과 에너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세계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작품 전반에 담아낸다. 그녀의 기독교적 사유는 분절된 세상을 이음하며 독창적 공간을 확보한다.

조미경은 서울예고 음악과(성악) 수석, 서울대 성악과 수석, 맨해튼 대학원 성악과, 파슨스 대학원 디자인 전공을 모두 수석 졸업했다. 제1회 MBC 대학가곡제 대상, 음악협회콩쿨 1등, 옴스크심포니 베스트연주자상, 대한민국 파워리더 대상, 대한민국 오페라 교육 부분 대상, 대한민국 오페라 CTS상 수상, 이노베이션 리더 대상, 제45회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예술창작부문 최우수예술가상 수상 작가로서 장르에 구애받지 않으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국민대 교수를 역임한 서양화가 조미경(CK어컴퍼니 대표)은 수십 편의 오페라의 주역과 국내외 유명 교향악단과의 협연을 넘어 'Natura Nature'(AD Gallery 초대전, 서울, 2023), '점, Punctum'(신수진, 조미경 2인 기획초대전, 2024), 'Sub-ject in Art, 여호와께 맡기라'(극동방송 AD Gallery 초대전, 서울, 2025), 'Natura 탄생과 충만'(인사아트플라자 갤러리, 서울, 2024) 등의 단체전과 개인전을 주조해 왔다.

Fragments of the spring 中 꽃수레를 타고오는봄 I 45x45cm acrylic paint, pasted paper on paper panel, 2025이미지 확대보기
Fragments of the spring 中 꽃수레를 타고오는봄 I 45x45cm acrylic paint, pasted paper on paper panel, 2025
Fragments of the spring 中 꽃수레를 타고 오는 봄 III  91x91cm acrylic paint, pasted paper on paper panel, 2026이미지 확대보기
Fragments of the spring 中 꽃수레를 타고 오는 봄 III 91x91cm acrylic paint, pasted paper on paper panel, 2026
Betach-여호와를 신뢰 (40x40) Pasted paper, acrylic paint, box on paper panel, 2024이미지 확대보기
Betach-여호와를 신뢰 (40x40) Pasted paper, acrylic paint, box on paper panel, 2024
겹겹이 봄 40x40cm acrylic paint, pasted paper on paper panel, 2026이미지 확대보기
겹겹이 봄 40x40cm acrylic paint, pasted paper on paper panel, 2026
Natura- 물의 숨결을 따라 2-1 (28x127cm) acrylic paint, pasted paper, snap on paper panel, 2021이미지 확대보기
Natura- 물의 숨결을 따라 2-1 (28x127cm) acrylic paint, pasted paper, snap on paper panel, 2021

서양화가 조미경은 '봄의 숨결'展에서 3가지 두드러진 회화적 특징을 보이고 있다. 첫 번째, ‘봄의 숨결(Le souffle du printemps), 생명의 율동’을 담아낸다. 두 번째, ‘봄의 조각(Un morceau de printemps)들; 겹겹이 피어나는 봄, 겹쳐진 숨결’을 표현한다. 세 번째, ‘봄의 찬미(Hymne au printemps): 창조의 질서를 노래’한다. 이러한 세 가지 특징은 화면 속에서 색과 형, 리듬이 서로 호응하며 살아 있는 자연의 감각을 일깨운다. 작가는 봄의 미세한 떨림과 생명의 기운을 포착하며, 자연과 존재의 조화로운 질서를 서정적으로 드러낸다.

자연의 숨결, 생명의 율동; 물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며, 카오스 이전의 원초적 상태를 상징한다. 물 속 최초의 동적 존재인 물고기는 고차원의 생명의 시작이자 근원적 에너지이다. 물의 저항을 거스르는 물고기의 움직임은 삶의 흐름 속에서의 적응과 순환,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감응을 드러낸다. 물과 물고기는 무의식의 세계와 그 안에서 잠재된 감정과 내면의 에너지가 끊임없이 호흡하는 상태를 상징한다. 조미경에게 물고기는 창조의 숨결을 몸으로 드러내는 존재이며,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생명의 나눔과 연합을 이루는 상징으로서 창조·말씀·우주·생명을 잇는 영적 형상이다.

봄의 조각들; 겹겹이 피어나는 봄, 겹쳐진 숨결이다. 봄은 언제나 소리 없이 시작된다.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미세한 떨림이 피어나고, 작은 조각들은 서로를 향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공간의 꼴라주들은 찢김과 겹침, 우연과 필연의 흔적을 품은 채 하나의 생명으로 태어나는 순간을 드러낸다. 흩어졌던 파편들은 서로를 부르듯 연결되고, 정지해 있던 시간은 미세한 숨결을 얻어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화면 위에서 봄은 단순한 계절이 아니라, 분리된 세계가 다시 하나의 생명으로 깨어나는 조용한 창조의 순간으로 피어난다.

봄의 찬미: 창조의 질서를 노래한다. 대형 글씨 작품은 단순한 문자 형상이 아니라 소리 이전의 울림이며, 형태 이전에 존재하는 의미의 자리이다. ‘말씀’은 빛처럼 공간을 가르며 존재에 방향과 질서를 부여한다. 전체 작업들은 선과 망, 종이의 결을 통해 하나님이 창조한 우주의 구조를 다시 엮어내며 창조의 리듬을 노래한다. 별과 행성은 기하학적 형태로 환원되지만, 그 단순한 질서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중력과 숨결이 여전히 흐른다. 결국 이 공간은 보이지 않는 창조의 숨결을 눈으로 마주하게 하는 하나의 우주적 장면이 된다.

Natura-물의 숨결(60.5x60.5cm) acrylic paint, pasted paper, snap mixed materials on canvas,2025이미지 확대보기
Natura-물의 숨결(60.5x60.5cm) acrylic paint, pasted paper, snap mixed materials on canvas,2025
봄의 숨결 中 Natura-심연의 봄 91x91cm acrylic paint, pasted paper, mixed materials on canvas 2026이미지 확대보기
봄의 숨결 中 Natura-심연의 봄 91x91cm acrylic paint, pasted paper, mixed materials on canvas 2026
슬기로운 물속생활-집으로 I (35cmx35cm) acrylic paint, pasted paper on paper panel, 2022이미지 확대보기
슬기로운 물속생활-집으로 I (35cmx35cm) acrylic paint, pasted paper on paper panel, 2022
The rhythm of lifeⅠ-2 (80x53cm) acrylic paint, pasted paper on canvas, 2023-26 (1)이미지 확대보기
The rhythm of lifeⅠ-2 (80x53cm) acrylic paint, pasted paper on canvas, 2023-26 (1)
The rhythm of life Ⅱ (38x45.5cm) acrylic paint, pasted paper, snap mixed materials on paper panel, 2025-26이미지 확대보기
The rhythm of life Ⅱ (38x45.5cm) acrylic paint, pasted paper, snap mixed materials on paper panel, 2025-26
조미경(서양화가)이미지 확대보기
조미경(서양화가)

말씀과 우주는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언어는 형태를 낳고, 태어난 형태는 다시 하나의 찬미로 울려 퍼진다. 이 공간은 단지 봄이라는 계절을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라, 창조 그 자체를 조용히 찬미하는 장면이 된다. 우주는 스스로 말하지 않지만, 그 질서와 빛 속에서 끊임없이 찬미하고 있다. 빛은 언제나 말씀에서 시작되어 세계의 형상과 생명의 리듬을 일깨운다. 이러한 사유의 흐름은 오는 11월 도암갤러리 초청 초대개인전으로 이어지며, 창조와 말씀, 우주와 생명을 향한 또 하나의 서정적 장을 펼치게 될 것이다.

이 전시에서 봄은 존재가 다시 시작되는 근원적 시간으로 다가온다. 숨결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먼저 움직이며 세계의 첫 리듬을 만든다. 그 리듬 속에서 흩어졌던 조각들은 서로를 향해 다가가 새로운 질서를 이루기 시작한다. 찢기고 겹쳐진 흔적들은 다시 태어나는 생명의 문장이 된다. 작가의 화면에서 파편들은 고요한 대화를 나누며 하나의 살아 있는 풍경으로 이어진다. 그 풍경 속에서 자연과 인간의 내면은 서로를 비추며 같은 호흡으로 흔들린다.

물과 물고기, 빛과 별, 종이와 선의 구조는 모두 창조의 숨결을 드러내는 상징이며, 보이지 않는 말씀의 흐름 속에서 서로 연결되며 하나의 우주적 서정을 이룬다. 작품들은 자연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창조의 리듬을 감각하게 하는 장이 된다. 관객은 그 장면 앞에서 세계가 조용히 찬미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봄의 기억은 그렇게 숨결과 조각, 찬미의 리듬으로 다시 짜여진다. 그 기억은 우리 안에서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작은 빛으로 남는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제공=서양화가 조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