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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HD현대중공업, ‘친환경 선박 소부장’ 승부수…기술 종속 끊고 공급망 자립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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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HD현대중공업, ‘친환경 선박 소부장’ 승부수…기술 종속 끊고 공급망 자립 나선다

28일 상생협력 협약 체결… 특화단지 지정 총력 대응
LNG 펌프 등 핵심 기자재 국산화… ‘수익 유출 구조’ 개선 관건
수요기업 참여·실증 개방… 7월 선정, 조선업 경쟁력 분수령
울산 HD현대중공업 전경. 사진= HD현대중공업이미지 확대보기
울산 HD현대중공업 전경. 사진= HD현대중공업
울산광역시와 HD현대중공업이 친환경 선박 시대를 겨냥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특화단지’ 조성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단순한 협약을 넘어,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핵심 기자재를 국산화하고 완결형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평가된다.

울산시는 28일 시청 본관에서 김두겸 울산시장과 금석호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친환경 선박 생태계 구축을 위한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산업통상자원부의 ‘2026년 소부장 특화단지’ 공모에 공동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친환경 선박 전환… 핵심은 ‘기자재 기술 자립’


이번 협약의 배경에는 글로벌 조선업의 구조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국제 환경 규제 강화로 LNG(액화 천연가스), 암모니아, 수소 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핵심 장비 상당수는 여전히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선박용 액화가스 펌프’와 같은 고난도 기자재는 기술 장벽이 높아 외산 의존도가 높은 대표 품목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선박을 건조하더라도 핵심 부품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지속돼 왔다.

이번 협약은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고, 울산을 중심으로 기자재부터 선박 건조까지 이어지는 자립형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HD현대중공업 터보기계가 생산한 선박용 액화가스 펌프. 그동안 외산 의존도가 높았던 분야로, 공급망 자립의 핵심 품목이다. 사진=  HD현대중공업 터보기계이미지 확대보기
HD현대중공업 터보기계가 생산한 선박용 액화가스 펌프. 그동안 외산 의존도가 높았던 분야로, 공급망 자립의 핵심 품목이다. 사진= HD현대중공업 터보기계

특화단지, ‘지원 사업’ 아닌 ‘산업 구조 전환 장치’


울산시와 HD현대중공업은 특화단지 지정을 통해 단순 재정 지원을 넘어 실질적인 산업 구조 변화를 끌어낸다는 구상이다.

특화단지로 지정될 경우 △수요기업의 실증 설비 개방 △공동 연구개발(R&D) 지원 △기반시설 구축 △규제 특례 적용 등이 가능해진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이 수요기업으로 참여해 실증 환경을 제공하는 점은 기술 상용화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지역 소부장 기업 입장에서는 개발한 기술을 실제 선박에 적용해볼 수 있는 ‘검증 무대’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이는 기술력은 있지만 판로와 실증 기회 부족으로 성장에 한계를 겪어온 중소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계기로 평가된다.

‘수요 확약’이 승부 가른다… 울산의 최대 강점


특화단지 유치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누가 실제로 제품을 써줄 것인가’다.

이른바 수요기업의 구매 의지, 즉 ‘수요 확약(Off-take)’이 사업의 실효성을 좌우한다.

이 점에서 세계 최대 조선소 중 하나인 HD현대중공업이 참여하는 것은 울산의 결정적인 경쟁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정 즉시 실질적인 국산화 성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는 점에서 정부 평가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7월 결정… 조선업 ‘골든타임’


산업통상자원부는 4월부터 6월까지 심사를 거쳐 7월 특화단지 최종 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울산시는 이번 협약을 통해 ‘준비된 산업 생태계’를 강조하며 유치전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이번 협약은 울산이 조선산업 소재·부품 자립을 이끄는 핵심 거점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라며 “HD현대중공업의 국산화 투자와 수요 참여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라고 밝혔다.

기술 종속 끊을 전환점 될까


업계에서는 이번 특화단지 지정 여부가 단순한 국책사업 선정을 넘어, 국내 조선업의 구조 전환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 기자재 국산화에 성공할 경우, 그동안 반복돼 온 기술료 유출 구조를 개선하고 산업 전반의 부가가치를 국내에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이 이번 도전을 통해 ‘조선 생산기지’를 넘어 ‘기술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