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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위기 속 ‘中 농화학’ 지배력 확대… 전 세계 식량 안보 ‘中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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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위기 속 ‘中 농화학’ 지배력 확대… 전 세계 식량 안보 ‘中 손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공급망 차단되자 중국의 ‘자원 무기화’ 우려 확산
비료 1/3·농약 원료 70% 점유… “中의 수출 제한이 글로벌 식량 가격 결정할 것”
중국이 전 세계 농화학 공급망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이 전 세계 농화학 공급망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 고조로 글로벌 에너지와 물류망이 위협받는 가운데, 중국이 전 세계 농화학 공급망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이란 전쟁’이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무역로를 마비시키자, 전 세계 비료 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의 움직임에 각국 농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고 5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에너지는 가스·석유, 농업은 ‘중국산 비료’가 생명줄


전 세계 정책 입안자들이 석유와 가스 공급망에 집중하는 사이, 비료와 농약 등 ‘농업 투입물’ 시장에서는 중국의 존재감이 압도적으로 커졌다. 중국은 전 세계 비료 생산의 약 33%를 담당하며, 화학 농약 원료 생산 능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해상 비료 무역의 3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중국산 비료의 가치는 더욱 치솟았다.

유엔과 업계 분석가들은 “중국의 지속적인 수출 제한과 글로벌 공급 부족이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으며, 이는 결국 전 세계 식량 안보에 직격탄을 날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출 제한 강화하는 중국… ‘자국 우선주의’에 브라질·인도 직격탄


중국 당국은 공식적인 수출 금지 발표는 자제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국내 공급 안정을 위해 요소와 인산염 등 주요 제품에 대한 검사 체계와 할당제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중국의 복합 비료 수출량은 전년 대비 90% 가까이 급감했다.

이러한 ‘조용한 통제’는 중국산 인산염 비료의 최대 수입국인 브라질과 농업 비중이 높은 인도네시아, 인도 등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브라질은 황산암모늄의 거의 10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중국이 수출문을 닫을 경우 대두 등 주요 작물의 수확량 감소와 가격 폭등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석탄 기반 생산으로 위기 면한 중국… ‘정권 안보’가 최우선

흥미로운 점은 글로벌 시장이 요동치는 와중에도 중국 국내 비료 가격은 안정적이라는 사실이다. 전 세계 대부분이 석유와 천연가스로 요소를 생산하는 것과 달리, 중국은 풍부한 석탄을 활용한 대체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요소 생산 능력의 80%를 확보했다.

덕분에 중국 내 요소 가격은 톤당 300달러 미만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이는 국제 가격(약 700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러한 행보를 ‘지정학적 무기화’보다는 ‘체제 유지’ 관점에서 해석한다.

로듐 그룹의 찰스 오스틴 조던 연구원은 “식량 부족은 중국 공산당에 있어 존재론적인 위험 요소”라며 “대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자국의 안보를 위해 보수적인 수출 정책을 고수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의존도 줄이기 나선 전 세계… “농업 모델 근본적 변화 필요”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국제 사회의 불안감도 깊어지고 있다. 필리핀과 인도는 베이징에 비료 공급 보증을 요청하고 있으며, 미국 농민들은 질소 비료가 많이 드는 옥수수 대신 대두로 작물을 변경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농민들 역시 치솟는 비료 값을 감당하지 못해 밀 파종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국제지속가능식품시스템전문가패널(IPES-Food)은 “현재의 농업 모델은 화석 연료와 소수 국가의 무역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회복력이 부족하다”며 “진정한 식량 안보를 위해서는 토양 건강을 회복하고 외부 투입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농업 생태학적 전환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중동의 전쟁 위기가 장기화될수록 중국의 농화학 패권은 공고해질 것으로 보이며, 이는 전 세계가 중국의 국내 정치·경제 상황에 따라 식탁 물가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왔음을 시사한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