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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저온 없이 10년 저장"…美, 저장형 극초음속 미사일 첫 비행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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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저온 없이 10년 저장"…美, 저장형 극초음속 미사일 첫 비행 성공

계약 후 8개월 만에 비행체 완성…AFRL·어사 메이저 ARMD 시험 통과
"단일 미사일 아닌 대량 억제 체계 구축"…극초음속 경쟁 패러다임 전환
미 공군연구소(AFRL)와 어사 메이저가 공동 개발한 ARMD 시연체 발사 장면. 드레이퍼 엔진은 고농도 과산화수소·케로신 기반 폐쇄형 촉매 사이클 방식으로, 10년 상온 저장이 가능한 세계 최초의 저장형 액체연료 극초음속 추진 시스템이다. 사진=AFRL/어사 메이저이미지 확대보기
미 공군연구소(AFRL)와 어사 메이저가 공동 개발한 ARMD 시연체 발사 장면. 드레이퍼 엔진은 고농도 과산화수소·케로신 기반 폐쇄형 촉매 사이클 방식으로, 10년 상온 저장이 가능한 세계 최초의 저장형 액체연료 극초음속 추진 시스템이다. 사진=AFRL/어사 메이저
극초음속 무기 경쟁의 핵심 변수가 '속도'에서 '운용성과 대량 생산성'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시험이 성공했다. 극저온 연료 없이 장기 상온 저장이 가능한 액체연료 추진 방식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연체가 사상 최초로 비행에 성공하면서, '창고에 보관했다 즉시 발사하는' 대량 배치형 극초음속 무기 시대의 현실화 가능성이 열렸다.

5일(현지 시각) 프랑스 항공우주 전문매체의 심층 분석 보도에 따르면, 미 공군연구소(AFRL)와 방산 스타트업 어사 메이저(Ursa Major)가 공동 개발한 ARMD(저가형 고속 미사일 시연체·Affordable Rapid Missile Demonstrator)가 지난 1월 27일 지상 발사 플랫폼에서 이륙해 초음속 이상의 속도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기술적으로 이번 시험은 초음속 단계였다. 극초음속은 마하 5(시속 약 4,800㎞) 이상을 의미하며, ARMD는 후속 단계에서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비행은 도달점이 아니라 검증된 첫 번째 발판이다.

계약 후 8개월 만에 비행체…속도가 증명한 방산 혁신


이번 성과에서 기술 못지않게 주목받는 것은 개발 속도다. 어사 메이저는 AFRL과 계약 체결 후 불과 8개월 만에 비행 준비가 완료된 시연체를 완성했다. 크리스 스파뇰레티(Chris Spagnoletti) 어사 메이저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강조한 이 일정이 후속 단계에서도 유지된다면, 차세대 추진 기술의 평가·검증 방식 전반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시험의 본질적 의의는 속도 수치가 아니라 추진 개념의 전환에 있다. AFRL은 이번 비행이 실험실 조건을 벗어난 실제 환경에서 추진 시스템이 설계대로 작동함을 입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엔지니어들이 더 극단적인 속도 영역으로 진입하기 전에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운용 개념 검증(Operational Concept Validation)이다.

드레이퍼 엔진…'10년 저장'이 바꾸는 전쟁 준비 방식


ARMD의 핵심은 탑재된 드레이퍼(Draper) 엔진이다. 이 엔진은 고농도 과산화수소와 케로신을 사용하는 폐쇄형 촉매 사이클 방식으로, 약 1814㎏f(4000파운드) 수준의 추력을 발생시킨다. 어사 메이저가 2025년 계약 발표에서 공식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연료는 별도의 냉각 없이 최소 10년간 상온 저장이 가능하며, 첫 비행 이전 이미 250회 이상의 점화 시험을 거쳤다.

기존 극초음속 무기 다수는 극저온 연료를 발사 직전에 주입해야 해 전문 인력·전용 인프라·장시간의 준비 과정이 필수였다. 반면 드레이퍼 엔진 기반 체계는 이 방정식을 완전히 뒤집는다. 연료 주입에 필요한 지상 장비가 대폭 경량화되고, 발사 준비 시간이 단축되며, 운용 인원의 부담도 줄어든다. '발사 직전 준비형 무기'가 아니라 '상시 대기형 무기'로의 전환이다.

여기에 드레이퍼 엔진은 비행 중 추력 조절이 가능한 스로틀(throttleable) 구조를 채택했다. 연소 속도가 고정된 고체 연료 미사일과 달리, 비행 중 출력을 유연하게 조정해 궤적과 속도를 제어할 수 있다. 극초음속 환경에서 궤적 제어는 요격 회피 능력과 목표 타격 정밀도에 직결되는 핵심 요소다. 어사 메이저는 드레이퍼 엔진의 부품 대다수를 3D 금속 프린팅으로 제조한다. 금속 적층 제조 방식은 소재 사용량을 줄여 잠재적 환경 영향을 60% 이상 감축할 수 있다는 산업·항공 분야 생애주기 분석 결과도 있으나, 공정과 생산량에 따라 에너지 소비가 이 이점을 부분적으로 상쇄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단일 미사일이 아니다"…대량 억제 전략의 전환점


AFRL은 이번 시험의 목표가 단일 무기 개발에 있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제이슨 바르톨로메이(Jason Bartolomei) 준장은 "우리는 단일 미사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비용 효율적이고 대규모 반복 생산이 가능한 억제 도구를 구축하고 있다"고 직접 밝혔다.

이 지점에서 '저장 가능성'과 '저비용'의 조합이 갖는 전략적 함의가 명확해진다. 극저온 인프라가 필요한 극초음속 무기는 대규모 배치 자체가 구조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10년간 별도 유지 보수 없이 보관이 가능한 체계는 군이 신뢰할 만한 재고를 구축하기 위한 물류 계산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억제 전략의 무게중심이 '정밀 타격 소수 전력'에서 '대량 압박 다수 전력'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변화가 있다. 기존 우주·군사용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된 하이드라진 계열 연료 대비 과산화수소는 독성이 현저히 낮아 지상 작업 안전 장비 요건, 연료 수송 물류, 발사 기지 비상 프로토콜이 모두 간소화된다. 그러나 이것이 '친환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케로신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며, 고농도 산화제는 여전히 반응성이 강한 물질이다. 지역 독성 리스크 감소와 온실가스 배출은 별개의 문제이며, 두 가지는 각각 독립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진짜 질문은 기술적인 것이 아니다. 이 모델이 향후 수년간 첨단 방위 프로그램의 산업 표준이 될 것인가, 아니면 예외적 사례로 남을 것인가다. '저장 가능하고, 즉시 발사할 수 있으며, 대량 생산까지 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 이 조합이 완성되는 순간, 현대 전장의 억제 개념은 전혀 다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된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