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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논란의 민낯”… 사고 10건 중 7건은 페달 오조작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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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논란의 민낯”… 사고 10건 중 7건은 페달 오조작 가능성

고령 운전자 비중 75%… 도심·저속 사고 집중, 해외는 조건부 면허 등 제도 강화

고령 운전자 증가와 함께 페달 오조작·조건부 면허제 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자료=AI 생성이미지 확대보기
고령 운전자 증가와 함께 페달 오조작·조건부 면허제 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자료=AI 생성

​데이터가 보여준 ‘페달 오조작’


최근 차량 돌진 사고가 반복되면서 이른바 ‘급발진’ 논란이 다시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사고기록장치(EDR)와 페달 블랙박스 등 분석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일부 사고에서는 차량 결함보다 페달 오조작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고령 운전자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운전 안전 제도를 보다 현실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급발진 의심 사고, 상당수는 페달 오조작 가능성… 분석 기술 고도화

​11일 한국교통안전공단(TS)이 지난 1월 발표한 ‘2025년 급발진 의심 사고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언론에 보도된 급발진 의심 사고 149건 가운데 약 73.2%에 해당하는 109건이 페달 오조작 가능성이 높은 사례로 분석됐으며, 나머지 40건은 조사 중이거나 결과가 확인되지 않은 사례였다.

연령이 확인된 사고 가운데 60대 이상 고령층 비중은 75.2%(149건 중 106건)에 달했고, 연령대별로는 60대가 36.2%로 가장 많았으며 70대가 28.4%로 뒤를 이었다.

사고 발생 장소도 고속도로보다 도심 간선도로(40.3%)와 아파트·주택단지(29.5%) 등 일상 공간에서 더 많이 발생했으며, 정차 상태나 저속 주행 중 발생한 사고 비율도 69.4%에 달해 출발·주차·서행 과정에서 순간적인 판단 오류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은 사고기록장치(EDR), 페달 블랙박스, 엔진음 분석 등을 통해 사고 직전 가속·제동 여부를 보다 정밀하게 확인하고 있으며, 실제 일부 사고에서는 운전자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은 정황도 확인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2026.01.19. 발표한 2025년 언론 보도 급발진 의심 사고 149건 분석 결과, 페달 오조작 가능성과 고령 운전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AI 생성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2026.01.19. 발표한 2025년 언론 보도 급발진 의심 사고 149건 분석 결과, 페달 오조작 가능성과 고령 운전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AI 생성

“2초의 착각” 왜 반복되나

전문가들은 고령 운전자 사고 증가의 배경으로 신체 노화와 차량 환경 변화를 동시에 지목한다.

고령층은 돌발 상황에서 인지·판단·조작 과정이 순간적으로 꼬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당황한 상황에서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거나, 잘못 밟은 이후에도 즉시 발을 떼지 못하는 이른바 ‘고착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고는 대부분 단 몇 초의 판단 착오에서 시작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2초의 착각이 사고를 만든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젊은 층보다 반응 속도가 느린 만큼 짧은 판단 오류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전기차 시대, 더 커진 가속 리스크


차량 특성 변화도 변수로 꼽힌다. SUV와 전기차 비중이 급증하면서 차량의 순간 가속 성능은 과거보다 크게 향상됐다. 전기차는 페달을 밟는 즉시 최대 토크가 전달되는 특성이 있어 작은 실수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교통안전공단 분석에서도 차량 등록대수 대비 급발진 의심 사고 비율은 전기차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평생 내연기관차에 익숙했던 고령 운전자들이 전기차의 즉각적인 반응 속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혼란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숙한 실내 환경과 전자식 변속기 등도 체감 속도를 떨어뜨려 차량 반응을 직관적으로 인지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를 “차량 기술과 운전자 노화의 미스매치”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첨단 안전장치에도 한계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의 한계도 거론된다.

최근 차량에는 긴급제동시스템(AEB) 등이 적용되고 있지만, 가속 페달을 일정 수준 이상 강하게 밟을 경우 운전자의 의도로 판단해 시스템 개입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고령 운전자들이 첨단 안전 기능의 작동 원리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페달 오조작 방지 기술은 급가속 상황에서 차량 출력을 자동으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자료= 한국교통안전공단이미지 확대보기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페달 오조작 방지 기술은 급가속 상황에서 차량 출력을 자동으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자료= 한국교통안전공단

해외는 이미 ‘초고령 리스크’ 현실화


고령 운전자 문제는 이미 해외에서 현실적인 사회적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65세 이상 비중이 55.9%에 달하는 등 고령층 사고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차량 자동 제동 시스템 등 기술 발전으로 전체 사망자 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고령층 비중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역시 상황은 빠르게 비슷해지고 있다. 고령 운전자 사고 사망자가 최근 1년 사이 10.8% 증가하면서 일본의 구조를 뒤따르는 흐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이에 대응해 ‘서포트카 한정 면허’와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보조금 제도를 도입하며 제도와 기술을 함께 강화하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운전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운전 범위를 제한하는 조건부 면허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독일은 자율성을 유지하면서도 제도 개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동권과 공공안전 사이


국내에서도 고령 운전자 안전 강화를 위한 제도 도입 논의가 진행 중이다.

경찰청은 일정 연령 이상 운전자에 대해 야간 운전 제한, 고속도로 주행 제한, 거주지 인근 운전만 허용하는 조건부 면허 제도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순한 면허 반납 압박만으로는 현실적인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울산과 경북 등 지방 지역은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아 차량이 사실상 필수 이동수단인 경우가 많다. 병원 진료나 생계 활동을 위해 운전이 불가피한 고령층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보급 확대, 보조금 지원, 고령자 맞춤형 면허 갱신 교육, 조건부 면허제 도입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교통 취약 지역에서는 ‘1000원 택시’(농촌 등지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이동을 지원하는 공공 교통 서비스)나 어르신 전용 이동 서비스 확대 필요성도 제기된다.

균형을 찾는 사회로


전문가들은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중요한 것은 고령 운전자를 단순히 도로 밖으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동권과 공공 안전 사이 균형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핵심은 고령 운전자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데 있다는 지적이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