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공정혁신 시뮬레이션센터 가동… 디지털 양극화·보안 신뢰 구축이 과제로
이미지 확대보기대구광역시 제조업의 중심축인 성서산업단지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제조혁신 거점으로 변신에 나서고 있다.
노후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수준을 넘어, 가상 환경에서 생산 공정을 최적화하는 ‘스마트그린산단’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지역 제조업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설계 3개월 걸리던 공정, 2주로”… 가상 시뮬레이션의 변화
14일 시에 따르면 이번 혁신의 핵심에는 국내 제조 산단 가운데 최대급 규모로 조성된 ‘AI 기반 공정혁신 시뮬레이션센터’가 있다. 대구시와 산단 측 설명에 따르면 이 센터는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구축하기 어려운 고가의 해석 소프트웨어와 컴퓨팅 자원을 클라우드 방식으로 제공한다.
현장에서는 실제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성서산단의 자동차 부품업체 A사는 과거 신제품 금형 설계 과정에서 반복 실험과 수정 작업에 평균 3개월가량을 투입해야 했다. 그러나 가상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도입한 뒤 설계 기간을 약 2주 수준으로 단축했다.
초기에는 현장 데이터 입력 방식 차이와 시스템 적응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운영 체계가 안정된 이후에는 시행착오 비용을 연간 약 2억 원 절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센터 측은 일부 기업 사례에서는 제조 비용 절감 효과가 최대 70% 수준까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인력난 해법으로 떠오른 ‘AI 공정 혁신’
성서산단의 이번 시도는 국내 주요 산업단지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반월·시화 등 수도권 산업단지들이 고령화와 인력난으로 생산 차질을 겪는 상황에서, 성서산단은 AI를 활용한 생산 효율 극대화 전략으로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숙련공의 경험과 노하우를 데이터화해 생산 공정에 반영하고, 반복적인 설계·검증 과정을 디지털 환경에서 처리하는 방식은 독일 ‘인더스트리 4.0’ 기반 스마트팩토리 모델과 유사한 흐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AI는 먼 이야기”… 영세 사업장과의 격차 여전
다만 첨단 인프라 구축만으로 제조혁신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산단 현장에서는 기술 도입 속도에 따른 ‘디지털 양극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 매출 100억 원 이상 중견기업들은 AI 기반 생산 체계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당장 납기와 인건비 부담에 시달리는 1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는 스마트 산단 정책이 여전히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산단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아직 엑셀 활용조차 익숙하지 않은 업체들도 적지 않다”며 “복잡한 플랫폼보다 당장 적용 가능한 단순·실용형 지원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고가 솔루션 중심 정책보다 소규모 사업장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저비용 AI 패키지 보급과 현장형 교육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안 신뢰 구축·인재 정착도 과제
데이터 보안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일부 기업들은 핵심 공정 데이터와 생산 노하우가 외부 클라우드망으로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AI 시스템 도입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단순 장비 지원을 넘어 중소기업이 안심하고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보안 체계와 신뢰 기반의 클라우드 운영 가이드라인 구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산단에서 육성한 전문 인력이 수도권이나 대기업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주거·교통·문화 등 정주 여건 개선과 근로환경 개선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 전역으로 확산되는 ‘디지털 제조혁신’
대구시는 성서산단의 성과를 바탕으로 정부의 ‘AX(인공지능 전환) 실증산단’ 공모에 도전하는 한편, 관련 모델을 서대구산업단지와 대구 제3산업단지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성서산단의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이제 산업 경쟁력은 공장 규모보다 데이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산단 전체에 디지털 DNA를 심으려는 이번 시도가 대구 제조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후 산업단지에 AI라는 새로운 엔진을 장착하려는 성서산단의 실험이 지역 제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국내 제조혁신의 대표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광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wang247@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