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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초마다 하나씩 뚝딱”…UNIST, 초고속 마이크로 3D프린팅 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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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초마다 하나씩 뚝딱”…UNIST, 초고속 마이크로 3D프린팅 기술 개발

한 층씩 쌓던 방식 넘어 ‘형상 전체 한번에 제작’ 구현
AI가 빛 왜곡까지 계산… “맞춤형 부품 대량생산 가능성 열었다”
UNIST 연구진이 개발한 초고속 마이크로 3D프린팅 기술 개념 이미지. 액체 방울 내부에서 빛을 이용해 초소형 구조물을 한 번에 제작하는 방식으로, AI가 빛의 왜곡까지 계산해 정밀도를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자료= AI 생성 및 자체편집이미지 확대보기
UNIST 연구진이 개발한 초고속 마이크로 3D프린팅 기술 개념 이미지. 액체 방울 내부에서 빛을 이용해 초소형 구조물을 한 번에 제작하는 방식으로, AI가 빛의 왜곡까지 계산해 정밀도를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자료= AI 생성 및 자체편집
3D프린터가 물건을 만드는 속도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이 1분마다 초소형 3차원 구조물을 연속 생산할 수 있는 초고속 3D프린팅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처럼 재료를 한 층씩 쌓아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구조물 전체를 한 번에 만드는 방식이다.

UNIST 기계공학과 정임두 교수팀은 액적(방울) 내부에서 구조물을 한 번에 제작하는 ‘디스펜싱 체적 적층 제조(DVAM)’ 기술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액체 원료 방울 전체에 빛을 쏴 원하는 형상을 한 번에 굳히는 방식이다. 기존 3D프린팅이 케이크 시트처럼 한 층씩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면, 이번 기술은 형상 전체를 동시에 만들어내는 셈이다.
연구팀은 유리 피펫 끝에 맺힌 작은 액체 방울 안에서 인쇄와 배출이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를 구현했다. 구조물 제작이 끝나면 완성품이 바로 아래로 떨어지고, 새로운 액체 방울이 즉시 공급되면서 연속 생산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연구팀은 손가락 끝에 올릴 수 있을 정도의 초소형 에펠탑과 조형물 등 서로 다른 10개 구조물을 약 10분 만에 연속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구조물 하나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60초 수준이다.

“느려서 못 썼던 3D프린팅 한계 넘는다”


업계에서는 이번 연구의 핵심 경쟁력으로 ‘속도’를 꼽는다.

기존 3D프린팅은 구조가 복잡할수록 제작 시간이 크게 늘어나 시제품 제작이나 연구용 중심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이번 기술은 제작과 배출, 다음 공정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특히 연구팀은 기존 방식 대비 프린팅 속도를 최대 100배 이상 높였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맞춤형 의료기기와 반도체·전자부품, 마이크로 로봇, 정밀 산업 부품 생산 분야 등에서 활용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는 시간이 오래 걸려 대량생산이 어려웠던 초소형 정밀 부품 제작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AI가 빛 왜곡 계산… 정밀도도 높였다


UNIST 기계공학과 정임두 교수(왼쪽)와 제1저자인 전홍령 연구원. 연구팀은 액체 방울 내부에서 초소형 구조물을 연속 생산할 수 있는 초고속 마이크로 3D프린팅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 UNIST 대외협력팀이미지 확대보기
UNIST 기계공학과 정임두 교수(왼쪽)와 제1저자인 전홍령 연구원. 연구팀은 액체 방울 내부에서 초소형 구조물을 연속 생산할 수 있는 초고속 마이크로 3D프린팅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 UNIST 대외협력팀

기술 개발 과정에서 가장 큰 난관은 액체 방울 표면에서 발생하는 빛의 굴절 현상이었다. 액적 표면이 둥글다 보니 빛이 휘어지면서 형상이 왜곡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AI 기반 객체 인식 기술과 ‘역 광선 추적’ 계산 기술을 결합했다. AI가 액체 방울의 모양과 곡률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면, 빛이 어떻게 휘어질지를 미리 계산해 왜곡을 보정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AI가 빛의 왜곡까지 미리 계산해주면서 빠른 속도와 정밀도를 동시에 확보한 셈이다.

정임두 교수는 “기존 3D프린팅은 느린 제작 속도가 가장 큰 한계였지만, 이번 연구는 전체 형상을 한 번에 만들고 AI 기술로 광학 왜곡 문제까지 해결한 사례”라며 “이제는 원하는 형상을 수십 초 안에 즉석에서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