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작곡가는 오실레이터, 모듈레이션으로 신디사이저 소리를 극대화·생성·조작한다. 총 4장의 섹션마다 지난해 8월 ‘안성균 작곡 발표회’의 모스부호에서 영감받아 실행되었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작곡가의 의지가 ‘IMMERSION(몰입)’ 의 SOS 신호에 충전된다. 독백(고철순)과 목소리(이기창)의 2인극 형태의 음악극은 피아노(조영훈), 바이올린(정지훈), 첼로(최영)의 피아노 트리오와 신디사이저가 어우러져 클래식 공연의 벽을 넘고 시공간적 감각을 유발시켜 시간적 무규정성을 활용한 사운드 퍼포먼스를 만들어낸다.
1장에서 이기창의 목소리는 ‘프롤로그’, ‘섬 집 아기’, ‘아리랑은 사라졌다’를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억의 잔향과 집단적 서사를 호출하는 음향적 이미지로 승화시켰으며, 안콘텐츠랩의 피아노·바이올린·첼로·신디사이저가 직조한 섬세한 사운드 텍스처는 선형적 시간의 흐름을 해체한 채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회상의 공간을 펼쳐 보이며 한 편의 음악적 기억극(記憶劇)을 완성했다.
2장 ‘할머니와 여섯 살 아이-그 이름’에서 어린 날의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풋풋한 사랑이 심도있게 표면화되고 주파수를 변조한 신디사이저의 진동 효과는 소리 디자인의 핵심 포인트가 된다. ‘일출과 일몰은 다르다’와 ‘피아노 공기놀이’는 가역적 시간 질서에서 일탈한 음향성은 앙상블의 규칙화된 변조와 반복이 과거를 끌어당기는 특정한 지향점에 기능한다. 체험된 과거를 재생하는 것도 아니고 현재의 느낌을 전달하려는 것도 아니다. 과거의 스케치를 따라 사운드는 음색 덩어리를 찾아내고 분배하며 무대 공간에 분사된다.
신디는 틈새로 친화성있게 파고들고 ‘기억의 지배자’를 고집스레 유형화한다. 음계적 굴레를 벗어난 소리는 이미 무조의 질서에서 자유롭고 일관된 맥로로 전환된다. 소리의 공격과 지속을 반복한 신디사이저는 울림을 배가하고 곡의 주제에 접근한다. 피아노 트리오와 신디의 호흡이 역동적 절정을 이루고 빈틈없이 음향성은 생생하게 창출된다. 불안정된 음층계를 재생하고 소리의 질감은 높여 안어울림화음 자체가 뒤섞여 통합적 유대를 갖는 음악 진행은 후반부로 갈수록 진정한 과거와 불분명한 현실 사이의 대립을 시각적으로 풀어가고 지표적 성격보다 꽉찬 긴장감을 쏟아낸다.
3장 ‘기억의 지배자’와 4장 ‘커넥트’는 음향 대비를 이루며 피아노 트리오는 주제를 풍요롭게 확대, 재현 반복을 거듭하며 화음력을 발산한다. ‘기억의 지배자’는 신디 사이저의 마법에 걸려 동시적으로 생기는 음향의 누적음에 연결되어 곡의 속성에 접근한다. 무대 조명에서 회화적 투시법과 이미지는 실행되었으나 현실성엔 아쉬움이 남는다. 협화음과 불협화음이 교합되는 ‘커넥트’는 배음공명이 유지되어 상호 친화성이 풍부하다. 장마다 목소리(이기창)는 과거의 영속성을 구체화하고 귀착점에 도달한다. 변화된 주제에서 명백한 투명성을 끌어내고 곡의 구석구석을 아우른다.
다양한 리듬과 음역을 쫓아가는 ‘아리랑은 사라졌다’와 ‘피아노 공기놀이’는 잠재적 반사성에 흡수되는 화음 배합이 상징적이고 애끓는 페이소스가 있다. 음향의 층계내에 지속성을 얻는 피아노(조영훈)는 화성적 색채가 손상되지 않은 음악적 액션에 기능한다. 바이올린(정지훈)과 첼로(최영)는 개개의 악절을 끈끈하게 유대하며 현대적이며 주제의 무한한 질서를 순환하고 특정한다. 안콘텐츠랩은 지속된 음악의 성격과 진지함이 묻어있고 전 음색에서 모핑기법 같은 음악적 신호를 만들어낸다. 신디를 통한 패세지의 정취, 불협화적 화음이 잠시 이완되고 정점으로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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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길 잃은 시선에서 과거를 끌어낸 작곡가의 착상이 힘차고 유연한 조화로움을 준다. 이번 연주의 핵심 포인트가 된 ‘몰입(Immersion)’은 크로탈 화음에 선율이 배가되어 불협화적 앙상블이 혼탁하지만 음악이 이완되고 긴장감이 지속된다. 모진 시련은 겪은 난이한 소재들이 고동치며 피아노 트리오는 성부간 마찰을 일으키며 곡 전체를 압도한다. 낮은 음역에서 다른 소재가 맞물려 이어지며 동력적으로 만연되는 사운드는 서정성을 더해준다. 고음역에서 교창적으로 사용된 반음계적 진행이 역동적이며 곡의 특성을 정돈한다. 피아노는 선회하고 커지다가 사나운 돌풍을 일으키며 신디와 합류된다. 과거를 감지하는 짧은 단편이 신디에 내포되어 수직으로 된 불협화음 집단에서 메아리친다.
모스부호‘SOS’는 피아노 트리오와 신디에 녹녹히 스며들어 미묘한 정취를 발산하고 향수적으로 배색된다. 온음계적 색채를 피하고 피아노 페달은 선율선을 따라 파워풀하고 쾌속적이다. 바이올린과 첼로는 대칭적 교류를 이끌고 격정적으로 혼합된다. 음향적으로 선율선의 정점에 위치한 앙상블은 규칙적인 박자에서 벗어나 과거의 점진적 출현에서 현재의 자아를 찾아가며 시지각을 넘나드는 음악 진행에 무게가 실린다.
전원적 특성의 이기창의 노래는 과거의 장면이 파열되지 않고 향수 촉매제가 되어 무한 감정을 제공한다. 비화성음과 반복이 혼합된 ‘몰입’은 서정적 표현에서 이상적 변형으로 곡의 온도가 높아진다. 이는 속박에서 벗어나 영혼의 해방에 포인트를 맞춘 작곡가의 의지로 파격적이다. 과거의 흔적에서 나를 찾는 ‘몰입(Immersion)’은 안콘텐츠랩의 반향적 시도이며 시간의 변화를 가시화한다. 그들은 주제에 맡긴 음량과 색채로 낭만적인 넌센스도 허용하지 않는다.
강렬한 상상력을 동원하고 피아노 기교를 확대했고 빠르게 치닫는 현악기(바이올린, 첼로)는 특징적 움직임을 흡수하며 극적 단계를 만들어간다. 사실적 소재를 다룬 이 곡은 줄거리가 전개되는 방향에 따라 관객을 유도하며 퍼포먼스에 상응하는 앙상블을 실행한다. 회상을 통해 창조한 소리와 음향은 무대가 바뀔 때마다 하강과 상승의 선율 곡선이 음악적 분위기와 연상적 효과를 거두며 하나의 무대를 형성하고 음향을 배치한 음악적 디자인이 주목된다.
이번 연주회는 음량과 밀도, 표현의 층위를 확장하며 동시대적 인간 내면의 불안과 긴장을 음향적으로 형상했고, 끊임없는 상승·하강을 반복하는 음고의 역동적 궤적 속에서 악기의 진화된 가능성과 확장된 음악 어법을 드러냈으며, 과감한 음색 변주와 원근감 있는 사운드 설계가 결합되어 거대한 음향 생태계를 구축했다. 안콘텐츠랩은 개별 소리들을 살아 있는 흐름으로 조직하며 강렬한 맥동과 서사적 에너지를 생성해냈고, 이러한 음향적 상상력이 앞으로 어떤 새로운 지평으로 이어질지 기대를 모은다.
정순영(음악평론가 겸 작곡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