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해맞이 명성에도 짧은 체류 한계… 진하해수욕장·명선도·서생 해안 연결이 관건
이미지 확대보기울산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은 전국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해맞이 명소로 꼽힌다.
새해 첫날이면 차가운 바닷바람 속에서도 전국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간절곶 해안가를 메우고, 소망우체통과 등대 주변은 일출을 기다리는 인파로 가득 찬다.
간절곶은 울산 관광을 대표하는 이름 가운데 하나다.
한반도 육지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상징성은 전국적 인지도를 만들었고, 새해 해맞이 행사 때마다 수많은 방문객을 불러 모았다.
올해 1월 1일에도 울주군 추산 약 10만 명이 간절곶을 찾았다. 경찰 경력 90명가량이 배치돼 교통과 안전관리에 나설 정도로 현장 열기는 뜨거웠다.
하지만 간절곶 관광의 고민은 바로 그 다음 장면에서 시작된다.
방문 수요가 새해 첫날과 일출 시간대에 지나치게 몰리면서 교통 혼잡과 안전관리 부담은 커지지만, 지역 상권과 숙박, 야간 소비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해는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관광객이 울주에 머무는 시간은 길지 않다.
해맞이 명성은 강하지만 관광 수요는 하루에 쏠린다
이미지 확대보기매년 12월 31일부터 1월 1일까지 이어지는 해맞이 행사는 송년공연과 새해 퍼포먼스, 드론쇼, 전시·체험 프로그램 등이 결합되며 전국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간절곶 관광은 특정 날짜와 특정 시간대 의존도가 높다. 새해 첫날 일출은 강력한 흡인력을 갖지만, 관광객 상당수는 해돋이를 본 뒤 곧바로 이동한다.
지역 음식점과 카페, 숙박시설, 체험 콘텐츠로 이어지는 소비 시간이 짧으면 대규모 인파가 지역경제에 남기는 효과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울주군 전체 관광 지표에서도 이런 흐름은 확인된다. 울주군의회가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울주군 방문객은 3582만 명으로 전년보다 3.6% 증가했다.
그러나 숙박 방문자는 3.8% 감소했고 평균 체류시간도 958분으로 전년 대비 7.5% 줄었다. 전국 평균보다 52분 짧은 수준이다.
관광객 수만 보면 울주는 이미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영남알프스와 간절곶, 외고산 옹기마을, 반구천 암각화 등 전국적 관광자원이 흩어져 있다.
그러나 관광객이 여러 지점을 깊게 연결해 소비하는 흐름은 아직 약하다. 간절곶의 과제도 이 지점에 놓여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새해 첫날 인파를 사계절 방문으로 나눠야 한다
간절곶 관광의 해법은 더 큰 해맞이 행사를 만드는 데만 있지 않다. 1월 1일에 집중된 방문 수요를 연중 여러 계절과 시간대로 나눠 받아낼 콘텐츠가 필요하다.
봄에는 해안 산책과 꽃 경관, 여름에는 진하해수욕장과 해양레저, 가을에는 서생포왜성과 외고산 옹기마을을 연계한 역사·문화 코스, 겨울에는 해맞이와 야간경관을 결합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같은 간절곶이라도 계절마다 다른 방문 이유를 만들어야 관광 수요가 하루에 몰리는 현상을 줄일 수 있다.
시간대 분산도 중요하다. 간절곶은 새벽 일출에 강하지만 해가 뜬 뒤 관광객을 붙잡는 콘텐츠가 약하다.
오전에는 간절곶 해안과 등대, 낮에는 진하해수욕장과 서생포왜성, 저녁에는 명선도 야간경관, 밤에는 지역 숙박과 음식점으로 이어지는 일정이 만들어져야 한다. 관광객이 새벽에 왔다가 오전에 빠져나가는 흐름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이미지 확대보기교통 운영도 분산 전략과 함께 가야 한다. 새해 첫날처럼 인파가 몰리는 시기에는 임시주차장과 셔틀버스, 보행 동선, 안전요원 배치가 중요하다. 평상시에는 대중교통 접근성과 관광지 간 이동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
관광객이 간절곶 하나만 보고 돌아가지 않도록 주변 관광지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안내체계와 순환형 교통수단을 갖추는 일이 필요하다.
진하·명선도·나사리, 서생 해안의 시간을 늘릴 자원
간절곶의 약점을 보완할 가장 가까운 자원은 진하해수욕장과 명선도, 나사리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서생 해안권이다.
진하해수욕장은 여름 피서와 해양레저 수요를 갖고 있고, 명선도는 해가 진 뒤 조명과 미디어아트를 앞세운 야간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울산은 2023년 SRT 차내지 SRT매거진이 선정한 국내 최고 여행지 10곳에 이름을 올렸고, 당시 울주군 명선도의 야간 조명과 미디어아트, 진하해수욕장의 서핑 명소 이미지와 일출 경관이 주요 관광 자원으로 거론됐다.
이미지 확대보기여기에 나사리해수욕장과 그릿비, 시선310, 호피폴라, 헤이메르 등 오션뷰 카페가 더해지면서 일출과 해안 산책 이후 관광객이 머무를 수 있는 소비 공간도 생기고 있다.
간절곶이 새벽 일출을 여는 공간이라면 진하해수욕장은 낮의 해변, 명선도는 저녁과 밤의 경관, 나사리 해안권은 카페와 식음료 소비를 맡을 수 있다.
관광객이 간절곶에서 해돋이만 보고 빠져나가는 대신 진하와 나사리, 명선도로 이어지는 코스를 선택하면 서생 관광의 체감 시간은 달라진다.
행정이 만든 관광시설과 민간이 만든 소비 공간이 함께 움직일 때 지역 상권이 체감하는 효과도 커질 수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관광객은 늘었지만 숙박과 지역 소비는 따라오지 못했다
울주 관광의 또 다른 고민은 소비의 질이다. 울주군의회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울주군 내국인 관광소비액은 6200억 원으로 전년보다 2.3% 증가했다.
그러나 운송업 비중이 45.4%로 가장 높았고, 식음료업 28.6%, 쇼핑업 17.4% 순이었다. 숙박업 소비는 2% 감소했으며 호텔 이용은 32% 줄었다.
이는 관광객 이동은 활발하지만 지역 안에서 밤을 보내고 소비하는 흐름은 약하다는 뜻이다. 간절곶 관광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해맞이 행사처럼 특정 시간대에 방문객이 집중되는 경우 교통과 안전관리 부담은 커지지만, 지역 상권이 얻는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서생면 일대 상권이 간절곶의 이름값을 온전히 체감하려면 관광객이 머무는 순서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일출 감상 이후 주변 음식점과 카페, 진하해수욕장 산책, 명선도 야간 관람, 숙박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만들어져야 한다.
해맞이 인파가 지역경제의 온기로 남으려면, 간절곶에서 시작된 발길이 서생 해안권 안에서 더 오래 이어져야 한다.
대형 개발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연결이다
울주군은 그동안 간절곶과 서생 해안권을 중심으로 여러 관광 구상을 추진해 왔다.
간절곶 식물원 건립도 그중 하나다. 울주군은 2030년 완공을 목표로 간절곶 일대 식물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시설이 들어서면 해맞이와 해안 산책 중심의 관광을 사계절 관람형 콘텐츠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식물원은 간절곶 관광의 계절 편중을 줄일 수 있는 카드다. 새해 첫날과 특정 주말에 집중되는 방문 수요를 봄·여름·가을까지 넓히고, 가족 단위 관광객과 중장년층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다. 다만 시설 하나만으로 관광 흐름이 바뀌지는 않는다.
식물원과 간절곶, 진하해수욕장, 명선도, 서생포왜성, 외고산 옹기마을을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울주 관광의 약점은 자원이 없다는 데 있지 않다. 자원은 이미 많다. 문제는 각 관광지가 점으로 흩어져 있다는 점이다.
관광객 입장에서 이동하기 쉽고, 머물 이유가 있으며, 낮과 밤의 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코스가 필요하다.
서생 해안관광축, 울주 관광의 시험대
간절곶은 울산 관광에서 가장 강한 상징을 가진 공간이다. 울산을 모르는 사람도 간절곶이라는 이름은 안다. 이 인지도는 쉽게 얻기 어려운 자산이다. 그러나 이름값이 곧바로 지역경제 효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앞선 울산 관광 변화 흐름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태화강국가정원과 울산대공원은 도심 야경과 축제를 결합하며 밤의 관광 수요를 키우고 있다. 장생포는 포경항의 기억을 레트로와 미디어아트, 수국축제로 다시 풀어냈다. 동구는 대왕암공원과 슬도, 일산해수욕장을 잇는 해안 관광축으로 조선도시의 이미지를 넓히고 있다.
간절곶의 다음 과제는 ‘해맞이 명소’라는 기존 명성을 어떻게 확장하느냐에 달려 있다. 새벽의 일출, 낮의 해변, 저녁의 명선도, 밤의 숙박과 지역 상권이 이어져야 서생 해안 관광은 힘을 얻는다.
울산 간절곶의 해는 여전히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제 필요한 것은 새해 첫날 한꺼번에 몰리는 방문객 흐름을 사계절과 하루 전체로 나누는 일이다.
관광이 빨리 저무는 지금의 흐름을 바꾸지 못하면 간절곶은 해맞이 인파가 몰리는 명소에 머물 수밖에 없다. 반대로 서생 해안을 하나의 관광권으로 묶어낸다면 간절곶은 울산 관광의 첫 장면을 넘어 울주 남부 해안 전체를 깨우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