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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정 출연 '최현류 산조춤_여울', 전통창작춤의 정형과 이음의 묘(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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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정 출연 '최현류 산조춤_여울', 전통창작춤의 정형과 이음의 묘(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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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류 산조춤_여울(남산국악당, 손미정 출연)
보훈무용제(이사장 유영수)가 2026 서울시 민간축제 지원 육성사업으로 6월 28일(일) 17시, 나루아트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폐막작으로 선정한 ‘세월을 가진 춤’(임관규의 강선영류 태평무, 김호은의 정영례류 산조_像, 그리움을 담다 등) 일곱 작품과 송재영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이사장의 ‘춘향가’의 ‘어사상봉’ 대목 가운데 한국무용을 제대로 일구고 있는 손미정(예원학교 한국무용 전임교사, 崔賢 우리춤院 부회장) 출연의 '최현류 산조춤_여울'을 주목한다.

'최현류 산조춤_여울'(이하 '여울')은 “폐쇄된 심창(深窓) 안에서 가사를 영위하는 여인들의 자태와 그 무언의 의지, 그러나 뜰 위의 하늘이 있기에 숨을 쉬고 한을 이겨내는 조선조 여인들의 단아한 자태, 고고한 정신이 최옥삼류 가야금 산조의 울림으로 희열의 날개를 만경창파에 다채롭게 띄운다.” 작품은 최현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 과거로의 시대를 관통하는 상상, 여인들의 고고한 자태가 악가무에 실려 황홀에 이르게 하는 마법으로 기능한다.

'여울'은 조선조 상류층 부인들이 유교적 질서와 사회적 규범 속에서 감추어야 했던 욕망과 정서를 절제된 신체 언어로 형상화하며, 침묵 속에 응축된 심리적 갈등을 섬세한 미학으로 드러낸다. 산조 특유의 다양한 장단 변화는 음악적 구조를 넘어 감정의 미세한 진폭과 내면의 파동을 견인하며, 움직임은 억눌림과 해방, 고요와 동요가 교차하는 정서적 여울을 시각화한다. 작품 전체는 한 계절이 순환하는 시간성과 하루가 저물어 가는 생의 리듬을 중첩시킨다.

여인은 깊이 묻혀 있는, 드러내놓지 못하는 심성을 홀로 조용히 응시하는 시적 여백과 한국 춤 특유의 절제미를 완성한다. 그 시대는 무엇이든 쉽게 드러낼 수 없었다. 모든 감정은 유교적 질서와 예법이라는 사회적 규범 속에서 침묵해야 했으며, 여성의 내면은 끝내 말없는 시간으로 축적되었다. 부인들도 인간이었기에 삶의 희로애락과 존재의 갈등을 품고 살아갔으며, 몸짓과 호흡, 미세한 움직임의 결을 통해 내면의 진실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여울'은 이러한 여인의 심리적 결을 절제된 움직임과 여백의 미학으로 승화시켜, 드러남보다 감춤이 더 깊은 정서를 생성하는 한국 춤의 미학을 섬세하게 구현한다. 춤사위는 침잠된 내면의 시간을 응축하여 존재의 깊이를 사유케 하는 미적 매개이다. 침묵은 심오한 감정의 언어이며, 내면의 울림은 절제된 몸짓 속에서 더욱 선명한 미적 감동으로 전이된다. '여울'은 절제와 응축의 미학을 통해 여성의 내면을 시대적 기억과 보편적 인간성의 차원으로 확장한다.

한국 춤이 지닌 정신성과 서정성을 깊이 있게 환기하는 작품으로 자리한 '여울'은 이후 군무 작품 '남색끝동'으로 재구성되며, 개인의 내면에 머물렀던 정서의 서사를 공동체적 삶의 풍경으로 확장해 나간다. 이는 한 인간의 침잠된 심리를 응시하던 시선이 일상의 삶을 함께 견뎌낸 여성들의 집단적 기억과 생명성으로 전환되면서, 개인의 서정은 공동체의 서사로, 내면의 독백은 삶의 리듬을 공유하는 집합적 몸의 미학으로 심화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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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류 산조춤_여울(남산국악당, 손미정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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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류 산조춤_여울(남산국악당, 손미정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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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류 산조춤_여울(남산국악당, 손미정 출연)

독무 '여울'이 높은 신분의 여인이 사회적 규범과 억압 속에서 드러낼 수 없었던 심적 갈등을 절제된 움직임으로 형상화하였다면, 군무 '남색끝동'은 규방의 여인과 평범한 아낙네들의 일상과 노동, 연대와 삶의 정서를 보다 생동감 있는 호흡으로 펼쳐진다. '여울'은 동일한 정서적 근원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독무는 내면의 심연을 응축된 몸짓으로 탐색하고, 군무는 삶의 현장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생명력과 공동체적 정서를 공간감 있는 움직임으로 구현한다.

군무 '여울'은 베틀과 다듬이와 같은 생활 도구의 이미지들을 매개로 삼아, 일상의 노동과 삶의 결을 외형적으로 형상화한다. 개인의 서사는 그들의 생활 세계 속에서 분절되어 드러나며, 평범한 일상성의 층위를 따라 구성된다. 무용수 개개인에게도 내면의 정서는 존재하나, 독무에서처럼 심연으로 침잠하여 확장되지는 않는다. 독무는 한 인물의 내적 굴곡을 중심으로, 고통과 환희가 교차하는 정서의 파동 속에서 자기 고백적 움직임으로 선명하게 전개된다.

군무 '남색끝동'은 베틀과 다듬이 등 전통적인 생활의 소재를 무대 위에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여성들의 일상과 삶의 풍경을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무대를 채우는 생활의 기호들은 한 시대를 살아낸 여성들의 시간성과 삶의 결을 환기하며 작품의 서사적 밀도를 심화시킨다. 무용수들은 저마다의 삶과 개성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정서와 역할을 구현하지만, 그 표현은 공동체적 삶의 리듬과 정서를 형성하는 데 초점을 둔다.

손미정이 출연한 독무 '여울'은 한 존재의 의식과 감정이 지닌 다층적 결을 정교하게 더듬으며, 고뇌와 환희, 억압과 해방이 교차하는 심리의 흐름을 밀도 높은 신체 언어로 압축해낸다. 무용수의 몸은 단순한 정서 전달의 매개를 넘어, 시대적 침묵 속에 가려진 여성적 내면을 응시하게 하는 미학적 사유의 공간으로 확장된다. 절제된 동작의 리듬 속에서 드러나지 않은 정서의 심연을 은유적으로 환기하며, 보이지 않는 감각의 층위를 조용히 부유하게 만든다.

군무가 삶의 외연을 따라 공동체의 서사를 펼쳐낸다면, 손미정의 독무는 존재의 내면으로 침잠하여 감정의 미세한 결을 응시함으로써, 한국춤이 지닌 내면성과 서사성이 서로 다른 미학적 공간에서 구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에서 '여울'은 외형적 재현보다 내적 진실의 현현을 지향하며, 한국춤이 지닌 절제와 여백의 미학을 통해 인간 존재의 심연을 시적으로 드러내는 예술적 성취를 이룬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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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류 산조춤_여울(남산국악당, 손미정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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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류 산조춤_여울(남산국악당, 손미정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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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류 산조춤_여울(남산국악당, 손미정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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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류 산조춤_여울(남산국악당, 손미정 출연)

'여울'의 음악적 토대는 무용가 원필녀가 우연히 KBS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접한 김일륜의 산조 연주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하고 명인 황병기를 사숙한 김일륜의 연주는 장구 대신 북을 중심으로 한 독특한 음향 구조를 형성하고 있었으며, 기존 산조의 관습적 리듬감과는 다른 응축된 긴장감과 깊은 울림으로 원필녀의 예술적 감수성을 사로잡았다. 이러한 청각적 체험은 이후 안무의 정서적 골격을 형성하는 중요한 미학적 계기로 작용하였다.

김일륜은 현재 중앙대 예술대학 전통예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북이 이끌어내는 절제된 호흡과 여백의 시간성은 작품이 지향하는 내면의 정서와 미묘하게 공명하며, 춤과 음악이 하나의 심리적 풍경을 창조하는 미학적 기반으로 작용했다. 원필녀는 이러한 음악을 안무에 적용하기 위해 최현에게 의견을 구하였고, 그의 전폭적인 동의를 얻으면서 음악과 움직임의 유기적 결합이 이루어졌으며, 이를 바탕으로 최현은 약 13분 분량의 독무 '여울'이 완성하였다.

본래 최옥삼류 산조는 진양조장단만으로도 20분을 훌쩍 넘기는 장대한 호흡을 지닌 음악이지만, 당시 방송 연주는 생방송의 편성 시간에 맞추어 약 13분 분량으로 재구성되어 연주되었고, 이 축약된 음악은 오히려 작품의 안무 구조와 긴밀하게 호응하는 시간적 틀을 형성하였다. 장대한 산조의 서사를 응축한 이 음악적 압축은 내면의 정서를 더욱 밀도 있게 응집시키며, 춤의 호흡과 극적 긴장을 배가시키는 미학적 동력으로 작용하였다.

이후 국립국악원 공연 준비 과정에서 원필녀는 김일륜에게 반주를 의뢰하였고, 당시 국립국악원장과의 인적 인연이 자연스럽게 맞물리면서 해당 요청은 수용되었다. 작품은 초연의 음악적 결과 정서적 밀도를 무대 재현의 차원에서도 안정적으로 계승하며, 창작 초기의 미학적 긴장과 감흥을 온전히 보존한 채 공연으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음악과 무용의 협업이 예술적 동일성을 지속적으로 유지·심화시키는 구조적 기반 위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일륜의 최옥삼류 가야금 산조는 장구의 반주 구조를 대신하여 소리북 중심의 고법 장단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보다 응축되고 중량감 있는 음향적 울림을 구축한다. 이 산조는 다스름에서 휘모리로 이어지는 장단 구조로 점층적인 긴장과 해제를 형성하나, 손미정의 '여울'은 도입부인 다스름을 생략한 채 장단으로 진입했다. 음악적 서두를 의도적으로 비워내어 정서적 밀도를 초반에 고조시키고, 시간의 응축된 긴장 상태를 즉각 형성하는 미학적 전략이었다.

손미정 출연의 '최현류 산조춤_여울'(2026)은 전통 창작춤의 미학적 변주와 동시대 한국무용의 형식적 계승과 감각적 갱신의 지점을 동시에 드러냈다. 이 작품은 억압된 규방의 정서와 고결한 정신성을 신체 언어로 정련해 내며, 침묵과 여백 속에 축적된 여성의 내면 풍경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동시에 최옥삼류 가야금 산조의 응축된 장단 구조와 북 중심의 음향적 울림은 움직임과 호흡을 리듬적 지평으로 통합시키며, 시간과 정서가 중첩된 위상을 구축한다.

손미정의 '여울'은 개인의 심층 심리를 향해 침잠하며 감정의 미세한 진폭을 내면적으로 응결시킨다. 여인의 고요한 자태는 역사적 침묵을 견디는 형상이다. 최현에 대한 기억과 예술적 계보 의식, 시대를 가로지르는 상상력이 결합되면서, 기억의 안무가 된다. '여울'은 초연의 감각을 심화의 방식으로 갱신한다. '여울'은 침묵과 절제, 응축과 여백을 정련된 형태로 구현하며, 동시대 전통춤 창작이 닿을 수 있는 정서적 깊이와 형식적 긴장을 제시한 수작(秀作)이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손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