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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풀 주가 70% 폭락·배당 중단…트럼프 관세, 제조업 부활 약속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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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풀 주가 70% 폭락·배당 중단…트럼프 관세, 제조업 부활 약속 무색

냉장고 생산라인 5개→1개, 연간 생산량 90만→25만대 급감
관세 올렸더니 원가만 올라…멕시코·중국 생산 오히려 확대
11월 중간선거 경합구도 직격…아이오와 1선거구‘폭풍전야’
텍사스 오스틴 가전제품 매장의 월풀 냉장고.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텍사스 오스틴 가전제품 매장의 월풀 냉장고.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제조업 부흥을 내세우며 추진한 관세 정책이 정작 그 최대 수혜 후보로 꼽혔던 가전업체 월풀(Whirlpool)의 아이오와 공장에서는 정반대 결과를 낳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미국 내수 비중이 높아 관세의 보호 효과를 가장 크게 누릴 것으로 예상됐던 월풀이 오히려 1년 새 직원을 절반 넘게 줄이면서, 중간선거를 앞둔 경합주에서 정치적 파장으로 번지는 모습이다고 보도했다.

가동률 5분의 1로 급감, 이달 288명 추가 감원

아이오와주 아마나에 있는 월풀의 냉장고 공장 '빅 블루'는 한때 생산라인 5개를 동시에 가동하며 연간 90만대가 넘는 냉장고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지금은 단 1개 라인만 돌아가고 있고, 연간 생산량도 25만대를 밑돈다.
1년 전 거의 2000명에 달했던 인력은 절반 넘게 줄었고, 이달 중 288명이 추가로 일자리를 잃는다.

마크 비처 월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실적설명회에서 회사가 관세 정책의 "순(純) 수혜자"라고 밝혔지만, 그사이 월풀 주가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17개월 만에 70%가량 떨어져 2007~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회사는 최근 70년 가까이 이어온 배당까지 중단했다. 10년째 이 공장에서 자동차 프레스 기사로 일해온 에런 사우더드(44)는 배당으로 한 해 600달러(약 93만원)가량을 받아왔다며, 이제 그 돈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관세가 키운 원가, 멕시코·중국으로 옮겨간 생산


회사 측은 관세가 철강 파생제품인 가전제품 전체 가치에 적용되면서 저가 수입품과의 가격 격차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한다. 루크 함스 월풀 정부관계 담당 이사는 이런 조치가 "현대화 계획에 대한 확신을 더해줬다"고 말했다.

제이슨 에버트 북미 제조 담당 부사장도 신기술과 새 조립 라인 도입을 위한 구조조정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같은 관세가 철강과 수입 부품 원가를 동시에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여기에 주택시장 침체로 수요까지 둔화하면서, 회사는 오히려 멕시코와 중국 생산 비중을 늘리고 일부 특수 모델 생산을 오하이오 공장으로 옮기는 쪽을 택했다.

36년 근속 뒤 노조 간사를 맡은 케리 와델은 월풀이 멕시코 냉장고 생산에 투자를 늘리는 동안 아마나 공장이 꾸준히 쪼그라드는 것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냉장고는 문 안쪽 얼음·물 디스펜서나 다중 도어 등 부품 수백 개가 들어가는 노동집약적 제품이어서, 세탁기·가스레인지처럼 자동화 라인으로 빠르게 찍어낼 수 있는 품목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게 회사 안팎의 설명이다.

비슷한 흐름은 다른 제조업체에서도 나타난다. 트랙터 제조사 CNH는 지난달 아이오와주 벌링턴 공장을 닫았고, 존디어도 주 내 여러 공장에서 인력을 줄였다.

스웨덴 일렉트로룩스는 지난 4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직원 1255명)의 냉장고 생산을 멕시코 시우다드후아레스로 옮기고, 해당 공장은 세탁기 설비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관세 시행을 앞두고 가전업체들의 수입품 밀어내기까지 겹치면서, 안 그래도 약한 주택시장에서 업계 전반의 가격 결정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11월 중간선거 '뇌관'으로

이번 감원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 쟁점으로도 번지고 있다. 아이오와 1선거구는 쿡폴리티컬리포트가 '경합'으로 분류한 전국 18개 선거구 중 하나로, 공화당 현역 메리어네트 밀러미크스 의원은 2024년 선거에서 1000표 차 미만으로 신승했다.

밀러미크스 의원은 감원 발표 이후 "지역사회를 공동화시키고 수십 년간 쌓아온 국내 제조업 기반을 훼손하는 조치"라는 내용의 서한을 비처 CEO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민주당 후보 크리스티나 보해넌도 별도 서한을 보냈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이들 다수가 일자리가 돌아올 것이란 말을 믿었지만, 무모하고 일관성 없는 관세로는 일자리를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공화당원을 자처하며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찍었다는 사우더드는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민주당을 지지할 계획이라며 "일자리를 되찾을 줄 알았는데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쿠시 데사이 대변인은 월풀을 포함한 업계가 미국 제조업에 "수조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며 "장기적인 재산업화를 위한 유연하고 다각적인 전략"이라고 반박했다.

월풀은 아이오와 대신 오하이오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메리언·클라이드 공장에 3억 달러(약 4645억원), 올해 4월에는 세탁 부문 플라스틱 부품 생산을 위한 신규 공장에 6000만 달러(약 929억원)를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

다만 아마나 공장에서 빠져나간 인력 일부는 인근 시더래피즈에 새로 들어서는 비노조 사업장인 초고급 냉장고 업체 서브제로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관세, 보호와 원가 부담 동시에 작용

이번 사례는 관세가 국내 생산 확대를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또 다른 선례로 받아들여진다.

금융시장에서는 철강 파생제품 관세가 원가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주택시장발 수요 위축까지 겹치면, 관세 부과국 내 생산기지를 둔 기업이라도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 가전·자동차 부품업체들도 미국 현지 생산 비중 확대를 추진해 온 만큼, 관세가 철강·부품 조달 비용에 미치는 영향과 미국 내 수요 흐름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분석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