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 얼굴’ 선정한다면서 행정사업까지 후보로…8경의 가치 훼손 우려
기존 8경과 성격 다른 관광시설 대거 포함…선정 기준·1차 조사 과정도 불투명
진주의 대표 경관 정하는 작업이라면 2차 조사보다 기준부터 다시 세워야
기존 8경과 성격 다른 관광시설 대거 포함…선정 기준·1차 조사 과정도 불투명
진주의 대표 경관 정하는 작업이라면 2차 조사보다 기준부터 다시 세워야
이미지 확대보기하지만 이번 재정비 작업은 지금이라도 멈추고 처음부터 다시 살펴봐야 한다.
진주의 대표 경관을 새롭게 선정한다면서 정작 무엇을 ‘진주 8경’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부터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존 진주 8경과 성격이 다른 최근 관광시설과 행정사업들이 신규 후보군에 대거 포함됐다. 1차 예비조사의 후보 선정 과정과 용역사의 역할 역시 아직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 ‘진주 8경’은 관광시설 목록이 아니다
현재 진주 8경은 ▲진주성 촉석루 ▲남강 의암 ▲뒤벼리 ▲새벼리 ▲망진산 봉수대 ▲비봉산의 봄 ▲월아산 해돋이 ▲진양호 노을이다.
이들 장소와 경관은 진주의 역사와 자연, 남강을 중심으로 한 도시의 고유한 풍경을 상징한다.
진주성 촉석루와 남강 의암에는 진주의 역사와 논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뒤벼리와 새벼리는 남강과 어우러진 진주 특유의 지형적 경관을 보여준다. 망진산 봉수대와 비봉산의 봄, 월아산 해돋이, 진양호 노을 역시 진주라는 도시의 자연경관과 연결된다.
그런데 이번 재정비에서는 이 기준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 진주시가 정한 후보 기준부터 문제다
진주시는 지난 8월 ‘진주8경 재정비를 위한 추가 대상지 추천(예비조사)’ 공고를 냈다.
공고에는 후보 대상에 자연경관과 자연현상, 역사·문화 등 인문자원뿐 아니라 ‘공공에서 조성 및 운영하는 건축물’, ‘진주시 주요사업(관광사업·축제·상품 등)과 연계할 수 있는 명소’까지 포함했다.
바로 이 부분이 문제다.
진주 8경을 선정하는데 왜 ‘진주시 주요사업’이 선정 기준에 들어가야 하는가.
관광사업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곳과 진주를 대표하는 경관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진주시가 추진하는 사업과 연계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진주 8경 후보가 될 수 있다면, 앞으로 시가 새로운 관광시설을 만들 때마다 8경 후보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진주 8경’이라는 이름이 갖는 상징성과 희소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 실제 후보군을 보면 더 분명해진다
시민설문지에 제시된 1차 후보에는 ▲월아산 숲속의 진주 ▲진주 K-기업가정신센터 및 지수승산부자마을 ▲소망진산 유등테마공원 및 진주남강유등전시관 ▲물빛나루쉼터와 김시민호 ▲철도문화공원 ▲진주대첩역사공원 등이 포함됐다.
이외에도 강주연못 연꽃, 선학산 전망대, 남가람 별빛길, 초전공원, 경상남도수목원, 진양호 일주도로, 금호지, 진치령터널, 진주향교, 청곡사 등 자연·역사·문화자원이 함께 후보에 올랐다.
문제는 후보지의 성격이 지나치게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자연경관과 역사문화자원, 도시공원, 관광시설, 전시관, 체험시설 등이 한꺼번에 하나의 ‘8경 후보군’으로 묶였다.
과연 이들을 어떤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할 것인지 진주시는 설명해야 한다.
■ 기존 8경과 신규 후보, 도대체 무슨 관계인가
더 근본적인 문제는 기존 8경과 신규 후보 사이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기존 8경에는 이미 ‘월아산 해돋이’가 있다. 그런데 신규 후보에는 ‘월아산 숲속의 진주’가 포함됐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월아산 해돋이와 월아산 숲속의 진주는 어떤 관계인가.
기존 8경을 유지하면서 같은 지역의 관광시설을 또 하나의 8경으로 선정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기존 월아산 해돋이의 대표성을 다시 평가하려는 것인지 설명이 없다.
다른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진주대첩역사공원이 기존 진주성·촉석루와 어떤 새로운 대표성을 갖는지, 소망진산 유등테마공원과 남강유등전시관이 기존 진주의 역사·축제·남강 경관과 어떤 차별성을 갖는지, 철도문화공원이 진주를 대표하는 경관으로서 어떤 상징성을 갖는지에 대한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
좋은 시설이라는 것과 진주 8경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 더 큰 문제는 ‘1차 → 2차’가 너무 빨리 이어진다는 것이다
진주시 공고에 따르면 1차 예비조사는 기존 8경 이외의 추가 관광명소를 시민들이 추천하는 절차였다. 추천자는 진주시민 누구나였고, 추천서에는 최대 3개소를 적도록 했다.
그런데 1차 조사 이후 진주시는 12곳을 신규 후보로 추렸고, 이제 기존 8경 8곳과 신규 후보 12곳을 합친 20곳을 대상으로 곧바로 2차 조사에 들어갔다.
1차 조사에서 후보를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2차 조사가 시작된 것이다.
특히 진주시가 설명한 ‘용역사 기초자료를 바탕으로 추려진 대상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용역사가 어디인지, 어떤 방식으로 기초조사를 했는지, 12개 후보를 어떤 기준으로 압축했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본지는 진주시에 네이버폼과 시민설명회 각각의 참여자 수와 총 참여 규모, 용역사 명칭과 선정 과정, 용역사의 기초조사 방식 등에 대해 질의했다.
진주시의 답변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 2차 조사부터 멈추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진주 8경은 단순한 관광 이벤트가 아니다.
한번 선정되면 진주시가 관광홍보와 도시 이미지 구축에 지속적으로 활용하게 될 ‘진주의 얼굴’이다.
그렇다면 후보를 정하는 과정도 그에 걸맞게 엄격해야 한다.
무엇이 진주를 대표하는가?
무엇이 8경의 상징성을 갖는가?
기존 8경과 어떤 역사·문화·경관적 연속성을 갖는가?
행정사업이 끝난 뒤에도 시민들이 그것을 진주의 대표 경관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먼저 나와야 한다.
그런데 현재는 거꾸로 가고 있다.
기준을 명확히 하기 전에 후보를 만들었고, 후보 선정 과정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과 전국민을 대상으로 2차 조사부터 시작했다.
진주의 대표 경관을 정하는 일이라면 이 순서는 바뀌어야 한다.
2차 조사를 중단하고 1차 예비조사의 전 과정부터 다시 검증해야 한다.
그리고 기존 8경이 갖고 있는 역사성 · 상징성 · 경관성 · 장소성을 기준으로 새로운 후보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진주시가 정말 진주 8경을 재정비하려는 것이라면 ‘현재 진주에서 무엇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앞으로도 진주를 대표할 가치가 무엇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진주 8경의 이름을 가볍게 다뤄서는 안 된다.
진주의 대표 경관을 선정하는 작업이 현재의 관광사업을 나열하는 수준으로 변질된다면, 새롭게 8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8경이 쌓아온 도시의 상징적 가치를 오히려 훼손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2차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진주 8경 재정비 조사를 일단 멈추고, 선정 기준과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는 것이다.
이상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ngeco@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