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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의회도 모르게 진주의 ‘얼굴’ 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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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의회도 모르게 진주의 ‘얼굴’ 바꾸나

진주8경 새 후보 선정 관련 소관 상임위 공식 보고·논의 없어
본지, 시의원 22명 전원에 질문…9명 답변 “기준·절차부터 확인해야”
27년 이어온 진주 8경, 신규 후보 선정 과정 의회 공식 논의 없이 진행
27년간 진주의 ‘얼굴’ 역할을 해온 현재의 진주 8경. 진주시는 기존 8경에 신규 후보를 더해 재정비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의 공식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선정 기준과 후보 구성 과정에 대한 검증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진주8경 AI 생성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27년간 진주의 ‘얼굴’ 역할을 해온 현재의 진주 8경. 진주시는 기존 8경에 신규 후보를 더해 재정비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의 공식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선정 기준과 후보 구성 과정에 대한 검증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진주8경 AI 생성 이미지


27년 동안 진주의 역사와 풍경을 대표해 온 ‘진주 8경’의 재정비가 시민조사 단계에 들어갔다. 진주시는 기존 8경에 새로운 후보지를 더하는 방식으로 시민 의견을 수렴한 뒤 전문가와 자문위원회 검토를 거쳐 최종적인 8경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관련 업무를 다루는 진주시의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는 지금까지 공식적인 보고나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진주의 대표 경관을 다시 정하는 작업이 이미 시민조사까지 진행되고 있는데도 의회 차원의 공식적인 검토 절차는 확인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이번 후보군에는 오랜 세월 진주의 자연과 역사 속에서 형성된 장소뿐 아니라 최근 진주시가 추진하거나 조성한 관광시설과 공공시설도 포함돼 있다. 27년 동안 진주의 얼굴 역할을 해온 8경을 다시 정하는 과정에서 어떤 기준이 적용됐고, 누가 후보를 추렸으며, 기존 8경과 신규 후보를 어떤 기준으로 비교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이유다.
진주 8경은 단순히 관광객이 많이 찾는 장소를 선정하는 사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1999년 선정된 이후 진주의 역사와 자연, 도시의 이미지를 대표해 온 상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재정비 역시 단순한 관광지 인기조사와는 다른 기준과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진주시는 이미 2차 시민조사에 들어갔다.

■ 시민조사는 시작됐는데…소관 상임위는 공식 논의 없어


진주 8경 재정비가 시민조사 단계까지 진행됐지만, 현재까지 진주시의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는 관련한 공식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안건이나 사업 보고, 질의와 논의가 없었을 뿐 아니라 재정비 용역이나 관련 예산에 대해서도 별도의 보고나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의원이 공청회 등에 참석한 것과 소관 상임위원회가 집행부로부터 사업의 필요성이나 추진 방식, 용역 내용 등을 공식적으로 보고받고 검토한 것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진주시는 지난 8월 12일부터 26일까지 기존 8경에 추가할 신규 대상지를 추천받는 1차 예비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는 기존 8경을 다시 평가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기존 8경에 추가할 신규 후보지를 발굴하기 위한 예비조사였다.

추천 대상에는 자연경관과 자연현상뿐 아니라 ‘공공에서 조성·운영하는 건축물’, 진주의 관광 이미지를 대표하거나 주요 사업·관광사업·축제·상품과 연계된 장소 등도 포함됐다.

진주시는 1차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신규 후보 12곳을 추렸으며, 이후 기존 8경 8곳과 신규 후보 12곳 등 모두 20곳을 대상으로 2차 조사를 진행해 5곳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어 관광정책자문위원회와 전문가 검토, 행정 내부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새로운 진주 8경을 확정한다는 구상이다.

결국 시민들의 선택을 묻는 절차는 이미 시작됐지만, 그에 앞서 후보군을 어떻게 구성했는지와 재정비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회 차원의 공식 검증은 충분히 이뤄졌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 시의원 22명에게 물었다…9명은 “기준·절차 확인해야”


본지는 진주시의회 의원 22명 전원에게 이번 진주 8경 재정비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이 가운데 강길선 부의장, 오경훈 의회운영위원장, 강묘영 기획문화위원장, 신현국 경제복지위원장, 최민국 도시환경위원장, 윤성관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박재홍·손미영·최미선 의원 등 9명이 구체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들의 답변을 종합하면 재정비 자체에 대한 단순한 찬반보다는 집행부의 설명과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하고, 선정 기준과 시민조사 방식, 후보 압축 과정 등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이 두드러졌다.

강길선 부의장과 신현국 경제복지위원장, 최민국 도시환경위원장은 우선 집행부의 설명을 듣고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오경훈 의회운영위원장도 이번 사안에 대해 “시의회 차원에서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강묘영 기획문화위원장, 윤성관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최미선 의원, 박재홍 의원은 진주 8경이 단순한 인기 관광지가 아니라 역사성과 상징성, 경관성, 장소의 고유성을 담아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이들은 특히 신규 후보 12곳이 어떤 기준으로 선정됐는지와 시민조사 결과가 최종 선정 과정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윤성관 의원은 기존 8경을 유지하면서 별도의 ‘진주 12경’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손미영 의원은 1차 후보군에 진주시 행정사업과 관련된 명소들이 포함된 점을 지적하면서, 진주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기준으로 후보 선정 과정 자체를 엄밀하게 검증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성황 의원은 구체적인 입장을 유보했다. 안 의원은 “아직 의정활동 경험이 많지 않고 해당 사안에 대해서도 충분히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 지금 답변을 드리기에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며 “다음에 제가 충분히 말씀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그때는 성실히 답변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2명의 의원 가운데 현재까지 진주 8경 재정비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밝힌 의원은 9명이며, 안성황 의원은 사안에 대한 충분한 파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답변을 유보한 상태다.

■ 후보군에는 최근 진주시가 추진한 시설도 포함


1차 후보군에는 월아산 숲속의 진주, 진주 K-기업가정신센터 및 지수승산부자마을, 소망진산 유등테마공원 및 진주남강유등전시관, 물빛나루쉼터와 김시민호, 철도문화공원, 진주대첩역사공원, 강주연못 연꽃, 선학산 전망대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월아산 숲속의 진주와 철도문화공원, 물빛나루쉼터·김시민호, 진주남강유등전시관, 진주대첩역사공원 등은 조규일 시장 재임 기간 진주시가 추진·조성하거나 개관한 시설들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느 장소가 더 가치가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오랜 세월 진주의 역사와 함께해 온 장소와 최근 행정이 추진한 관광시설은 만들어진 배경과 성격 자체가 다른 만큼, 이를 하나의 ‘진주 8경’이라는 상징체계 안에서 비교하려면 명확한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 진주 8경 추가 대상지 추천 공고에서도 후보 기준에는 자연경관과 자연현상뿐 아니라 ‘공공에서 조성·운영하는 건축물’, 진주의 관광 이미지를 대표하거나 주요 사업·관광사업·축제·상품과 연계된 장소 등이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더욱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진주의 역사적 상징을 선정하는 기준과 현 시정에서 새롭게 조성한 관광시설을 선정하는 기준이 동일한 것인지, 동일하다면 왜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지, 서로 다르다면 각각 어떤 평가체계를 적용하는지를 시민들이 알 수 있어야 한다.

■ 소관 상임위 7명 중 5명은 답변 없어


본지는 진주시의회 전체 의원 22명에게 입장을 물었으며, 이 가운데 구체적인 의견을 밝힌 의원은 9명, 답변을 유보한 의원은 1명이다.

박미경 의장을 비롯해 강진철 · 강진훈 · 곽은하 · 나유경 · 신서경 · 이영훈 · 이순일 · 이태진 · 임기향 · 전종현 · 정대원 의원은 답변 기한까지 별도의 입장을 보내오지 않았다.

특히 이번 사안과 관련된 기획문화위원회는 강묘영 위원장, 이영훈 부위원장, 강길선 · 이순일 · 이태진 · 임기향 · 전종현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강묘영 위원장과 강길선 부의장은 입장을 밝혔지만 이영훈 · 이순일 · 이태진 · 임기향 · 전종현 의원은 답변하지 않았다.

진주 8경은 단순한 관광사업의 하나가 아니다. 27년 동안 진주의 역사와 풍경을 대표해 온 상징을 다시 정하는 작업이다. 특히 이를 다루는 상임위원회라면 재정비가 어떤 기준과 절차로 진행되는지 확인하고 시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정작 소관 위원 7명 가운데 5명이 이번 재정비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시민들에게 선택을 요구하기에 앞서 의회가 집행부에 무엇을 묻고 어떤 자료를 요구했는지부터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더구나 이번 사안은 앞으로 진주의 관광 이미지와 도시의 상징을 바꿀 수 있는 문제다. 의원이라면 집행부가 추진하는 주요 사업을 확인하고 시민의 입장에서 따져 묻는 것이 의정활동의 기본이다.

진주의 향후 역사와 도시의 상징을 바꾸는 사안까지 시민조사가 시작된 뒤에도 별다른 확인이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면, 해당 의원들이 시민을 대신해 무엇을 확인하고 무엇을 따져야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 지금 필요한 것은 ‘투표’보다 ‘검증’


진주 8경 재정비에서 시민들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최종 결과가 아니라 그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다.

누가 용역을 수행하고 있는지, 용역사는 어떤 기초자료를 조사했는지, 1차 시민조사 후보군은 어떤 기준으로 구성됐는지, 그리고 신규 후보 12곳은 어떤 절차를 거쳐 압축됐는지부터 공개돼야 한다.

1차 시민조사의 전체 참여 규모와 후보별 추천 건수, 집계 방식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2차 조사에서 20곳 가운데 5곳을 선정한 뒤 관광정책자문위원회와 전문가들이 무엇을 평가하는지, 이후 행정 내부 심의에서는 어떤 기준을 적용하는지도 시민들이 알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진주 8경은 △진주성 촉석루 △남강 의암 △뒤벼리 △새벼리 △망진산 봉수대 △비봉산 전망대 △월아산 해돋이 △진양호 노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8곳이 왜 27년 동안 진주의 대표 경관으로 자리 잡았는지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신규 후보와의 비교도 가능하다. 기존 8경이 갖고 있는 역사적 · 상징적 가치와 신규 후보의 가치를 어떤 기준으로 비교했는지, 그 자료가 시민에게 공개됐는지, 소관 상임위원회가 이를 공식적으로 보고받았는지는 반드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이제 시의회의 역할이 필요하다.

진주시의회가 집행부로부터 재정비 용역 계약 및 운영사 관련 자료와 용역사의 기초조사 자료, 신규 후보 12곳의 선정 기준과 압축 과정, 1차 시민조사의 원자료와 집계 방식, 전문가 자문 및 최종 선정 기준 등을 제출받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확인 결과를 시민에게 공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시민에게 20개 후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하기 전에, 왜 그 20곳이 후보가 됐는지부터 시민이 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 27년의 역사를 바꾸는 일…검증 없는 재정비, 원점에서 따져야


진주 8경은 몇 년 전 조성된 관광시설의 성과를 홍보하기 위한 목록이 아니다. 1999년 선정된 뒤 27년 동안 진주의 역사와 자연, 도시의 기억을 담아온 상징이다.

따라서 새로운 시설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8경에 포함될 수 있는지, 시민 선호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8경과 같은 역사적 · 상징적 가치를 갖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특히 현 시정에서 추진, 조성한 시설들이 신규 후보군에 상당수 포함된 상황이라면, 해당 시설들이 어떤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후보에 포함됐는지 더욱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진주의 역사를 대표하는 ‘8경’을 정하는 일인 만큼 행정사업의 성과와 역사적 · 상징적 가치를 어떤 기준으로 구분할 것인지부터 명확해야 한다. 무엇을 진주의 대표 경관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먼저 세워져야 한다는 의미다.

그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조사를 먼저 진행하고, 그 결과를 전문가와 위원회가 뒤에서 정리하는 방식이라면 ‘진주의 얼굴’을 바꾸는 과정으로서 충분한 검증이 이뤄졌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8경을 서둘러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27년 동안 이어온 기존 8경의 가치부터 제대로 확인하고 신규 후보가 왜 그 가치에 부합하는지를 공개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이다.

소관 상임위원회와 시의회가 관련 자료를 확인하고 시민에게 공개한 뒤 재정비의 기준과 절차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진주의 역사를 대표하는 상징을 바꾸는 일이라면 시민의 선택에 앞서 누가, 어떤 기준으로, 왜 그 후보를 올렸는지부터 공개하는 것이 순서다.

자료 공개와 의회 검증 없이 진주 8경 재정비를 계속해서는 안 된다. 이미 시의회에서도 선정 기준과 절차를 엄밀하게 검증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만큼, 핵심 자료가 공개되고 의회의 검증이 마무리될 때까지 재정비 절차를 멈추고 처음부터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상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ngec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