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교육·의료·돌봄 등 '일상의 연결' 만들어야 '정착' 가능
작은 마을은 거점 만들어 다양한 서비스 기능 한 곳 모아야
작은 마을은 거점 만들어 다양한 서비스 기능 한 곳 모아야
이미지 확대보기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1인당 월 15만원 주는 농촌기본소득은 전국 17개군 군민들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각 지자체가 여러 명목으로 주는 돈도 꽤 된다. '인구'를 붙잡기 위해서다. '빈집'이 생기는 걸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현금 살포'는 결코 약이 될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면 왜 그런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 고향! 사람은 따나고 빈집만 늘어난다'에서 저자는 인구가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도 주민이 존엄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해야 한다며 집은 정착의 기본이 될 수 있는 출발점으로 삼자고 말한다.
가상의 예를 들어 35세 민수와 33세 지현은 두 살 아이와 함께 수도권 외곽 전셋집에 산다. 민수가 한 기업 공고를 보고 전남의 한 군으로 이주를 검토한다. 월세 1만원의 신축 임대주택이 있고 출퇴근 거리도 차로 20분이다. 자, 어떤가. 계산은 일단 간단해 보인다. 주거비를 크게 줄이고 집 평수도 늘어난다. 그러나 지현은 자신의 일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지, 아이는 아플 때 소아과 진료를 제때 받을 수 있는지, 차 한대로 두 사람 출퇴근과 돌봄을 감당할 수 있는지 등 새로운 계산표를 보면 총비용은 줄어들지 않는다.
우리나라 인구감소지역은 89곳이다. 인구감소의 무서운 점은 원인과 결과가 서로를 강화한다는 데 있다. '인구 유출→지역경제 약화→생활서비스 위축→추가 유출'의 악순환이다. 저자는 그래서 지역소멸 정책은 인구 한 명을 데려오는 행사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빈집은 사람이 떠난 흔적이지만 방치되는 순간 다음 사람의 정착을 막는 장벽이 된다. 겉으로는 다 비어 있는 집이지만 행정이 만나는 문제는 각각이다. 소유자가 한 명인 집도 있고 여러 상속인이 지분 나누어 가진 집도 있고 세금 체납이 얽혀 있거나 연락이 안닿는 집도 있다. 그래서 빈집 정책은 건축사업이기 전에 조사·법률·중개사업이다. (37쪽)
인구가 적은 마을은 주민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모두 유지하기 어렵다. 이때 중심 거점에 의료·돌봄·행정·문화 기능을 모으는 선택이 필요하다. 그러면 서비스 질이 높아지고 전문인력을 안정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이렇게 거점은 건물이 아닌 지역 주민의 연결망이 된다.
저자는 몇번이고 묻고 답한다. 집이 중요하다면서 왜 일자리를 말하냐고. 당연하다. 집은 정착의 필수조건이지만 소득과 일상이 지속되지 않으면 장기 거주는 어렵다. 일자리가 핵심이다. 집은 일자리와 묶어야 효과가 커진다.
책은 저자 이정내의 박사 논문을 재구성한 것으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고 다양한 가상의 사례를 제시해 쉽게 이해하도록 꾸몄다. 또 곳곳에 지방정부 정책 담당자를 위한 여러 조언을 덧붙여 실질적인 안내서 노릇도 하고 있다. 다만 전남지역만 사례로 다루고 있고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가 담기지 않아 전체적으로 긴장감과 현장감이 떨어지는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원전이 논문임을 감안한다면 독자들이 양보할 대목이다.
전체적으로 일자리, 서비스 공간 거점화, 돌봄 정책 등 관심사를 고루 배치하는 노력은 완성형에 가까운 노작의 수고로움을 알게 한다. 역시 핵심 단어는 '연결'이다.
엄정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astoday@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