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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미국이야기]마틴 루터 킹 데이와 미국의 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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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미국이야기]마틴 루터 킹 데이와 미국의 인종차별

▲마틴루터킹데이를맞아미국전역에서흑백인종차별을성토하는흑인들의시위와집회가이어지고있다.흑인시위대들이워싱턴의사당앞에서시위하는모습./사진=뉴시스제휴
▲마틴루터킹데이를맞아미국전역에서흑백인종차별을성토하는흑인들의시위와집회가이어지고있다.흑인시위대들이워싱턴의사당앞에서시위하는모습./사진=뉴시스제휴
[글로벌이코노믹 김대호 대기자] 19일(월)은 흑인 인권운동가였던 마틴 루터 킹을 추모하는 미국의 공휴일이다. 연방 정부는 물론이고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 그리고 기업들도 모두 휴장한다.

마틴 루터 킹 데이는 미국인들에게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 날이다. 마틴 루터 킹은 미국의 인종차별주의를 끝내는 데 가장 크게 공헌한 인물이다. 비폭력 저항운동을 벌이다가 암살을 당했지만 그의 순교가 바람을 일으켜 적어도 겉으로는 인종차별이 없는 새로운 미국을 만들어낸 것이다.
미국사회에서 인종문제는 가장 뜨거운 감자다. 바로 이 문제에 뛰어들어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인물이 마틴 루터 킹이다. 마틴 루터 킹 데이는 그의 생일인 1월15일에 맞추어져 있다. 요일 기준으로 기념일을 지키는 미국의 관행에 따라 1월15일에서 가장 근접한 1월 셋째 주 월요일로 지정됐다.

미국에서 특정인의 생일에 기초하여 연방공휴일로 만든 것은 마틴 루터 킹이 유일하다. 생일과 관련된 연방 공휴일로는 2월에 대통령의 날이 한 번 더 있으나 이날은 역대 여러 대통령의 생일을 묶은 것으로 한 개인의 생일을 기념하는 것은 마틴 루터 킹 데이뿐이다. 미국사람들에게는 그만큼 각별한 공휴일이다.

올해 마틴 루터 킹 데이의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 지난해 미국 사회는 흑백간의 인종갈등으로 심각한 내홍을 겼어왔다. 백인 경찰이 흑인 피의자를 쏘아 죽음에 이르게 한 일련의 사건에서 법원이 잇달아 백인경찰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흑인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백인경찰의 흑인에 대한 과잉진압과 법원판결에 불만을 품은 흑인들이 도시를 점령하는 등의 물의가 빚어졌다. 백인 경찰을 향한 총격살인도 있었다.

흑인들의 반발은 연방 군대까지 동원한 강력한 진압으로 일단 주춤해졌으나 속으로는 여전히 인종갈등의 불이 끓고 있다. 조금이라도 계기만 주어지면 금방 폭발할 수 있는 매우 아슬한 수위에 와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마틴 루터 킹 데이가 특히 주목되는 것이다.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마틴 루터 킹 데이를 맞아 흑인들이 대대적인 집회와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마틴 루터 킹도 흑인의 차별을 참지 못하고 거리로 나섰다. 1955년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 시의 백인들이 공영버스에 흑인을 탈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던 중 12월에 몽고메리에서 로자 파크스라는 흑인여성이 버스에서 백인 남자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 연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때 마틴 루터 킹이 등장했다.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의 덱스터 애버뉴 침례교회의 담임목사였던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인 인권운동가로 나섰다. 우선 그는 시위를 선동했다. 5만 명 이상을 모아 몽고메리 공영버스 보이콧 운동을 벌였다. 그러면서 이 사건을 본격적인 흑인해방운동으로 확산시켰다. 버스 내 인종분리법에 대한 위헌소송도 벌였다. 195612월 미국 연방최고재판소는 버스에서의 인종분리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하기에 이른다.
그는 거리로 나섰지만 끝까지 비폭력주의를 고수했다. 당시 흑인인권을 탄압한 백인들을 저격하던 흑인 운동가 맬컴 엑스 등을 타협적이라면서 비판했다. 앨라배마 주 버밍험에서 열린 항의 데모 때는 스스로 버밍험 경찰에 찾아가 체포되기도 했다.

1963년 백만 명 이상을 수도 워싱턴에 운집시켜 흑인인권을 주창했다. 미국 시위 역사상 최대의 인파였다. 그때 워싱턴 몰의 링컨 기념관 앞에서 행한 연설은 지금까지도 가장 훌륭한 스피치로 꼽히고 있다. ‘I Have a Dream’ 나에게는 꿈이 있다는 제목으로 작성된 이 연설문은 백인까지를 포함한 미국 대중의 심금을 울려 이후 인종차별법들을 잇달아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 연설은 특히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당시 추진하던 인권법과 차별금지법의 통과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그 연설문의 핵심을 옮겨본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조지아의 붉은 언덕에서 노예의 후손들과 주인의 후손들이 형제처럼 손을 맞잡고 나란히 앉게 되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이글거리는 불의와 억압이 판치는 미시시피 주가 자유와 정의의 오아시스로 바뀌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내 아이들이 피부색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오로지 인격을 기준으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꿈입니다.

지금 나에게는 그 꿈이 있습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지독한 인종 차별이 행해지는 앨라배마 주도 머잖아 흑인어린이들이 백인어린이들과 함께 형제자매처럼 손을 마주 잡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는 꿈입니다.



이 연설문은 각 인종간의 공존이라는 고매한 사상을 간결한 문체와 평이한 말로 호소한 최고의 명문으로 지금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미국의 어린이들이 공립학교에 입학하면 가장 먼저 배우는 글이 바로 이 마틴 루터 킹의 연설문이다. 마틴 루터 킹은 1964년 미국의 인종 차별을 끝내기 위한 비폭력 저항 운동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19684월 테네시 주의 흑인 미화원 파업운동을 지원하러 내려갔다가 멤피스에서 흉탄을 맞고 사망하였다. 경찰은 북부 출신의 백인우월주의자 제임스 얼 레이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존슨 대통령은 목사의 장례식을 국장으로 선포하였다.1986년부터 미국에서는 그를 기려 그의 생일인 115일에 가까운 매년 1월 세 번째 월요일을 마틴 루터 킹의 날로 정해 연방정부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킹 목사가 그토록 갈망했던 대로 앨라배마 주에서도 흑인 어린아이가 백인 꼬마들과 형제자매처럼 어울려 노는 풍경이 어색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겉으론 드러난 표피적인 현상일 뿐 마음속에는 여전히 인종차별적 의식이 남아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실정법이 무서워 표현하고 있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다.

미국인들의 마음속 한가운데 여전히 남아있는 인종차별 의식은 지난해 미국 전역에서 동시다발로 터진 백인경찰의 흑인피의자에 대한 과잉진압과 법원의 편파판결 논란에서 새삼 확인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마틴 루터 킹의 꿈 ‘I have a dream’는 아직도 완성되지 않았다.

미국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다. 2007년 한때 서브 프라임 사건으로 경제가 휘청했지만 절묘한 양적완화로 그 위기까지 잘 극복해냈다. 지구촌의 수많은 나라들이 온통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미국만은 잘나가는 이른바 나 홀로 고도성장을 이루고 있다. 중국이 곧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주장도 잠잠해졌다. 다시 미국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적은 바깥이 아닌 미국 내부에 있다. 그것이 바로 인종갈등이다. 일찍이 문명의 충돌이론을 제기한 헌팅턴 교수는 흑백 인종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미국은 안으로부터 몰락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다양한 인종을 포용하여 위대한 제국을 건국했던 로마도 결정적인 순간에 인종차별로 스스로 무너졌다. 미국이 그 비극의 역사를 답습할 것인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인종해방운동은 완결이 아닌 여전히 진행형이다.

/글로벌이코노믹 김대호 대기자

▲김대호대기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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