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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24] ⁠⁠‘문화 전쟁’ 겪는 미국… 오랜 갈등 다시 들추는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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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24] ⁠⁠‘문화 전쟁’ 겪는 미국… 오랜 갈등 다시 들추는 코로나19

‘셧다운’ 해제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백악관과 시민사회 충돌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올림피아에서 워싱턴 주당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억제책인 집안 대피 명령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올림피아에서 워싱턴 주당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억제책인 집안 대피 명령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사진=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 사회의 치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강대국답지도 않고, 민주주의의 상징같지도 않다. 정부와 사회는 우왕좌왕하고 있고, 일부 시민들은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선진국’ 미국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는다.

급기야 연방국가 미국은 ‘셧다운(shutdown)’ 해제를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주정부, 백악관과 시민사회가 충돌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충돌은 흔하지 않지만 미국 사회에서 확인된 충돌은 낯설지도 않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낙태와 총기 규제, 교회 예배 등에 대한 찬반 의견이 코로나19를 ‘문화 전쟁’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켄터키주 루이스빌 시장은 최근 부활절 예배는 시 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 지역 국회의원인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즉각 반박했다. 매코넬 대표는 “교인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 미시간 주지사는 야외활동을 금지했다. 그러자 공화당원들은 미시간 주지사를 독재자로 비판하고, 야외활동을 하는 주민을 때리는 캐리커처로 그녀를 묘사했다.

미시간주의 한 시민활동가는 “낚시도 못가는 세상”이라고 분노했다.

셧다운 상태에도 총기소지가 자유로운 미국의 주요 총기상점은 영업을 하고 있다. 전미총기협회(NRA)는 “미국인들은 총을 원한다”며 컨트리 음악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찰리 다니엘스의 노래를 인용해 주장했다.

이같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여러 형태의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총기와 낙태, 종교 표현, 선거권 등 미국 사회의 오랜 ‘갈등 키워드’가 연계돼 분출되고 있다.

WP는 이런 갈등 키워드는 코로나19와 전쟁에서 하등 필요없는 요소이지만, 이즈음 미국 사회를 달구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트위터에 “미네소타를 해방하라”, “미시간을 해방하라”, “버지니아를 해방하라”는 글을 올렸다.

이들 3개주 주지사는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공화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반(反) 셧다운’ 시위의 표적이 된 곳들이다.

강성 공화당원들은 일부 민주당 주지사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이용한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실책을 덮기 위해 외부의 불행을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나아가 봉쇄조치가 총기소지 자유 등에 방해가 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공화당 강성파들의 주장과 달리 아직 심각한 문화 충돌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자가격리 등의 방식으로 셧다운정책을 따르는 미국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유명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yo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