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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유사 ESG '그린워싱'에 철퇴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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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유사 ESG '그린워싱'에 철퇴 꺼내들었다

전세계적으로 ESG 펀드에 유입되는 자금 추이. 사진=모닝스타이미지 확대보기
전세계적으로 ESG 펀드에 유입되는 자금 추이. 사진=모닝스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관심이 커져왔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은 코로나19 이후 더 커지고 있다. 특히 투자자들 세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ESG 투자란 투자 결정 과정에서 더 나은 수익을 창출하고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재무적 요소와 더불어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및 지배구조(Governance)를 고려하는 투자를 뜻한다.

ESG 투자에 해당하는 사례는 담배 회사에 투자하지 않은 것에서부터 깨끗한 물 사업에 대한 자금 지원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지속가능 투자, 책임 투자, 사회적 투자 같은 표현도 사실상 ESG 투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정권이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입장인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 넘어가면서 ESG 투자의 중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ESG 투자의 취지를 존중하거나 살리면서 투자를 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흐름에 편승해 시늉만 하고 이익만 챙기려는 투자자들도 많기 마련이다.

11일(이하 현지시간) 위크데이타임스에 따르면 유럽 금융당국이 이른바 '그린워싱(greenwashing)' 단속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이유다.

◇그린워싱이란


그린워싱이란 그린(green·친환경)과 화이트워싱(white washing·백인이 아닌 캐릭터인데도 백색 인종 배우로 캐스팅하는 행태)의 합성어로 기업이 실제로는 친환경 경영을 하지 않으면서도 친환경 기업인 것처럼 이미지를 조작하는 행위를 말한다.

유럽을 통틀어 수익률 높기로 유명한 ESG 사모펀드 폰디타의 마커스 복스텐 최고경영자(CEO)는 위크데이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그린워싱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복스텐 CEO는 "근년 들어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한집 건너 지속가능성과 연관이 있는 것처럼 행색하고 있다"면서 "ESG를 표방하는 펀드의 대부분은 실제 내용과 표방하는 것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심지어 "친환경을 표방하는 펀드에서 탄소배출량으로 세계적인 위치에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유럽연합이 팔 걷은 이유


유럽연합(EU) 금융당국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이유는 위장 친환경기업이나 위장 친환경 투자의 심각성 때문만이 아니다. 최근 ESG 펀드 투자의 추세를 보면 일반투자자 비중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투자자의 비중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는 것은 ESG 펀드가 주류 펀드투자에 편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고 위장 ESG 펀드를 규제하지 않으면 ESG 투자 가치가 사기성 홍보 수단으로 전락하는 등 건전한 금융시장 질서가 흔들릴 것으로 EU 당국은 보고 있다.

구체적인 조치의 일환으로 EU는 당장 이날부터 그린워싱을 강도 높게 규제하는 조치를 처음으로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ESG 투자를 표방하는 펀드 상품을 취급하는 유럽의 모든 자산운용사는 ESG 투자의 성격이 맞는지를 검증받아야 한다. 표방한 것과 실제 내용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질 경우 매우 부담이 큰 범칙금을 물어야 한다.

복스텐 CEO는 "ESG 투자에 속하는지 여부를 검증받는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앞으로는 그린워싱을 벌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펀드 매니저의 업무가 이 규제 때문에 크게 늘어났다"면서 기대감을 표시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룩셈부르크 지사의 올리비에 까르 파트너는 "EU 차원에서는 기준에서 벗어나는 투자는 차단하겠다는 것이고 위장 투자에 자본이 몰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룩셈부르크는 유럽에서 ESG 투자가 가장 활발한 곳이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