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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녀 양육수당' 제도 첫 시행…아동빈곤율 감소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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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녀 양육수당' 제도 첫 시행…아동빈곤율 감소 기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사상 첫 자녀 양육수당 도입에 관한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사상 첫 자녀 양육수당 도입에 관한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에서 기본소득제와 비슷한 형태의 자녀 양육수당 제도가 시행에 들어갔다.

경제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핵심 회원국이면서도 회원국 내에서 아동빈곤율이 세 번째(21.2%)로 높다는 오명에 시달려온 미국이 이를 통해 새출발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기본소득제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 양육수당제가 안착할 수 있을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사실상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보편적인 기본소득제의 측면이 있으나 자녀 양육을 지원하는데 국한해 부분적으로 시행되는데다 제도를 운영하는 시기도 일단 올해말까지로 묶여 있어 지속가능한 제도로 이어질 지도 불확실해서다.

◇연간 최대 410만원 혜택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 산하기관인 국세청은 전날 미국 전역의 아동 약 6000만명에게 1차 육아수당을 지급했다. 1차 육아수당 지급에 투입된 예산은 150억달러(약 17조원) 규모. 해당 가구를 기준으로 보면 가구 평균 483달러(약 55만원)가 지급됐다.

지금까지 양육비에 대한 세금공제 형태로 자녀 1명당 연간 2000달러(약 228만원)까지 보조금을 지원해오던 방식을 자녀 1명당 매달 최대 300달러(약 34만원)의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한 것. ‘미국인 구하기 계획(American Rescue Plan)’이라는 이름으로 1조9000억달러(약 2169조원) 규모의 경기부양 법안이 지난 3월 미국 의회를 통과한 덕분이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미 헌정사상 첫 자녀 육아수당 지급에 즈음해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근로 가정에 대해 매달 현금으로 세금을 되돌려주는 제도가 도입돼 자녀를 기르면서 들어가는 의료비, 교육비, 식비 등과 관련해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면서 “이 제도의 도입을 계기로 미국의 아동빈곤율이 떨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세금공제 방식의 자녀 양육 지원은 어느 계층보다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세금 신고가 어려울 정도로 수입이 적어 혜택을 보지 못하는 저소득층 가구가 사각지대로 남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미국인 구하기 계획’ 법안을 통해 새로 도입된 자녀 양육수당 제도는 6세 미만 자녀 1인당 연간 최대 3600달러(약 410만원)를 지급하고 6~17세 자녀에게는 최대 2000달러(약 228만원)를 지급하는 내용. 미 국세청에 따르면 1차 육아수당은 미국 전체 아동의 약 90%에 지급됐다.

2차 수당은 8월 13일, 3차 수당은 9월 15일, 4차 수당은 10월 15일, 5차 수당은 12월 15일로 각각 지급이 예정돼 있다.

로이터통신은 “연소득이 홑벌이 가정의 경우 7만5000달러(약 8600만원), 맞벌이 가정의 경우 15만달러(약 1억7000만원)가 넘지 않으면 지급 대상”이라면서 “소득 상한 기준이 있기는 하지만 보편적으로 지급한다는 점에서 기본소득에 비유되고 있다”고 전했다.

◇자녀 양육수당제로 기대되는 효과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경제선진국들이 대부분 자녀 양육수당을 지급해온 것과 달리 세액공제 위주 복지정책을 고수해왔던 미국이 수당 형태의 양육 지원제도를 도입한 것은 의미가 크다는게 BBC의 분석이다.

BBC는 “특히 직접적인 수당 지급은 근로자의 취업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사고방식이 미국 사회를 지배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그렇다”고 지적했다.

세금공제 방식의 기존 제도 하에서 저소득 가정과 흑인 및 히스패닉계 가정의 자녀가 혜택을 입지 못했던 문제나 누구보다 지원이 절실함에도 연소득이 2500달러(약 285만원)에 못미쳐 아예 세금환급 대상자가 안된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젱회된 가구가 10%나 됐던 문제가 새 제도를 통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제도의 도입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미국의 높은 아동빈곤율이 크게 낮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들은 미국에 한참 앞서 자녀 양육수당제를 도입한 캐나다의 경우 시행한지 몇 년 만에 아동빈곤율이 급격히 떨어진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물론 제도 운영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데다 직장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녀 양육수당제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아울러 이것이 물가 상승 압력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이 제도의 시행 기간은 올해말까지.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4년 더 연장해 오는 2025년까지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정해놓은 시한 없이 영구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