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싱크탱크인 경제경영연구소(CEBR)는 지난해 연말 2021년도 세계 229개국의 국내 총생산의 합을 90조 달러 가량으로 보았다. 이 가운데 미국은 22조9395달러, 중국은 16조8629달러였다.
2022년 글로벌 경제규모는 총 100조 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글로벌 총 부채 수준은 300조 달러라고 평가받고 있다.
미국 국가 부채는 30조 달러 수준이고 중국의 경우 정확한 수치는 아무도 모른다고 하지만 추정치로 국내 총생산의 270% 내외라고 한다. 대략 45조5298억 달러 수준이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과 우리 수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사정을 감안할 때 중국의 부채 감당 능력은 주요 관심사다.
◇중국의 부채 규모
중국의 부채는 2021년 기준으로 정부 부채가 29%, 비금융 기업이 52%, 가계가 46% 등 총 127%가 늘어 국내 총생산의 270% 내외로 알려져 있다.
2021년 기준으로 외화 부채는 GDP의 9% 수준이고 외환보유액은 GDP의 24% 수준이다. 대외 자금 위험은 아주 낮은 편이다. 외환보유액도 4조 달러 수준으로 비교적 많은 편이다.
외환보유액은 국가 단기 부채의 2배 수준이고 13.5개월 동안 충당 가능한 보유고를 가지고 있다. 이는 국제 안전기준을 상회하며 국가 부도 위험은 현저히 낮다.
◇중국 부채의 문제점
문제는 지방 정부의 부채다. 중국 정부는 산업화를 본격화하면서 농촌 인구 이동으로 도시 개발이 필요해지자 1980년대부터 지방 정부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부동산을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부동산 시장이 뜨거워지고 가장 수익이 많이 남는 것으로 판명되면서 은행들은 상환 능력이 아닌 상환 보증만으로 지방 정부에 자금을 빌려주었다. 하지만 부동산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돈이 부동산으로 너무 몰리면서 거품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부패도 커졌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14년부터 지방 부채 실태를 점검하고 2017년 감사를 시작했다. 암묵적 부채를 청산하고 정비 보고서를 발간하도록 했으며 차입의 투명성을 개선하도록 강제화했다. 하지만 아직도 지방에서는 유령마을이 발생하고 빈 아파트를 철거하는 사회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지방 정부의 총 부채 규모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3년 이내에 15조 위안(약 2조3580 달러) 규모의 지방 정부 채권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대로 상환을 하지 못할 경우 대출해준 은행들이 자금 회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 신용에 문제가 발생하면 경제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
중국 정부는 2028년까지 지방 정부에게 기존 신용을 청산할 것을 명령했다. 2022년 1월 지방 정부 자금조달 채권(LGFV) 관리 강화를 재천명했다. 하지만 올해 중국 정부는 긴축이 아니라 경제안정에 국정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경기부양 정책이 강조되자 지방 정부들은 지방정부 자금조달 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 중앙 정부는 법 테두리 내에서만 채권을 발행할 것을 지시하고 있지만 지방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 이를 준수할지는 미지수다.
다른 문제점도 있다. 일대일로 사업 미수금이다. 일대일로 사업을 펼치고 있는 나라들이 대부분 코로나를 거치며 경제 사정이 나빠졌다. 사업 추진이 난항에 봉착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대출 상환이나 당초 약속한 투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계 최대의 금융시장 데이터 및 인프라 공급업체인 리피니티브의 추산에 따르면 중국이 전세계 일대일로에 투자한 사업은 총 1590개로 규모는 1조9000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을 하면서 돈을 빌려준 국가들은 상당수가 경제규모가 작고 원자재나 관광, 해외에서의 송금에 의존하는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는 코로나로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이 거액을 빌려준 스리랑카, 파키스탄, 탄자니아, 앙골라 같은 국가들은 디폴트를 선언한 잠비아와 비슷한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제때 돈을 갚지 못하거나 인프라 프로젝트를 연기하면 주요 자금 공급원인 중국개발은행, 중국진출구은행 등 중국 국영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국가 부채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자세
중국 정부는 개혁 개방 이후 부채와 외국인 직접 투자로 경제를 성장시켜 왔다. 세계의 공장으로서 수출 위주의 경제를 운영했기 때문에 부채는 충분하게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제성장 속도가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리로 줄어들고 5%대로 내려 앉으면서 부채가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부채 규모 통제를 심각히 고려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부채축소에 대한 강력한 정치적 의지가 시스템 위험을 최소화한다는 판단 아래 정부는 물론 시장 자체 정화를 강력히 촉구 중이다.

중국 정부는 부채 상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고 외국인 직접 투자도 늘고 있어 부채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다만 성장률이 5% 수준으로 내려앉으면서 중간소득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중간소득 함정이란 중간 소득 수준에 도달한 후 성장이 둔화되는 현상이다. 중간소득의 함정에 빠져있는 국가들은 고소득 국가로 전환이 어렵다.
그런 가운데 중국은 한 자녀 갖기 운동 결과로 생산 가능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촉진되고 있다. 보통 중간소득은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넘는 것을 의미하는데 중국은 현재 1만 달러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세계은행은 1인당 GDP 2만 달러 이상의 국가를 선진국이라 정의한다.
세계은행 등은 경제 성장률을 근거로 중국 14억 인구가 2만 달러 달성하는 시기를 2028년에서 2031년 정도로 보고 있다.
중국은 당면한 여러 과제 가운데 부채 문제를 잘 해결해야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