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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비료·돼지고기·철강 수급 조절…글로벌 인플레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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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비료·돼지고기·철강 수급 조절…글로벌 인플레 가중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최근 펴낸 연구 보고서. 사진=PIIE이미지 확대보기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최근 펴낸 연구 보고서. 사진=PIIE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글로벌 식량 위기와 에너지 대란을 촉발시킨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으나 중국도 러시아에 못지 않은 주요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는 미국의 국제경제 전문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최근 펴낸 연구 보고서의 결론이다.

PIIE는 특히 중국발 비료·돼지고기·철강 수급 불안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산 비료와 돼지고기


채드 바운 및 이린 왕 PIIE 애널리스트는 이번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비료 생산업체들의 수출을 중단시킨 여파로 글로벌 비료 수급이 불안해지면서 글로벌 식량 위기가 촉발된 상황”이라면서 “그러나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도 전세계적인 식량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중국이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비료와 돼지고기 공급량을 중국의 사정에 맞춰 임의로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중국은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인산비료의 40%, 요소의 30%, 칼륨비료의 20%가량을 차지하는 화학비료 수출 강국이다. 중국은 또 세계 최대 돼지고기 생산국이자 소비국이기도 하다.

중국은 국내 가격 상승을 이유로 비료 수출을 제한해 지난 3월 기준 수출량이 전년 대비 80%나 급감하는 등 언제 회복될 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중국은 올들어 수입 돼지고기에 붙는 관세를 인상하기도 했다. 중국내 양돈 농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충격에서 벗어나 빠르게 생산량이 늘고 있어 더 이상 돼지고기 공급 부족 현상이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 내린 조치라는게 중국 정부의 설명이지만 앞서 지난 2020년부터는 ASF로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자 수입 냉동 돼지고기에 부과하던 관세율을 기존 12%에서 8%로 하향한 바 있다.

바운 및 왕 PIIE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2019년부터 자국내 물가 불안을 막기 위해 돼지고기 생산량과 수입 물량을 조절하는 조치를 잇따라 취하면서 중국 외의 나라에서 관련 원자재의 가격이 요동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PIEE는 “비료의 경우도 중국 정부가 국내 비료와 관련한 물가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국제적인 수급 불안을 촉발시켰다”면서 “중국의 화학비료 수출물량을 크게 줄인 여파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고 올여름이 끝날 때까지 이 여파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국산 철강


중국산 철강 가격을 위시해 전세계적으로 철강 가격도 지난 몇 년동안 불안한 추세를 보여왔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이자 세계 최대 철광석 소비국인 중국이 지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철강 생산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중국 철강업계가 조강 생산량을 줄인 배경에는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탄소중립 정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 정부가 국내 철강 가격이 불안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고철 수입량을 늘린 여파로 현재 중국 고철 수입가격은 2021년 이후 최고 가격을 경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문제는 비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중국은 일련의 조치로 국내 가격을 잡는데 성공했지만 그 대가로 나머지 나라들에서 철강 가격이 오르는 문제를 낳고 있다는 사실”이라면서 “지난해 1월부터 중국과 나머지 나라들의 철강 가격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중국은 주요 원자재의 최대 생산국이자 소비자이면서도 마치 작은 나라인 것처럼 정책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서 “자국 내에서는 그런 정책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나머지 나라들과 국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