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윤석열 시대 개막] "바이든, 尹정부 출범 계기로 동북아 교착상태 타개 기회 잡아"

공유
0

[윤석열 시대 개막] "바이든, 尹정부 출범 계기로 동북아 교착상태 타개 기회 잡아"

인터뷰-이안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창설자 겸 회장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의 지난 대통령 선거 결과는 올해 세계 각국에서 실시된 선거 중에서 지정학으로 가장 중요한 변화를 몰고 올 것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정부 출범을 계기로 동북아의 교착 상태를 타개할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습니다. 미국은 서둘러 미국, 일본, 호주, 인도 간 협의체인 '쿼드'(Quad)에 한국이 정식 회원으로 가입하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지난 몇 년간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에서 계속되고 있는 외교적, 경제적 교착 상태를 벗어나야 할 것입니다."

국제 정치학계에서 '21세기의 키신저'로 불리는 미국의 정치학자이자 글로벌 전략가인 이안 브레머(Ian Bremmer) 유라시아 그룹(Eurasia Group) 창설자 겸 회장은 10일(현지시간) '글로벌이코노믹'과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 정부 출범 의미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브레머 회장은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근소한 차이로 중도 우파 성향의 윤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했고, 이것은 남북한 관계뿐 아니라 한국의 미국, 중국, 일본과의 관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한국의 대선 결과가 나온 뒤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비롯한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윤 대통령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남북한 관계가 악화하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고, 양측 간 갈등이 갈수록 첨예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北, 한국 대선 이후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 계속


브레머 회장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을 발사하는 것은 과거에는 미국이 용인할 수 없는 '금지선'(red line)이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함에 따라 국제사회의 관심이 이 문제에 집중된 사이에 북한이 이 기회를 십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도발과 러시아의 쿠릴 열도(일본명 북방영토) 영유권 강화에 맞서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 정부가 그 어느 때보다 공세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윤 대통령 정부 출범과 함께 한국과 일본이 지난 몇 년간의 대립에서 벗어나 서로 관계 개선과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주장했다.

브레머 회장은 "윤 대통령 정부가 미국,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고, 이는 곧 중국, 북한과의 갈등 고조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 정부는 윤 대통령 정부 출범에 맞춰 아시아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관계 개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면서 "미국은 지난 몇 년간 계속된 한일 관계의 교착 상태를 타개할 수 있는 지원책의 하나로 한국이 쿼드에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尹정부 출범 동시에 남북 관계 악화 중대한 도전 직면


브레머 회장이 창설한 유라시아 그룹은 미국 뉴욕에 본부가 있고 워싱턴 DC, 샌프란시스코, 영국 런던, 브라질 브라질리아상파울루, 싱가포르, 일본 도쿄에 지부를 두고 있으며 세계 90개국에서 전문가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글로벌 싱크탱크 및 위기관리 컨설팅업체다.
브레머 회장은 국제정치학계에서 '제이커브'(J-Curve, 국가의 개방성과 안정성 상관관계 이론), '국가자본주의'(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자본주의), 'G 제로'(미·중 양국이 G2가 아니고 국제질서를 선도하는 국가가 아예 없는 세계), '금융 무기'(Weaponization of Finance, 금융자산을 이용한 당근과 채찍의 대외정책), '피벗 국가'(Pivot State,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중심축을 유지하는 나라), '지정학적 침체'(Geopolitical recession, 미국의 지도력 붕괴에 따른 지정학적 퇴보) 등의 개념과 이론을 정립한 저명한 정치학자다.
이안 브레머 회장은 윤석열 정부의 출범으로 한국과 일본은 지난 몇 년간의 대립에서 벗어나 관계 개선과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이미지 확대보기
이안 브레머 회장은 "윤석열 정부의 출범으로 한국과 일본은 지난 몇 년간의 대립에서 벗어나 관계 개선과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브레머 회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북한이 한국의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최근 ICBM에 이어 SL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곧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그 배경과 전망은.


"북한의 도발은 한국 대선 전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북한이 그동안 한국의 대선 결과를 기다려왔다. 윤 대통령은 전임 문재인 정부에 비해 북한에 강력히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로 예정된 첫 정상회담에서 어떤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하나.


"북한이 ICBM을 발사한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미사일로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정부는 북한의 ICBM 발사를 금지선을 넘는 것으로 간주했다. 그렇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 문제에 별로 개의치 않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한국에서도 그동안 전임 정부가 이 문제에 대처해왔지만, 의미 있는 대응을 하지 않았다. 문제는 북한이 ICBM이나 핵실험을 통해 입증한 군사적 결과를 토대로 한국이나 미국과의 재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다. 한미 양국 정상도 그에 따른 대책을 협의할 것으로 본다."

-북한이 핵무기와 ICBM 보유를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어떤 대책이 있을 수 있나.


"북한의 핵과 ICBM 무장은 'G 제로' 세계의 또 하나의 문제로 등장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이나 중국이 G2로서 자리를 잡는 게 아니라 국제질서를 선도하는 국가가 아예 없는 G 제로 세계에 우리가 이르렀다.

북한은 세계 각국의 '불량 지도자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것은 바로 대량파괴무기(WMD)를 개발하고, 이를 확보하는 것이 권좌를 지키고,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계속 발휘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라는 점을 입증해 보인 것이다."

-미·중 관계는 계속 나빠질 것으로 보는가.


"미·중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이다. 두 나라 관계는 계속 나빠지고 있고, 양국 정부 간에는 신뢰가 없으며 양측이 이런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미국은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자리를 빼앗을 것으로 우려한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을 통제하려 든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두 나라가 과연 그런 능력이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정치 시스템이 마비돼 글로벌 민주 사회를 강화할 수 있는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이 향후 10년 사이에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가늠하는 게 더 중요하다. 중국의 구조적인 경제 문제가 더 악화할 수 있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5%를 달성하기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이 기술 분야에서 급성장할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9일 전승절 기념 연설을 어떻게 평가하나.


"푸틴 대통령의 이번 연설로 달라질 것은 없다고 본다. 그의 연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향후 몇 년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몇 개월에 걸쳐 장기화할 것이라는 점을 확인해 주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전 승리를 선언하지도 않았고, 전면전을 위한 총동원령을 내리지도 않았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합병을 2단계 목표로 삼고 있으나 여전히 우크라이나 전역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초토화함으로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확장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려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언제, 어떻게 종결될 것으로 보나.


"푸틴이 체면을 유지하면서 퇴로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친러 세력이 장악한 돈바스 지역 합병에 성공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세계적인 영웅으로 부상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건재한 채 미국과 나토 등의 강력한 경제·군사적 지원을 받으면서 러시아에 대적하는 상황을 푸틴이 용인하기 어렵다. 현 단계에서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나토가 전쟁을 중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접점도 없고, 전쟁을 계속할 수 있는 능력이 소진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이 전쟁이 나토의 개입으로 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러시아와 나토 간 정면충돌 위기가 고조되면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처럼 이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안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은 남북한 관계뿐만 아니라 한국의 미국·중국·일본과의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미지 확대보기
이안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은 남북한 관계뿐만 아니라 한국의 미국·중국·일본과의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레머 회장 약력 △미 툴레인대 졸업 스탠퍼드대 정치학 석사 및 박사 후버연구소 연구원 컬럼비아대 및 뉴욕대 교수 △'내셔널 인터레스트' 편집장, '타임' 편집위원 글로벌 싱크탱크 유라시아 그룹 창설자 및 회장 월스트리트의 '글로벌 정치위험지수'(GPRI) 개발 G 제로 미디어 그룹 CEO G 제로, J-커브 등 국제정치 이론 정립 저서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우리와 그들'(Us vs. Them) 등 10권, 신간 '위기의 파워'(The Power of Crisis) 출간 예정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