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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상하이 봉쇄에 놀란 애플 '생산기지 脫중국화'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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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상하이 봉쇄에 놀란 애플 '생산기지 脫중국화' 나서

인도, 베트남에 대한 위탁생산 늘릴 가능성 커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봉쇄령이 내려진 중국 상하이 시내의 애플 스토어.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봉쇄령이 내려진 중국 상하이 시내의 애플 스토어. 사진=로이터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애플이 중국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 생산기지를 다른 아시아 지역으로 다변화하기 시작해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다른 글로벌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명의 코로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 환자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 공산당의 정부의 시책에 따라 최근 코로나 환자가 급증한 중국 최대 도시 상하이에서 봉쇄 조치가 내려지면서 대부분의 제품을 중국에서 만들고 있는 제품 수급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플이 탈중국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은 아시아 지역의 일부 협력업체들에 보낸 공문에서 중국 외의 지역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앞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이같은 방침에 따라 인도와 베트남의 애플 협력업체들에 할당되는 위탁생산 물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애플은 현재 양대 협력업체인 대만의 폭스콘과 페가트론의 중국내 공장에서 아이폰을 비롯한 대부분의 제품을 위탁생산해왔다.

◇상하이시 장기 봉쇄령 계기로 생산기지 다변화 나서


애플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대만 위트스론이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 벵갈루루 인근에서 운영하는 아이폰 조립공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애플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대만 위트스론이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 벵갈루루 인근에서 운영하는 아이폰 조립공장. 사진=로이터


WSJ는 “애플은 진작부터 생산기지를 지리적으로 다변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왔으나 중국 상하이에서 고강도 봉쇄조치가 내려지는 것을 보면서 생산기지 다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한 결과 생산기지 다변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회사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계자들은 “중국에 대한 지나친 생산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인도와 베트남에 있는 협력업체들을 상대로 위탁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애플이 구체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현재 애플이 전세계적으로 판매하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 주력 제품의 90% 이상이 중국에 있는 협력업체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상하이에서 내려진 봉쇄령이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 내려지지 말란 보장이 없는데다 글로벌 패권을 다투고 있는 중국과 미국이 각종 통상현안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주력 제품의 거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계속 생산하는 전략을 이어갈 경우 앞으로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받는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WSJ는 “시가총액으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애플의 생산기지 다변화 행보는 판매 제품과 원자재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공급받아온 상당수 서방기업들에게도 대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애플 외에도 중국 위주 생산기지의 다변화에 나서는 글로벌 기업들이 더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세계 최대 전자업체 위상 업고 가장 빠르게 다변화 행보


WSJ에 따르면 애플이 코로나19 사태와 상관없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0년초부터.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가 2020년초 터지면서 생산기지 다변화 계획에 일단 제동이 걸렸으나 이제 코로나 국면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이르면서 생산기지 다각화 전략을 이제야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길 수 여건이 조성됐다고 애플은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애플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중국에서 제품을 만들고 있지만 애플이 가장 먼저 탈중국 행보에 나선 것은 애플의 위탁생산량이 그만큼 비교할 수 없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애플 전문가로 유명한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선수를 치고 나온 것은 애플의 위탁물량이 워낙 많기 때문에 제휴업체들과 위탁계약을 맺는데 있어 애플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면서 “애플은 이같은 유리한 점을 등에 업고 생산기지 다변화에 가장 먼저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WSJ는 생산기지 다각화에 나서더라도 중국에서 생산하는 물량의 비중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전망했다.

WSJ는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애플이 애초부터 중국에서 대부분의 제품을 생산하게 된 것은 중국 근로자들이 숙련도는 높은 대신 인건비는 저렴하기 때문이었다”면서 “이같은 여건 자체가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므로 생산기지 다변화가 이뤄지더라도 중국이 그동안 차지해온 세계의 생산기지 위상에 큰 변화까지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