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외교적으로 고립된 가운데 주요 신흥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를 통해 새로운 우군 확보에 나선 것으로 관측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7일(이하 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에 처음으로 참가할 예정이라고 6일 보도했다.
◇‘공식 비판’은 피한 브릭스…이란은 공개 지지 얻으려 시도
이란은 지난달 이스라엘과 미국의 핵시설 공습 이후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태다. 이에 대해 브릭스는 국제법과 유엔헌장 위반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공동성명을 냈지만 이스라엘이나 미국을 직접적으로 비판하지는 않았다.
이처럼 모호한 입장은 내부 의견 불일치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라질 헤툴리우 바르가스 재단의 올리버 슈텡켈 교수는 “이란에 대한 입장은 전혀 합의되지 않았다”며 “그래서 나온 것이 매우 무난한 수준의 입장 표명”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이번 회의를 통해 러시아, 중국 등 주요 회원국들과의 양자회담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다만 대표단 구성이나 정상급 참석 여부는 아직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 국장은 “지금 이란에게 브릭스 일원이 됐다는 외형 자체가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러·중은 반미 노선 강화, 브라질·인도는 신중 모드
브릭스 내 주요 국가들도 이란 문제에 대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의 공습을 “도발 없는 침략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고 중국은 “자제와 대화”를 요구하며 외교적 해결을 촉구했다.
반면 브라질은 미국과의 경제 관계를 고려해 이란 공습을 비판하면서도 직접적인 외교적 충돌은 피하려는 입장이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은 반서방 노선 대신 ‘글로벌 거버넌스의 형평성 회복’을 강조해왔다. 슈텡켈 교수는 “브라질은 이 싸움에 얽힐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인도 역시 미국과의 전략적 관계를 의식해 이란 문제에 거리두기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남아공과 에티오피아도 서방과의 관계 악화를 경계하고 있다.
◇확대된 브릭스, 내부 균열 심화…공동 입장도 난항
브릭스는 지난 2009년 출범 이래 공동 경제개발은행 설립 등 상징적인 결실은 있었지만 국제 현안에 대한 명확한 합의 도출에는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에도 제재에 대한 비판은 있었지만, 러시아의 전쟁 책임에는 침묵한 바 있다.
이번 리우 회의에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 탓에 화상으로만 참석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불참하고 리창 국무원 총리가 대신 방문할 예정이다.
브릭스의 올해 의장국인 브라질은 개발도상국 중심의 공정한 국제질서 구축이라는 의제를 제시했지만, 이란 사태가 겹치며 회의가 성과 없이 끝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브릭스개발은행 전 부총재 파울루 노게이라 바티스타 주니오르는 “지난해 이룬 진전이 이번에 무너지는 일만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