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 모라토리엄을 연장해달라고 네덜란드에 요청했다. 만약 네덜란드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면 중국의 ‘반도체 굴기’ 전략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외신이 전했다. 중국의 반도체 기업 SMIC와 화홍 반도체 등이 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ASML은 현재 DUV를 중국에 수출할 수 있으나 첨단 버전인 EUV는 미국의 규제로 중국에 수출할 수 없는 품목으로 남아 있다. EUV는 유닛 당 1억 6,400만 달러(약 2,150억 8,600만 원)에 달하는 고가 장비이다.
중국 업체가 DUV 장비 구매에 대대적으로 나서면서 이 장비 공급이 부족해졌다. 미국 주도로 중국 업체들의 EUV 장비 도입이 금지됨에 따라 중국 기업들이 첨단 공정 경쟁에서 구식 공정 개발로 눈을 돌렸다.
한국 기업들도 메모리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90% 이상이 DUV 공정을 채택하고 있다. 파운드리에서도 5나노 이하의 최첨단공정이 아닌 구 공정은 대부분 DUV 장비를 사용한다.
네덜란드는 아직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지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 ASML이 중국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면 네덜란드의 중국에 대한 수출 전선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게 네덜란드의 판단이다.
ASML 대변인은 “이번 협의가 새로운 것이 아니다”면서 “아직 어떤 결정도 나오지 않았고, 소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ASML은 DUV의 중국 수출 금지에 강력히 반대해왔다. 지난해 기준으로 ASML의 총수입 중에서 중국에 대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4.7%에 달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네덜란드에 EUV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했고, AMI와 램 리서치 등 미국 반도체 기업이 첨단 반도체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ASML에 EUV와 함께 DUV도 중국에 수출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 마드리드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등 첨단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적 반도체 장비업체 ASML과 같은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의 한국 내 투자가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안정적인 장비 공급을 요청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