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美, 중국에 대한 포괄적 반도체 규제, 삼성·SK하이닉스는 예외 인정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생산 장비와 수출을 포괄적으로 규제하면서 중국에 반도체 공장이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 정부의 규제 대상에서 일단 제외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상무부는 이르면 7일께 발표하는 새 규제 지침에서 미국 기업이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장비를 중국에 보내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로이터가 전했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은 중국의 반도체 회사 YMTC, 창신 메모리 등이 D램과 플래시 메모리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장비를 보낼 수 없다.

그러나 중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외국 기업에 대한 수출은 건별로 별도 심사를 거칠 것이라고 이 통신이 전했다. 별건 심사 대상은 18나노미터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14나노미터 이하 로직 칩 등이다. 로이터는 미국 정부의 별건 심사를 통과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외국 기업은 중국 기업을 우선 겨냥한 이번 조처의 직접적 영향에서 벗어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엄격한 심사 기준이 새로 적용되면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SK하이닉스는 우시에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다. 미 정부의 한 관계자는 로이터에 “이번 규제의 목적은 중국 기업이 아닌 다른 업체에 상처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 정부의 이번 조처로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걱정해온 최악의 시나리오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해소될 수 있다고 로이터가 지적했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이 중국의 YMTC 등을 규제하면서 그 여파로 중국 내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해왔다고 이 통신이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별건 심사를 하기 때문에 한국 반도체 업체들도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로이터가 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는 별문제가 없을 전망이지만, 앞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거나 현재 보다 높은 단계의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려고 할때 중국 공장에서 필요한 장비를 수입하려면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 정부는 이번 조치가 중국의 반도체 기술을 현 수준으로 동결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점을 한국 정부와 반도체 업체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 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의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AI)에 사용될 수 있는 반도체 칩이나 장비 및 기술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 이번 규제 지침에 들어간다. NYT는 중국이 차세대 무기 개발과 대규모 자동 정찰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하도록 핵심 반도체 유입을 차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중국의 통신 장비업체 화웨이에 취한 제재와 같은 조처를 중국 정부, 기업, 연구소 등으로 확대한다. 미국은 지난 2019년 화웨이를 제재하려고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했다. FDPR은 미국 밖에서 외국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 해도 제조 과정에서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장비나 소프트웨어, 설계를 사용하면 해당 국가에 수출을 할 수 없도록 한 규제 장치이다.

중국의 대형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이 데이터 센터 설립과 슈퍼컴퓨터 제작에 필요한 마이크로칩과 부품을 조달하지 못하도록 미국 정부가 규제한다. 또한 중국의 기술 연구소가 미국의 반도체 기술이나 장비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조처도 이번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를 직접 지원하고, 세제 혜택 등을 통해 모두 2800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의 ‘반도체 지원 및 과학 법안 2022’에 서명해 발효시켰다. 이 법에는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국가에서 생산시설을 확장하거나 신축하면 정부가 지원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으면 10년간 중국 공장에 첨단 시설 투자를 하지 못하게 된다. 특히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 28나노(나노미터·1㎚는 100만분의 1㎜) 미만은 중국에 신규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